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야 한다" VS "포털이 이용자와 소통하는 동안 기존 언론은 무얼 했나"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회장 지민호)주최로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인터넷, 언론의 미래인가' 토론회에서는 현재 열세에 놓인 신문과 인터넷신문이 활로를 찾기 위해 포털을 더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과 기존 언론의 자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미묘하게 엇갈렸다. 

"포털, 소유-경영 분리해야"

   
  ▲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의 상생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 주최로 20일 서울 여의도 CCMM 빌딩 코스모홀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  
 
'뉴스·콘텐츠 저작권의 방향'에 대해 발제를 한 동아닷컴 김일흥 이사는 "네이버가 1일 150개 매체 10000여건의 기사를 처리, 1일 1억의 페이지뷰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조선·동아일보같은 신문사는 1일 250∼300건의 뉴스를 처리, 500만 페이지뷰를 기록하고 있고, 2006년 기준으로 6대포털이 인터넷뉴스 시장의 페이지뷰의 72.8%를 점유하고 있다"며 "포털에 의한 여론 독점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소유와 경영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는 포털에 대해 신문과 방송에 준하는 법적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기사에 삽입되는 문맥광고를 사업모델로 하는 '뉴스뱅크'시스템을 통해 포털과 기존 미디어가 상생을 추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양문석 언론연대 사무총장도 "IPTV가 통신이냐 방송이냐의 논쟁 속에서 EU가 방송으로 정리한 것은 채널편성권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면에서 포털은 언론이고, 언론으로서 다양한 법적 의무를 져야 하며, 포털의 편집이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할 때 소유와 경영을 엄격히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희재 인터넷미디어협회 정책위원장도 인터넷신문의 위기와 관련해 "인터넷신문은 당파성을 유지하더라도 비판과 감시 검증 기능 같은 원칙은 지켜야하고, 검색서비스사업자법과 신문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언론 자성하고 분발해야"

그러나 다른 참석자들은 포털의 독주에 공감하면서도 기존 언론의 분발과 자성이 필요하다는 논지를 폈다.

중앙일보에서 IT분야를 담당하는 장정훈 기자는 "포털이 막강한 언론으로 성장하게 된 데는 기존 언론이 반성할 부분이 많다"며 "포털이 월드컵·대선·이라크전 국면에서 기존 언론보다 기민하고 일목요연하게 뉴스를 정리하는 능력을 발휘하고, 기존 언론이 외면한 이용자와의 소통에 힘쓰고 관련한 편집툴을 개발하는 사이, 신문사들은 신문사, 방송사, 인터넷과 연이어 다퉜다"고 지적했다. 장 기자는 "그 때는 나 몰라라 하다가 이제와 이렇게 하는 것은 언론사의 업보일지 모른다"고 꼬집었다.

최진순 한경미디어연구소 기자도 "그때그때 신문사 달래기 정책을 펴는 한국 포털과 달리 요미우리신문과 유료화를 전제로 텍스트 전체 제공과 아카이브 검색같은 개별 매체에 맞는 계약을 하는 야후재팬의 사례처럼 일본 포털은 언론사와 상생하려는 의지가 분명히 있다"면서도 "그러나 일본 신문사들은 처음부터 기사 전체를 포털에 제공하지 않고, 자생적으로 가려는 의지를 보인 것과 달리 한국 신문사들은 벌크로 기사를 제공하는 등 포털이 득세하게 하는 빌미를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최 기자는 "일본이나 미국 언론도 플랫폼으로서 포털을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만큼 포털을 활용하느냐 종속되느냐의 문제"라며 "포털에서 메이저신문과 마이너신문의 대접이 다른 상황을 감안할 때 신문사의 공동전략이 답이고, 개별 언론사와 기자가 쌍방향·개인화라는 가치 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하변길 한겨레엔 이사는 "포털의 뉴스가 엄청나게 소비되는 데에는 편리성이라는 측면도 크지만 개별 매체의 신뢰도가 떨어진 것도 요인"이라며 기존 언론의 자성을 촉구했다. 하 이사는 "기존 신문사 조직과 닷컴의 조직에서 발행하는 이슈를 어떻게 풀 것인가가 포털문제를 비롯, 외부 경쟁력을 확보하는 핵심적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김은국 오마이뉴스 E판 편집자도 "콘텐츠 서비스 조직 자본 모든 면에서 인터넷신문과 포털은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제하면서, "인터넷신문의 경우 초기에 나타난 발랄함은 없어지고 기존 언론을 닮아가고 있고, 기존 신문사 기자들의 경우 자사 사이트가 아닌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에 블로그를 개설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며 자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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