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디지털 룸펜 프롤레타리아인가
블로거, 디지털 룸펜 프롤레타리아인가
[해외언론은 지금]

‘웹2.0’이 일종의 마케팅 개념이라는 사실과는 무관하게 자기표현의 도구로서 웹블로그는 양적으로 엄청나게 증가했다. 이제 디지털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어도 블로그를 통한 다자간 대화가 가능하다. 국가행정기관과 일반기업체의 결정과정뿐만 아니라 언론사의 뉴스콘텐츠에도 블로거의 영향력이 점증하는 등 사회적 투명성 확대와 커뮤니케이션 유토피아가 곧 성취될 것처럼 논의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큰 규모로 성장한 블로그에 소요되는 비용은 누가 어떻게 감당하는 걸까.

포털 블로그 서비스는 공짜?

   
  ▲ 서명준·독일 베를린자유대 언론학 박사과정  
 
포털사이트가 제공하는 블로그 서비스는 대부분 무료이므로 블로그에 어떠한 비용도 소요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블로그 하는’ 데에 무엇보다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 간과돼서는 안 된다. 따라서 시간은 블로그의 운영비인 셈이다. 특히 네티즌들로부터 인정받는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블로그 가운데에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업데이트되는 사례가 많다. 마치 일종의 부업처럼 많은 시간이 소모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블로그 노동’을 통해 창출된 가치인 콘텐츠가 거대 문화기업의 이윤 획득을 위한 모델이 되고 있지만, 이러한 블로그 노동은 사실상 지불되지 않는 부불(不拂)노동이다. ‘블로거 부불노동’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지속돼온 예술의 상품화 테제를 떠올리게 한다. 유저(User)의 콘텐츠는 이윤창출의 수단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기업 간의 밀접한 관계망을 형성하는 유저들의 네트워크화 자체가 매우 유용한 마케팅 수단이 되고 있다. 유저의 프로필이 마케팅 목적으로 사용된다는 점도 잘 알려져 있다.

물론 블로그에 광고 삽입을 지원하여 블로거의 노동력에 부분적인 대가를 지불하는 포털사이트도 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궁극적으로 블로그가 상품화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음을 말해준다. 게다가 독일에서는 블로거가 직접 자신의 블로그를 포트폴리오와 일종의 디지털 이력서로 활용함으로써 자신을 상품화하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이는 자율적인 공간으로서 블로그를 추구해온 블로거 자신들의 비판적 관점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자본의 포섭을 거부하는 블로거는 ‘운영비’를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블로거는 자본에 의한 낯선 지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 하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다시 말해, 자본과 계약을 맺고 블로그를 수단으로 하여 이윤 극대화를 목표로 삼느냐, 아니면 자본관계 외부에서 비판적 지성과 커뮤니케이션을 추구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던져진 것이다.

독일의 디지털 보헤미안들은 후자를 선택한 경우이다. 어차피 지배를 피할 수 없다면 자신의 부불노동에 대한 대가를 희생하여 가난하지만 자유로운 지적 보헤미안이 되겠다는 의지이다. 문화산업으로 인해 피폐해져가는 인본주의를 디지털 매체에서 복원하고 공론형성에 일조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한다. 그러나 지식이나 창의력과 같은 정신적 자산이 본질적으로 자본이 되는 이 시대에 자기상품화의 유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자본의 포섭을 거부하는 블로거들

이러한 관심경제 시대에 활동하는 블로거는 하나의 단일한 ‘계급’이 아니다. 오히려 블로거들은 사회문화적으로 이질적인 다수의 구성원들이다. 이러한 블로거들은 서로 다른 사회적 신분과 목적을 갖지만, 노동의 형태가 ‘비물질적’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이런 맥락에서 인터넷 디지털 노동은 후기산업적인 생산관계의 한 현상인 것 같다.

오늘의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종의 디지털 룸펜프롤레타리아가 형성되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하지만, 새로운 디지털 보헤미안은 지난 세기 산업사회의 오랜 자본축적 메커니즘에 포섭되고 있다. 블로거들이 비정규직과 함께 저임금과 과잉노동층에 포함되기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저항의 형식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커뮤니케이션 이론적인 질문은 아직 본격적으로 제기된 바 없다. 다만 웹2.0의 시대에도 다음과 같은 물음은 유효하다.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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