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안 팔리면서 건설회사들 부도가 잇따르고 있다. 건설회사들에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언론은 정부가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위기의 징후와 그 원인을 하나하나 따져보기로 하자. 5가지 관전 포인트를 제시한다.

1. 건설회사들은 부동산 거품을 먹고 산다.

건설회사들은 그동안 주변 아파트 가격에 맞춰 아파트를 분양해 왔다. 아파트 가격이 뛰어오를수록 건설회사들은 더 많은 돈을 벌었다. 짓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비슷한데 주변 아파트 가격이 오를 때마다 그에 맞춰 더 비싸게 팔 수 있느니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남양주 진접지구 아파트를 보자. 9월1일부터 실시된 분양가 상한제를 처음 적용받는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3.3㎡에 700만원 정도로 예상됐다.

분양가는 택지비+기본형건축비+가산비용으로 구성되는데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면 계산이 바로 나온다. 건축비는 중소형의 경우 3.3㎡에 431만8천원을 넘을 수 없도록 돼 있다. 가산비용은 골조에 따라 철근·콘크리트구조의 경우 지상층 건축비의 5%, 여기에 주택성능등급과 소비자만족도에 따라 4%와 1%를 추가할 수 있다.

중소형 분양가 = 택지비+건축비(지하층건축비, 설계감리, 부대비용 등)+가산비용

기본형 건축비 구성 (전용면적 60㎡~85㎡)
지상층 건축비 : 335만8000원/3.3㎡
지하층 건축비 : 76만원/3.3㎡

가산비용 : 35만5800원(라멘조 철근콘크리트 5%+주택성능등급 4%+소비자만족도1%)
총 건축비 : 467만3800원/3.3㎡

진접지구의 경우 택지비가 180만~220만원. 기본형건축비가 431만8000원. 여기에 가산비용 35만5800원을 더하면 678만~718만원 수준이 된다. 택지비는 불변이고 기본형건축비와 가산비용을 최고로 잡았을 때 이 정도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가장 싼 곳이 3.3㎡당 717만원, 비싼 곳은 766만원까지 했다. 평균 759만원. 건설교통부는 700만원을 넘지 않을 거라고 장담했지만 건설회사들은 60만원 이상을 더 불렀고 남양주시가 이를 승인해 줬다. 택지비에 금융비용 등을 감안, 3.3㎡당 40만~80만원의 가산비용을 추가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게 남양주시와 건설업체들의 해명이었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기본형건축비와 가산비용을 더해 300만~400만원이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진접지구는 이 비용이 500만원 이상 잡혀 있다. 분양가 상한제를 무시한 남양주시와 건설회사들의 담합 탓이다. 애초에 분양가 상한제에 가산비용이 정확히 명시돼 있지 않은 탓이다. 가산비용은 건설회사들 마음대로 고무줄처럼 늘어난다.

2. 아파트가 안 팔리는 진짜 이유

   
  ▲ 연간 주택 분양과 월별 미분양 주택 추이 / 건설교통부.  
 
분양가 상한제는 건설회사들 폭리를 막고 아파트 가격을 잡자는 발상에서 나온 제도다. 전매제한을 두는 것은 이렇게 싸게 파는 대신 투기를 막자는 의도에서다. 한번 사면 최대 10년까지 팔지 못하도록 한다. 분양가 상한제와 전매제한 제도는 진짜 들어와 살 사람들에게만 집을 싸게 팔겠다는 정책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당신이라면 딱히 싸지도 않은 아파트를, 한번 사고 10년 동안 되팔지 못하게 하는데 이런 아파트를 사겠는가.

   
  ▲ 수도권과 지방 월별 미분양 추이 / 건설교통부.  
 
건설회사들은 이제 와서 애꿎은 전매제한 탓을 한다. 전매제한 때문에 아파트가 팔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당장 판교만 돌아봐도 아무리 전매제한을 둬도 주변시세보다 싸고 투자가치가 있으면 얼마든지 팔린다. 진접지구의 미분양 사태는 결국 비싼 분양가에 원인이 있다. 9월1일부터 시행된 분양가 상한제를 앞두고 사업승인을 앞당기고 서둘러 분양물량을 쏟아낸 탓도 있다. 미분양 물량이 소화되기까지는 한동안 시간이 걸릴거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지방 미분양 사태도 마찬가지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주택 보급률은 107.1%.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은 126.6%나 된다.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는데 건설업체 수는 1998년 4천여개에서 2003년 1만3천개까지 3배 이상 늘어난 뒤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 올해 4월말 기준으로 1만2856개에 이른다. 결국 이들 건설업체들 가운데 상당수가 정리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3. 은행들 책임도 있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IMF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관련 대출을 꾸준히 늘려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전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2.1%에 이른다. 건설 및 부동산서비스업에 대한 대출이 산업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4.3%나 된다. 전체 대출의 42.1%가 부동산관련 대출이라는 이야기다. 2001년만 해도 이 비율은 30.0%에 그쳤다. 모두 더하면 315조원에 이른다.

   
  ▲ 금융기관별 부동산 PF 대출잔액 규모 / 금융감독원.  
 
굿모닝신한증권 윤영환 연구위원은 "은행의 외형 성장이 상당부분 부동산 거품에 의존해왔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은행들은 IMF 이후 기업 대출과 가계 신용대출을 줄이고 부동산 관련 대출에 치중해 왔다. 은행 역시 부동산 가격 폭등의 수혜자였다고 할 수 있다. 은행이 돈줄을 틀어쥐면서 기업의 설비투자는 크게 위축됐고 우리나라 경제는 고수익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건설회사가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은행은 이를 유동화 증권으로 돌려서 다시 투자자들에게 파는 방식이다. 6월말 기준으로 부동산 PF 잔액은 69.9조원.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2%에 이른다. 건설회사들은 사업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막대한 개발이익을 챙겨 은행과 나눠왔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부터다. 앞으로도 한동안 부동산 PF 관련 분양물량이 쏟아져 나올 것이고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미분양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PF 대출잔액 가운데 절반 이상이 아직 분양을 개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가뜩이나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서둘러 사업승인을 받은 물량이 상당부분 아직 분양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 주요 은행 부동산 PF 대출 비교 / 한국은행.  
 
은행별로는 노출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우리은행이고 다음은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농협, 하나은행, 기업은행의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의 경우 PF 관련 대출이 전체 원화 대출금의 9.0% 규모에 이른다. 신한은행이 6.3%, 국민은행이 4.4% 수준으로 우려할만한 정도는 아니다.

문제는 저축은행이다. PF 대출 규모는 12.5조원 밖에 안 되지만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가 넘는다. 가뜩이나 저축은행은 연체율과 부실채권 비중이 높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13.0%, 고정이하 여신비율도 7.1%나 된다. 은행이 이 비율이 0.2%와 0.8% 밖에 안 된다는 것과 비교하면 저축은행의 위기를 실감할 수 있다.

 

 

4. 부동산 PF 부실, 서브프라임 사태와 다르다

부동산 PF 부실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먼저 우리나라 PF는 대출 대상이 담보 주택의 우량 여부인 반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은 개인 신용도와 상환 능력이다. 또 미국은 담보대출이 파생상품과 여러 단계에 걸쳐 연계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1차 유동화 단계 이상을 넘지 못했다.

   
  ▲ 서브프라임 연체율과 향후 전망 / 피치.  
 
미국은 대출을 내주고 이를 유동화시켜 원금을 회수한 뒤 이를 다시 대출로 쏟아붓는 구조지만 우리나라는 유동화 규모가 미국만큼 크지 않다. 미국에서는 부동산 가격 하락과 이에 따른 담보 능력 부재가 문제 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미분양 사태와 건설회사들의 상환 능력 부재가 문제다. 애초에 상황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미국에서는 부동산 가격 하락이 대부업체에서 시작해 은행과 자산운용회사, 헤지펀드의 부실로 확산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미분양 사태의 여파가 저축은행과 일부 은행 수준에서 그칠 가능성이 크다. 또 미국은 담보 비율이 80%가 넘지만 우리나라는 50%에도 못 미친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당장 심각한 금융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는 이야기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차이라면 미국은 부동산 거품을 모든 국민들이 향유했다면 우리나라는 건설회사들과 은행, 그리고 일부 투기세력이 독차지했다는 점이다.

그나마 다행한 일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 거품이 만든 이른바 부의 자산효과가 미국만큼 크지 않았다. 거품이 빠지는 과정에서 미국 경제는 전반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건설회사들과 은행들, 그리고 투기세력들에게 그 부담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계속된다면 일부 건설회사들의 도산이 불가피하고 은행들도 그 부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5. 언론은 왜 호들갑을 떠는가

미분양 사태가 확산되면서 언론은 한 목소리로 정부의 규제 완화를 주문하고 있다. 언론은 대출 규제를 풀고 양도세를 감면해 수요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와 전매제한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수요 부진을 투기적 수요로 메우겠다는 발상이다. 정부가 나서서 임대 주택을 구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금으로 건설회사들 부도를 막자는 이야기다.

안 팔리는 아파트를 계속 쏟아내고 오히려 분양가를 올려 잡는 건설회사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다. 건설회사들이 무너지면 경제가 무너지는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건설회사 부도는 모두 57개사, 지난해 같은 기간 58개사와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들어 부도가 크게 늘었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이야기다. 부동산 PF 관련 부실이 늘긴 했지만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데는 모든 금융권 관계자들이 입을 모은다. 설령 일부 건설회사와 저축은행이 문을 닫는다고 해도 이는 공공의 이해와 무관한 일이다. 정부가 나서서 이들을 지원하고 부동산 거품을 방치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 동아일보 9월14일 B3면 머리기사.  
 

언론 역시 부동산 거품의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와 전혀 무관하다는 걸 알면서도 일부 언론에서는 한국판 서브프라임 위기를 거론하면서 정부에 해법을 주문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재앙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위기를 과장하고 있다. 언론이 위기를 바로 보고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위기는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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