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공안광풍이 몰아칠 것인가. 정부여당이 ‘안보’를 강조하기 시작했고, 경찰은 이한영씨 피습사건과 관련, 보안법 관련자들을 조사하겠다고 밝히는 등 황장엽 비서 망명과 이한영 씨 피습사건을 계기로 정부여당이 ‘안보탄’을 쏘기 시작했다. 언론에서도 ‘간첩 5만명설’을 유포시키는 등 이에 동조하고 있다.

이런 흐름이라면 제 2의 공안정국이 조성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시민운동 단체들은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들이다. 한보사태, 날치기통과 등으로 현정권에 대한 불신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팽배해 있는데다, 지난 1월 22일 서해안을 통한 유송일 김영진씨 일가 귀순사건에서도 안기부의 공작 흔적이 밝혀지면서 공안기관의 수사도 믿지 못하겠다는 국민적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는 상황분석이다. 공안당국이 ‘양치기소년’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 역시 황의 망명 인정, 4자회담을 위한 3자설명회 수용 등 유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공안분위기 조성의 한 축인 북한이란 변수도 별 도움이 안되는 상황이란 것이다.

그래서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안보정국’이라고 언술하는 행위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반응이다.

노동법 안기부법 개악철회와 민주수호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의 박석운 집행위원장은 “YS정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극에 달한 상태이고 권력내부 분열이 가속화되고 있어 공안정국 만들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황·이 사건을 객관정세의 하나로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공안정국’이 도래할 것이라며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공안분위기로 몰고가려는 정권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실련 고재현 정책부장도 “‘공안정국’이란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실체없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라며 “한보의혹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계속 유지시키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사회시민단체들은 그러나 정부의 공안분위기 조성에 대한 경계는 풀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국연합 기동민 부대변인은 “이전과 같은 파괴력를 가질 수는 없겠지만 정부가 북한관련 안보사건 이외에는 정국운영을 주도할 ‘꺼리’가 별로 없다는 점에서 제 2의 깐수 사건 등 간첩 사건을 끊임 없이 시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황장엽’ 카드가 앞으로 향후 정국의 상당한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참여연대의 김기식 정책 실장은 “황장엽 비서가 국내에 들어올 경우 황장엽의 북한 관련 발언을 통해 단순히 재야인사들을 솎아내는 차원이 아니라 대선후보 등 남한 내부 핵심층에 타격을 가하는 방식으로 공안분위기를 조성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사회시민단체 간부들은 공안정국과 관련, 무엇보다 언론의 향배가 제일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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