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아침신문 1면은 29일 탈레반에게서 풀려난 이들이 차지했다. 활짝 웃고 있는 이선영씨의 모습을 '41일만의 웃음'이라는 제목으로 1면에 크게 편집하는 등 신문들은 인질 석방 현장을 사진으로 먼저 전달했다.

석방 절차, 그동안의 경과, 국제사회의 반응 등과 함께 신문들은 아프간 인질사태가 남긴 과제도 나름대로 정리했다. '테러단체와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지 못한 것은 오점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아프간 및 이라크 파병, 공격적 선교, 강대국 위주의 외교 등에 대한 자성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눈길을 끈다.

다음은 이날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탈레반 "오늘 석방 완료">
-국민일보 <남은 7명은 오늘 풀려날듯>
-동아일보 <"아, 자유!"…12명 먼저 나왔다>
-서울신문 <"남은 7명 오늘 모두 석방">
-세계일보 <인질 3개그룹 12명 어제 풀려나>
-조선일보 <집으로!>
-중앙일보 <현대차 노조 '황당 요구'>
-한겨레 <"이번 대선 대결은 친북좌파-보수우파">
-한국일보 <국세청, 이명박·친인척 광범위 재산검증/ 국정원과 같은 시기…조직적 사찰 의혹>

 
한겨레 "파병정책 재검토 필요"…정부 노력에 긍정적 평가

한겨레는 1면 뉴스분석에서 아프간 인질사태가 남긴 과제를 △파병정책 전면 재검토 △공격적 선교행태 반성 △이슬람권 외교력 강화로 정리했다. 한겨레는 정부가 악조건 속에서도 사태를 잘 수습했다는 여론이 높다고 평가했다.

   
  ▲ 한겨레 8월30일자 1면.  
 
한겨레는 "석방 합의 조건에 한국군의 연내 철군이 명시된 게 중요하다. 앞으로 이라크 (파병) 문제에 대한 일정한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 같다"는 서동만 상지대 교수의 말을 인용하는 한편, "이번 사태가 선교의 틀을 바꾸고 선교 원칙을 새로 세우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쪽의 자성의 목소리도 담았다.

한겨레는 "이번 사태는 한국의 대중동, 이슬람권 외교 방향에도 교훈을 안겼다"며 "이슬람 사회도 지역별로 다른 만큼 제3세계 특수지역 전문가의 양성과 적절한 활용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코멘트도 달았다.

한겨레는 이어 3면에서 아프간 인질사태가 남긴 과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미국 좇은 파병 '혹독한 대가'…평화외교 대전환을> <물불 안가리는 선교 '위험천만' 공감대> <강대국 중심 외교…지구촌 지역 전문가가 없다> 등이 그것이다.

   
  ▲ 한겨레 8월30일자 3면.  
 
한겨레는 특히 파병동맹인 미국이 "테러조직과의 협상은 불가하다"며 외면했다는 비판론이 있다며 "결국 한-미동맹에 묶인 한국의 기존 외교가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는 현장 교훈을 얻은 셈"이라고 진단했다.

한겨레는 사설 <한국 외교 현주소 보여준 아프간 인질 사태>에서도 "아프간 정부와 미국은 이번 사태가 한국의 문제이자 자신들의 문제임에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할 수 없다"며 미국에 비판적 태도를 취했다.

이슬람 전문가를 확보하지 못한 언론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한겨레는 "언론계도 아랍권 등 특수지역의 현지어를 이해하는 전문가가 없어, 서방 언론에 거의 의존하고 있다"며 "미국, 중국, 일본 등 극소수 강대국 중심의 사회적 풍토 속에서 정책적 뒷받침까지 없다 보니까 기타 지역의 전문가를 키우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향 "한미동맹의 범위 숙고해야 할 시점"

경향신문도 이번 사태에서 정부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경향은 6면 <'자국민 보호' 성과 불구 '테러와 타협' 부담 남아>에서 "정부는 사건 발생 직후부터 이례적으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자국민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가적 이미지를 각인시켰다"며 "이 과정에서 아프간 정부와 미국, 탈레반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된 형편임에도 유연하게 상황에 대처, 이슬람권 국가를 움직임으로써 국제적 여론을 유리하게 조성하는 외교력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 경향신문 8월30일자 6면.  
 
경향은 그러나 "정작 파병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유사사태에 대한 대비는 부족한 상태"라며 "한·미 동맹관계를 기반으로 한 파병이 결국 철군 약속으로 이어진 것도 유의할 대목이다. …정부로서는 동맹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숙고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중앙 "파병 원칙 재확립 필요"…"뒤로 밀려선 안돼"

   
  ▲ 8월30일자 중앙일보 6면.  
 
반면 중앙일보는 '파병 원칙 재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앙은 6면 <인질은 석방됐지만 '비싼 수업료' 지불>에서 "군대 파병이 국익 확충을 목표로 하는 국가적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돌발상황 앞에서 쉽게 뒤로 밀릴 수 있는 정책이냐는 문제제기"가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은 익명의 고려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한·미 동맹과 반테러전 등 큰 정책 틀에서 결정되는 외교 지렛대가 조기 철군 합의로 손상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은 또 "2004년 김선일씨 피살 사건 때 '철군 불가' 원칙을 강조하다 비극을 맞았던 학습효과로 인해 조기 철군 카드를 빼든 것은 이해할 만하지만 이로 인해 넓혀왔던 외교지평을 상당 부분 포기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사태해결 과정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는 인색했다. 중앙은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를 수습하면서 외교적 손익을 따져볼 때 한국은 국제적 신뢰와 국격에 상처를 받았다"는 한 연구원의 말을 인용하면서 테러집단과 직접 협상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3면 표에서 '한국이 잃은 것'과 '탈레반이 얻은 것'을 정리했는데 테러집단과 공개 협상해 국격을 훼손한 것, 동맹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우려, 한국인의 해외 활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준 점 등을 제시했다. 

동아 "미국 외곽지원 아끼지 않아" 긍정적 평가

이번 사태 해결 과정에서 미국이 책임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는 한겨레의 비판과 달리 동아일보는 "미국이 외곽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 동아일보 8월30일자 4면.  
 
동아는 4면 <한국, 인질 구했지만 납치 근본 해결 못해>에서 '직간접 당사자들의 성적표'를 정리했다. 이 기사에서 동아는 "한국 내에서 '미국 책임론'이라는 다소 감정적인 문제 제기까지 대두되는 상황에서도 미국은 '테러범과 협상 불가'라는 원칙을 고수하는 성과를 거두었다"며 "미국의 이런 강경한 태도가 탈레반 측에 다른 명분과 실리를 찾도록 유도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동아는 "이와 함께 군사작전 가능성을 언급하며 탈레반을 압박하는 등 외곽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피랍사태 발생 후 아프간 주둔 미군은 대탈레반 군사활동을 강화했다. 28일 인질석방 합의가 이뤄질 때도 미군과 다국적군은 탈레반과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고 전했다.

동아는 "혹시 있을지 모를 이면 합의를 감안하지 않는다면 협상 성적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면서도 "'테러범과의 협상 불가'라는 국제적 원칙을 포기한 데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정부엔 인색…스스로엔 관대한 언론

신문들은 정부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는 이렇게 인색했지만 지난 41일 간 언론 보도를 되짚어본 기사는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세계일보가 <외신에만 의존 '졸속보도'>에서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긴 했지만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과 연결시켜 다소 '엉뚱한' 결론을 내놨다.

세계는 "일각에서는 아프간 피랍 사태가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의 실체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보를 통제해 언론 보도의 획일화와 부실화를 불렀다는 것"이라고 썼다. 정부가 한국 기자들의 아프간 현지 취재를 막아 "우리 언론은 '외신에 따르면'이라는 보도밖에는 할 줄 모르느냐"는 비판을 받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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