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방이 오는 5월이 되면 출범 2주년을 맞는다. 지난해 인천 대전등 4개 지역민방의 신설로 제2기 지역민방시대로 들어섰지만 이들 지역민방의 제자리찾기는 아직 멀기만 하다.

지역민방은 경영측면에서 적자폭이 줄어들고 있으며 일부는 흑자를 기록하는 등 외형상 호전되고 있다. 출범년도인 95년도에는 4사 모두 적게는 13억원에서 많게는 75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보았으나 96년도에는 대구와 부산방송이 적자폭을 30여 억원씩 줄였고 대전민방은 23억원의 흑자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재무지표상의 수지개선을 실질적인 경영호전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광고단가의 상향조정 등에 따른 광고수입 증가의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오히려 이보다는 투자비용을 줄인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23억원의 흑자를 낸 대전민방은 오히려 자체 투자에 가장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올해의 경우 경영전망이 불투명하다. 지역광고가 극히 제한돼 있는데다가 전체 광고판매율마저 50∼60%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방관계자에 따르면 지역광고와 전국광고의 비율은 2대8 정도의 심각한 불균형 상태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의 방송광고공사에는 지역민방들의 요구로 지난 10월 지역민방전담부서를 신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지역 방송사조차 광고판매율이 저조한 탓에 방송광고공사의 전국광고판매 우선 순위에서 밀려 지역방송의 광고판매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게 지역민방사들의 하소연이다.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광고판매율이 호전되리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으나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신설 지역민방까지 방송을 시작하게 될 경우 더욱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프로그램 편성에 있어 지역방송으로서의 자리찾기도 아직 미흡하다. 지역민방은 KBS, MBC의 지역사와는 달리 독립 방송사이기 때문에 기존 지역사의 평균 자체편성율인 15%보다는 자체편성비율이 훨씬 높다. 적게는 대전민방의 22%에서 많게는 부산민방의 41%까지다.

그러나 지역뉴스 강화, 독자적인 선거방송 실시 등 일부 시도 외에는 지역성 제고에 있어 기존방송사와 크게 다를 게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우기 스포츠 중계, 쇼 프로그램 등 오락성 프로그램을 집중 편성하고 지역제작 프로그램을 아침시간대와 심야에 배치하는 등 시청률에 집착하고 있어 양적 팽창보다는 질적 개선에 더욱 치중해야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편성의 또다른 문제는 SBS에 종속됨에 따라 편성권을 사실상 상실하고 있다는 것이다. SBS의 잦은 편성변경으로 지역민방의 편성이 불안정해 지역시청자들의 시청습관 정착이 힘들뿐 아니라 광고의 안정화에도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지난해 대주주였던 대주건설이 부도위기에 몰려 나산그룹에 인수 합병되면서 역시 나산그룹에 넘어간 광주방송의 경우는 지역민방 정책의 허점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공보처의 지역민방 선정 기준 자체에 대한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인수 합병에 의한 대자본의 지역민방 소유의 길을 터줬다는 점에서 방송 라이센스(면허권)에 대한 사후관리의 강화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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