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에서 생활비도 받지 못하고 묵묵히 헌신하는 목회자들 대신 대형교회 목사들이 언론과 TV에 나와 한국기독교를 대표하고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문제다. 애국하고 싶으면 정치세력화에 나서지 말고 세금 먼저 내라."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가 한국 기독교에 일침을 가했다. 진 교수는 지난 20일 CBS TV < CBS 특집토론 >에 출연,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로 증폭된 한국 기독교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이날 녹화로 진행된 토론에서 진 교수는 "이라크 전쟁에 찬성하면서 구호 봉사 활동에 나서는 일부 교계의 모습이나 '믿음이 좋아 인질이 풀려났다'고 말하는 교계의 반응 등이 사회의 인식과 동떨어져 있다"며 "교회가 사용하는 언어는 이제 '사회 방언'으로 고립돼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진 교수는 "기독교인들은 사회에서 자신들을 어떻게 바라보는 지 생각하지 않는다"며 "개신교는 가톨릭과 달리 철저히 자본주의적으로 운영되다보니 한국경제와 같이 천박한 성장을 했다"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또한 "정치 세력화야말로 기독교가 저지르는 가장 극악한 형태의 범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진 교수는 "미국의 북한 폭격을 찬양하고, 삼일절에 성조기를 흔들고, 개방형 이사 한 명 늘리는 일에 삭발과 십자가로 대항하는 모습이 그에 해당한다"며 "애국하고 싶으면 그런 일에 나서지 말고 세금 먼저 내라.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십자가를 소품으로 사용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이문식 목사는 "교회의 정치 참여를 무조건 반대하는 건 옳지 않다. 교회가 정치에 무관심하고 냉소적인 것도 정치적 행위"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목사는 "한국교회의 사학법 관련 투쟁, 교회 세습, 정치 집회 등이 부정적 여론을 축척 해 왔다"며 "IMF 등 사회 양극화로 분노가 쌓인 국민들에게 이런 교회의 모습이 극단적인 분노의 대상이 된 것"이라며 일부 문제는 시인했다.

이 목사는 "문익환 목사나 일제시대 크리스천 독립 운동가들처럼 선지자적 신앙을 가져야 한다"며 "대통령 후보가 기독교인라고 해서 무조건 우리 편이 아니라 기독교의 진정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선교 논란과 관련해 한철호 선교사는 "교회 입장에서 선교와 봉사는 분리될 수 없다. 하지만 아프간 활동에서 개종을 목표로 한 선교 행위는 없었다"며 "비난 여론은 선교의 문제라기보다 한국교회 위상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 목사 역시 "개종을 목표로 하지 않는 봉사 개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거들었다.

반면 진 교수는 "무슬림 지역을 개방시켜 미전도 지역을 개종시키는 '스텔스 선교'의 일환일 뿐이다. 단지 봉사일뿐이라고 말하는 건 한국교회의 속마음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는 "기독교가 서성거리고 갈 길 모르는 사람을 끌어안는 종교가 돼야 한다. 그러나 한국기독교는 아파하는 곳에 가지 않고, 힘있는 곳에만 가려한다"며 "냉전 이데올로기에  맞서는 일이야말로 크리스천들이 순교의 각오로 나서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한국 기독교, 세상과 어떻게 대화할 것인가?'를 주제로 진행된 이 토론은 CBS TV(스카이라이프 412, 각 지역 케이블)를 통해 오는 24일 낮 12시, 27일 밤11시, 28일 아침9시 세 차례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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