“다음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인터넷을 잘 활용하라.” 2008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한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발언은 대선 3개월 여를 앞둔 한국에서도 하나의 지침처럼 통용되는 듯 하다. 각 대선 캠프마다 싸이월드 운영과 동영상UCC 제작은 필수이고, 블로그와 세컨드라이프 등을 통해 유권자들과의 만남을 시도하는 등 ‘대선2.0’이 펼쳐지고 있다. 이런 시도는 정치적으로 신선해 보이지만 여전히 소통보다는 홍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언론 소외 후보, 블로거 껴안기=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와 문국현 예비 후보는 지난달 각각 간담회를 통해 블로거들과 만나는 등 블로그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캠프 쪽이 블로거들에게 손짓하거나 블로거들이 캠프에 먼저 간담회를 요청하거나 블로그업체들도 대선 국면에 발을 담그려 하고 있다.

기자회견 전 블로거와의 간담회를 연 민주노동당은 ‘전 당원이 블로거가 되자’라는 표어 아래 전 당원 블로그 갖기 운동을 펼치고 있고, 오는 9일 ‘대선과 블로거’라는 토론회를 열어 블로거들과의 접촉을 늘려나가고 있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환대받는 문 예비 후보도 1일 블로그 네트워크인 태터앤미디어(blog.tattermedia.com)와 인터넷매체인 블로터닷넷(www.bloter.net)이 공동 개최하는 블로거 간담회에 참여했다. 곰TV, 오마이TV, 프리챌이 생중계한 이날 간담회에서 블로거들은 실시간으로 자신의 블로그에 토론회를 중계하는 등 언론의 속보전을 방불케 했다.

문 캠프 쪽의 김갑수 사이버팀장은 “블로그는 기존 미디어의 틀에 박힌 시선에서 자유롭고, 파워블로거의 영향력은 만만치 않다”며 블로그의 영향력을 높이 평가했다. 

▷미 대선에서 부각된 ‘세컨드라이프’ 등장=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쪽은 5개월 여 간의 준비 끝에 지난달 21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3차원 입체 온라인 가상현실 서비스 ‘세컨드라이프’(kr.secondlife.com)에 가상 선거본부를 구축해 눈길을 끌었다. 세컨드라이프를 통한 선거운동은 올해 4월 대선을 치른 프랑스와 2008년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 시도되는 등 인터넷 선거운동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이명박 후보 쪽은 “가상공간에 대운하를 구축하고 신혼부부 정책도 다뤄 이 후보의 정책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상했고, 국민 누구나 기자로 회견에 참석해 정책과 비전을 취재할 수 있도록 가상 체험 기자회견을 개최 할 예정”이라면서 “이명박 후보의 캐릭터가 직접 등장해 이용자들과 자유롭게 대화하게 된다”며 ‘소통’에 방점을 찍었다.

한편, YTN도 지난 8월 CNN과 유튜브가 주최했던 민주당 대선 후보 동영상 토론회와 비슷한 포맷으로 한나라당 대선 후보 동영상 UCC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진정한 소통 ‘글쎄’= 캠프 쪽은 인터넷을 통한 새로운 시도가 유권자와의 직접 소통을 추구한다고 표방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소통보다는 홍보에 가깝다.

일례로 지난달 21일 KBS가 기획한 이명박 후보 토론회가 “질문내용을 사전에 협의하지 않으면 토론회에 참석하기 어렵다”는 한나라당 쪽의 주장에 따라 무산됐던 사례는 과연 대선 후보들이 진정으로 소통을 원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낳게 만든다.

블로거 명승은씨(ringblog.net)는 “블로거 간담회든 UCC 토론회든 답변을 하기 위한 질문, 홍보하기 위한 답변 그 이상이 없다”며 “직접 참여를 통한 소통의 장이 아니라 홍보의 장으로만 운영하려는 대선 후보의 자세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건국대 황용석 교수(신문방송학과)는 “후보들이 인터넷을 통해 유권자들과의 접점을 넓히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정책 의제를 숙의하기 보다는 온라인에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프로모션이나 기성 언론을 매개로 한 정치이벤트에 그치는 면이 있다”며 “온라인상의 시도가 얼마나 지속되고, 또 유권자들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되는가가 인터넷 선거운동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또, 선거법이 토론회에서 하나마나한 답변과 질문이 오가는 것에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언론재단 최민재 연구위원은 “선관위의 UCC가이드라인이 강력해 유권자들의 활발한 의사 개진을 막아 전체적으로 인터넷 선거가 붐업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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