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서울시장에 재직시절인 2006년 6월 발표한 서울 여의도 한복판의 3만3000제곱미터 54층 4개 동 규모의 국제금융센터와 관련해 서울시와 미국의 금융그룹 AIG와의 계약이 문제가 되고 있다.

KBS는 지난 21일 메인뉴스 <국제금융센터, AIG는 계약때부터 매각 계획> 보도에서 "여의도의 국제금융센터가 빈껍데기로 전락해 제2의 론스타 사건이 될 것"이라며 "계약당시 투자계획을 보면 매각 대금을 거둬들이는 시기가 2015년으로 돼 있는데 이는 (AIG가) 2013년 국제금융센터가 완공된 직후 짓자마자 팔아치우겠다는 의미"라고 보도했다.

   
  ▲ 박근혜 경선후보를 누르고 한나라당 대통령후보로 선출된 이명박 후보가 당원들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AIG는 계약때부터 매각 계획"

보도는 "매각 예상금액은 당시 가치로 2조5000억 원으로 추정돼 투자비 1조4000억 원을 빼도 1조 원 이상 남는 장사"라며 "여기다가 서울시는 AIG 측에 '(기공식을) 시장님 대선출마에 치적으로 만들자면 6월 말 임기 종료 전에 끝내라'고 줄곧 요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 후보가 자신의 '경제대통령'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세계적인 금융그룹의 아시아본사 이전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1조 원이 넘는 피해를 서울시에 안겼다는 내용이다. KBS의 이번 보도는 지난 9일 메인뉴스 심층취재 코너에서 <'국제금융센터' 빈껍데기 될 처지> 제목의 기사를 내보낸 데 이은 후속 보도다.

9일자 보도는 "이 전 시장은 지난해 3월 '일본의 AIG 아시아본부를 옮겨오기로 AIG와 합의했다', 'AIG와 이면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며 "하지만 2004년 5월 당시 AIG 회장은 아시아본부의 서울 이전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KBS는 AIG 뉴욕 본사에 확인한 결과 여의도 국제금융센터에는 AIG 아시아본사가 아니라 자회사인 'AIG 부동산투자'의 한국사무소가 들어서게 된다고 보도했다.

"경제대통령 이미지 노려 세계적 금융그룹 아시아본사 이전 추진…서울시에 1조 피해"

이를 보도한 KBS의 박태서 기자는 "이번 보도를 위해 5개월 동안 서울시청과 AIG 미국 본사 등을 오가며 취재해 왔는데 사건이 워낙 복잡해 가닥을 잡은 게 4개월 여 취재가 된 후였다"며 "지금은 이명박 대선후보 쪽도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지만 이 후보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방어하면서 당시 실무진의 과실로 치부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KBS의 이런 보도를 다른 지상파 방송이나 신문들은 거의 보도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박 기자는 "첫째로는 기술적인 문제로 AIG나 서울시청 모두 계약 내용을 밝히면 법적으로 문제가 되게 돼있어 갑자기 취재해서 나올 내용이 아닐 것"이라며 "둘째로는 이명박 대선후보가 막 한나라당 후보로 선출이 돼 인기가 높아진 만큼 언론의 이 후보 눈치보기 분위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방송·신문 침묵만 지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전담취재하고 있는 한 인터넷 매체 기자는 "회사 사정이 열악한 언론인 경우 제보나 탐사보도를 통해 큰 건을 잡아도 보도했을 경우 명예훼손 등으로 억 대의 손배소를 청구하면 보도의 사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일단 기자들의 월급 등이 가압류되는 등의 절차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AIG 보도의 경우 KBS이기에 가능한 보도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명박 후보는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날 한겨레를 상대로 5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손배소의 대상이 된 보도는 한겨레가 지난 17일 1·4면에 BBK 금융사기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씨와 한겨레21을 대리한 변호사와의 접견내용을 토대로 "(주)다스가 BBK에 투자했다는 190억 원은 이 후보의 돈이며, BBK·LKe뱅크, 이뱅크증권중개 등 세 회사의 자본금으로 사용됐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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