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열차를 타는 기자들이 늘고 있다. 본사 편집국에 근무하다 지방주재를 자원하거나 심지어 일부 기자들은 지방지로 이직까지 하고 있다. 사내 출세보단 고향 지기들과 함께 삶의 여유를 누리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다.

국민일보 전국부 정재학 차장. 지난 83년 대전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해 경향신문을 거쳐 국민일보 창간 멤버로 입사한 정 차장은 지난 1월 대전 주재기자로 발령 받았다. 6개월전부터 회사측에 대전행을 강력 요구한 결과다. 그는 대전이 고향이다. 기자생활 15년만에 다시 고향땅을 밟은 정 차장은 “서울생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하다”는 것. 다양한 분야를 취재하면서 침체돼 있던 기자 생활에 활력을 느끼고 막상 와서 보니 지방자치제 영향으로 할 일도 많다는 반응이다.

비단 정 차장만이 아니다. 최근들어 일부 신문사 기자들의 U턴행이 빈번하다. 한국일보 편집부 조명환 기자 역시 고심 끝에 최근 결단을 내렸다. 한국일보를 사직하고 전북일보로 자리를 옮긴 것. 조 기자는 전북일보 기획실로 출근하고 있다.

중앙일보 편집부 장대석 기자도 지난 1월부터 전주 주재로 근무중이다. 장 기자는 교직에 근무중인 부인과 주말 부부로 지내오다 전주로 내려오면서 ‘견우·직녀’ 신세를 면했다. 기자생활 7년차인 장기자는 “막연하게나마 언젠가는 고향에 내려가 살겠다는 생각을 해 왔다”며 “예전보다 몸은 좀 피곤하지만 정신적인 측면에선 훨씬 여유있게 생활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향행을 염두에 두고 있는 기자들이 있다면 적극 권하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전주지역은 이러한 귀거래사형 기자들이 많다. 한국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등 중앙지 주재 기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자원해서 전주로 내려왔다는 것이 장 기자의 전언이다.

조선일보 광주주재 김성현 기자도 자의반 타의반 주재기자로 발령을 받았지만 결국은 고향살이에 더 무게를 둔 경우. 김 기자는 지난 95년 전주주재 기자가 일본 연수를 떠나자 지역 연고 차원에서 후임자로 발령을 받고 전주에 내려왔다가 1년간의 임기가 끝난후에 자신의 고향인 광주로 자리를 옮겼다. 김 기자는 “지역주재로 기자생활을 끝마칠 것인가에 대해선 솔직히 명확한 결론을 내리진 못했다”면서도 “고향행을 후회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들 기자들의 공통적인 고민은 매너리즘 극복. 본사 생활에 비해선 아무래도 긴장도 떨어지는데다 한 사람 건너면 대부분 아는 사이인만큼 ‘사적 관계’에 매몰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무한경쟁의 여파와 신문업계 불황으로 각 언론사에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는 ‘명퇴 바람’을 감안한다면 고향 찾는 기자들의 행렬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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