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검역이 오늘(27일)부터 재개된다.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이 들어있는 척추뼈가 발견돼 검역중단 조치를 취한 지 27일 만이다.

지난 24일 농림부는 일본처럼 수입중단 조치를 취하는 대신 척추뼈 작업장 승인만 취소했다. 포장과정에서 종업원의 부주의로 발생한 단순 사고, 인간적 실수라는 미국 쪽 해명을 수용한 것이다. 갈비뼈가 검출된 4개 작업장도 새 수입위생조건이 발효될 때까지라는 단서를 달아 수출선적 중단조치를 유지하기로 했다.

척추뼈 검출로 검역이 중단된 것이 지난 1일인데, '신속한 해결'(매일경제 8월3일자 사설 <미국산 쇠고기 문제 신속하게 해결해야>)이자 '빠른 마무리'(한국경제 8월3일자 사설 <미 쇠고기 뼈 빨리 마무리해야>)가 아닐 수 없다. '개방 효과로 축산물 값이 떨어져'(중앙일보 8월10일자 사설 <개방 효과 보여준 축산물 값 하락>) '고기 맛 좀 보겠다'(헤럴드경제 7월24일자 사설 < FTA 덕분에 고기 맛 좀 보겠네>)는 소비자를 위해서였을 수 있다.

   
  ▲ 한국경제 8월3일자 사설.  
 
   
  ▲ 머니투데이 4월3일자 2면.  
 
'손주한테 오랜만에 쇠고기도 한껏 먹여야 하는데'(중앙일보 7월16일자 취재수첩 <'쇠똥' 세례 당한 소비자 선택권>) '먹거리 논쟁에 이데올로기를 덧씌우면 이제 좀 지치기 때문'(조선일보 7월26일자 칼럼 <'미국산 소고기 먹으면 미친다'는 그 주장>)일 수도 있다. 아니면 '2012년 3월31일 캘리포니아산 와인을 곁들인 미국산 프라임급 쇠고기에 하루의 피로가 날아간다'(머니투데이 4월3일자 2면 <포드차 타고 미 쇠고기 만찬…'소비자는 즐겁다'>)는 소비자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 지난 7월29일 미국에서 수입된 쇠고기에서 척추뼈가 발견됐다. 척추뼈는 현행 수입위생조건상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Specified Risk Material)로 분류돼 있다. ⓒ농림부  
 
그런데도 판매자 미국은 소비자 한국의 태도가 여전히 미흡하다며 성의를 보이라고 말하고 있다. 마이크 조한스 미국 농무장관이 지난 24일(현지시각) "이번 수입 재개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쇠고기 시장 개방은 여전히 미흡하다"며 "한국이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연합뉴스 8월24일자, 경향신문·매일경제 8월27일자).

   
  ▲ 매일경제 8월27일자 4면.  
 
조한스 장관은 "(이런 수준으로는) 의회의 한·미FTA 승인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현행 한국 정부 규정에 따르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 사태가 앞으로도 재발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한국 정부가 전면 검역중단 조치를 내린 다음날인 지난 2일 국제수역사무국(OIE)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 수입위생조건 개정 협의를 요청한 데 이은 또 한 번의 '적반하장'식 태도다.

현행 OIE 지침에 따르면 미국과 같은 '광우병 통제국'에서 생산된 쇠고기는 원칙적으로 교역에서 연령과 부위에 제한을 받지 않고, 소의 월령이 30개월 미만이면 SRM 가운데 두개골이나 척추 등도 제거할 의무가 없다. 그래서 미국 쪽은 현행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끊임없이 위반한 잘못을 시정하기는커녕 잘잘못 자체를 따질 수 없게끔 규정을 서둘러 바꾸자고 한 것이다.

지난 10일 관련내용을 단독 보도한 연합뉴스는 "가축방역협의회 무산과 검역 전면 중단의 근본 원인이 내수용, 갈비통뼈, 척추뼈 등을 보내 현행 수입조건을 끊임없이 위반한 미국 측에 있는 만큼, 오히려 미국이 위생조건 개정 협상을 재촉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었다. 반면 중앙일보는 같은 날 사설 <개방 효과 보여 준 축산물 값 하락>에서 "결국 소비자들은 더 싼값에 더 좋은 고기를 더 많이 먹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이것이 바로 시장 개방과 경쟁 확대의 효과다"라고 주장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미국 쪽 행태가 도를 넘어서였을까. 27일자 일부 신문은 사설에서 검역 중단과 재개 과정에 대해 "저자세 통상외교의 전형이요, 검역 주권마저 포기한 처사"(서울신문 <미 쇠고기 수입재개 불안하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 서울신문 8월27일자 사설.  
 
이미 농림부는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 출석해 "광우병 위험물질이 발견되면 수입중단조치를 내리겠다"고 답변한 바 있으나 이를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정태인·권오을·김태홍 8월21일 국회 기자회견). 반면 현행 수입위생조건 개정을 위한 수입위험분석 절차는 다시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지난 25일자 사설 <대책 없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서 "미국 수출업자들은 어차피 뼈 있는 쇠고기 수입이 허용될텐데 굳이 돈 들여서 검역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생각할 것이다. 정부한테 철저한 검역 의지가 없으니 미국 업자들도 크게 신경 쓰겠는가"라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8월27일자 사설.  
 
'적반하장' 판매자와 '바람잡이' 훈수꾼 앞에 한국 정부는 "당당하고 의연한 자세를 저버리고 미국의 그런 태도에 원인 제공을 하고 있는 셈이니 민망하고 안타깝다"(경향신문 <'미국 쇠고기' 언제까지 저자세 대응할 것인가>).

'소비자는 왕'이라는 데 미국산 쇠고기를 앞에 둔 한국 소비자도 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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