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농림부는 일본처럼 수입중단 조치를 취하는 대신 척추뼈 작업장 승인만 취소했다. 포장과정에서 종업원의 부주의로 발생한 단순 사고, 인간적 실수라는 미국 쪽 해명을 수용한 것이다. 갈비뼈가 검출된 4개 작업장도 새 수입위생조건이 발효될 때까지라는 단서를 달아 수출선적 중단조치를 유지하기로 했다.
척추뼈 검출로 검역이 중단된 것이 지난 1일인데, '신속한 해결'(매일경제 8월3일자 사설 <미국산 쇠고기 문제 신속하게 해결해야>)이자 '빠른 마무리'(한국경제 8월3일자 사설 <미 쇠고기 뼈 빨리 마무리해야>)가 아닐 수 없다. '개방 효과로 축산물 값이 떨어져'(중앙일보 8월10일자 사설 <개방 효과 보여준 축산물 값 하락>) '고기 맛 좀 보겠다'(헤럴드경제 7월24일자 사설 < FTA 덕분에 고기 맛 좀 보겠네>)는 소비자를 위해서였을 수 있다.
▲ 한국경제 8월3일자 사설. | ||
▲ 머니투데이 4월3일자 2면. | ||
▲ 지난 7월29일 미국에서 수입된 쇠고기에서 척추뼈가 발견됐다. 척추뼈는 현행 수입위생조건상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Specified Risk Material)로 분류돼 있다. ⓒ농림부 | ||
▲ 매일경제 8월27일자 4면. | ||
현행 OIE 지침에 따르면 미국과 같은 '광우병 통제국'에서 생산된 쇠고기는 원칙적으로 교역에서 연령과 부위에 제한을 받지 않고, 소의 월령이 30개월 미만이면 SRM 가운데 두개골이나 척추 등도 제거할 의무가 없다. 그래서 미국 쪽은 현행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끊임없이 위반한 잘못을 시정하기는커녕 잘잘못 자체를 따질 수 없게끔 규정을 서둘러 바꾸자고 한 것이다.
지난 10일 관련내용을 단독 보도한 연합뉴스는 "가축방역협의회 무산과 검역 전면 중단의 근본 원인이 내수용, 갈비통뼈, 척추뼈 등을 보내 현행 수입조건을 끊임없이 위반한 미국 측에 있는 만큼, 오히려 미국이 위생조건 개정 협상을 재촉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었다. 반면 중앙일보는 같은 날 사설 <개방 효과 보여 준 축산물 값 하락>에서 "결국 소비자들은 더 싼값에 더 좋은 고기를 더 많이 먹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이것이 바로 시장 개방과 경쟁 확대의 효과다"라고 주장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미국 쪽 행태가 도를 넘어서였을까. 27일자 일부 신문은 사설에서 검역 중단과 재개 과정에 대해 "저자세 통상외교의 전형이요, 검역 주권마저 포기한 처사"(서울신문 <미 쇠고기 수입재개 불안하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 서울신문 8월27일자 사설. | ||
이에 대해 한겨레는 지난 25일자 사설 <대책 없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서 "미국 수출업자들은 어차피 뼈 있는 쇠고기 수입이 허용될텐데 굳이 돈 들여서 검역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생각할 것이다. 정부한테 철저한 검역 의지가 없으니 미국 업자들도 크게 신경 쓰겠는가"라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8월27일자 사설. | ||
'소비자는 왕'이라는 데 미국산 쇠고기를 앞에 둔 한국 소비자도 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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