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비하, 성적 수치심 자극, 청소년에 대한 성적 충동 야기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포르노물이다.(2006년 11월9일 정청래 의원)" "과연 언론인지, 황색 저널리즘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행태이다.(2007년 9월13일 한국여성단체연합 김금옥 사무처장)"

정 의원은 특정 신문에 실린 '강안남자'라는 연재소설의 선정성을 비판했다. 정 의원의 비판은 사석에서 나온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정기국회 당시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 현장에서 나온 것이다.

이 신문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개 망신을 당했다. 정 의원에게 '포르노물'이라고 비판받았던 해당 신문과 그 구성원들은 불쾌한 심정을 누르기 힘들었을 것이다. 전국단위 10대 종합일간지에 속하는 이 신문은 청와대, 국회, 각 정부부처, 주요 기업체는 물론 각급 학교에도 배달되는 신문이다. 

   
  ▲ 정청래 열린우리당 의원이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화일보 연재소설 '강안남자'의 선정성을 지적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0월23일 국정감사장 앞에 '강안남자'의 신문윤리강령 위반 사례들이 전시돼 있다. ⓒ이창길 기자  
 
2006년 11월 국회 본회의장, 공개 망신 당한 '한 신문'

공공기관과 각급 학교에서 구독하는 것은 이 신문이 '정론'을 표방하는 신문이기 때문이다. 책임 있는 공공기관과 교육기관에서 '포르노물'을 단체 구독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살굿빛 석간신문으로 알려진 이 신문은 1면 기사와 종합면, 사설, 칼럼 등을 통해 권력을 근엄하게 꾸짖는다.

정치 사회 경제 현안에 대해 근엄한 비판과 지적,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책임 있는 공공기관의 공보 담당 부서에서는 이 신문 기사에 나온 내용을 매일 오후 스크랩해서 '높은 분들'에게 보고를 한다. 10대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중 하나인데다 '정론'을 추구한다는 언론이기 때문이다.

   
  ▲ 문화일보 9월13일자 1면.  
 
하지만 지난해 연말에는 '딱한 사연'으로 화제가 된 일이 있다. 청와대와 국정홍보처 여성부 등에서 이 신문의 절독 움직임이 있었는데 이유가 '선정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개적으로 '포르노물'이라고 불리고 정부 기관으로부터 선정성을 이유로 거부 당한 일이 있는 이 신문은 지금도 오후만 되면 근엄한 표정으로 독자들을 찾아간다.

포르노물 논란 10개월만에 누드 논란, 주인공은 같은 신문

한국여성단체연합으로부터 '황색 저널리즘이라고도 말할 수 없는 언론'이라고 평가받은 신문이 화제가 되고 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의 기사 또는 사진을 실었기에 여성단체로부터 '황색 저널리즘'이라는 평가도 못 받는 것일까.

그 주인공은 누구일까. 안타깝게도 10개월 전에 국회 본회의장에서 '포르노물'이라고 비판받았던 그 신문이 이번에도 주인공이다. 그 신문은 13일자 1면에 <신정아 누드사진 발견>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기사에 실린 내용 일부를 보자. "신씨가 맨몸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신씨는 책들이 꽂혀 있는 방의 욕실 앞에서 다소 쑥스러운 표정, 또는 무표정한 모습으로 정면과 측면, 뒷모습을 드러냈다."

   
  ▲ 문화일보 9월13일자 3면  
 
해당 신문 '성로비' 가능성 부각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 또 다른 기사 내용을 보자. "미술계의 한 인사는 '신씨가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각계의 원로급 또는 고위급 인사들에게 성(性)로비를 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물증'이라며…"

이 신문은 익명의 미술계 관계자 이름을 빌어 '성로비'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런 행위를 했는지 안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냥 그런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정론'을 말하는 이 신문은 스스로 말하기 부끄러웠는지 다른 이의 입을 통해 성로비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 신문의 3면을 보니 생각은 또 달라진다. <'성로비'도 처벌 가능한가>라는 기사제목을 큼지막하게 달아 놓은 것이다. 3면 기사 내용을 보자. "신씨가 문화계 인사들과의 부적절한 관계 후 이익을 얻었다고 해도 '성로비'를 받은 쪽은 배임죄 등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신씨에 대해선 처벌이 곤란하다."

여성단체연합 "전여성 아니 모든 국민에 수치심 줘"

이 신문은 판사와 변호사 등의 의견을 덧붙어서 기사를 내보냈다. '정론지'다운 모습이다. '정론지'의 3면 머리기사 밑에 문제의 사진이 실렸다. 신정아씨로 보이는 사람의 정면과 뒷면 누드 사진 2장이었다. 민감한 부위는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

이 신문의 신정아 누드 사진은 이날 오후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집단관음증'의 위력은 대단했다. 이 신문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 인기검색어 1위로 등장했고 신문사이트는 과다 접속 때문에 잘 열리지도 않았다.

인기검색어에는 이 신문의 이름 네 글자가 올라와 있었다. 이 신문은 특종을 한 것일까. 다른 신문과 기자들은 분발을 해야 할까. "뭐하고 있어? 이 신문처럼 특종을 해야지. 기자들이 더 뛰어야지." 뭐 이런 지적을 받을까. 아니 받는 것이 맞는 일일까.

해당신문 "누드사진, 로비 증거로 봤다"…여성단체연합 "언론 전체가 반성해야"

그런데 한국여성단체연합을 대표하는 사무처장은 '왜' 황색저널리즘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고 혹평했을까. 김 사무처장의 얘기를 들어보자. "어떤 사람은 언론이 간접 살인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는데 엄청난 인권 침해이고 명예훼손이며 당사자  뿐만 아니라 전 여성 아니 모든 국민에게 수치심을 안겨줬다."

이 신문의 편집을 책임지는 사람의 설명을 들어보자. "누드사진을 싣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고 논란도 충분히 예상했다. 이 누드사진이 신씨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로비를 한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고 봤다."

다시 김 사무처장의 얘기를 들어보자. "기자들도 양심을 가져야 한다. 이 신문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신문의 사진을 그대로 퍼다가 기사라는 이름으로 내보내는 언론들도 함께 반성해야 한다. (이 신문)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최근 신정아 사건을 보도하는 것을 보면 (이 신문과) 다른 언론들이 큰 차이가 없다."

김 사무처장은 "너무 심각하다. 다른 언론도 가해자이다. 한국기자협회나 한국인터넷기자협회 등 언론계 내부에서 자정과 반성의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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