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김현철씨의 YTN 사장 임명 개입 사실이 기록된 박경식씨(G클리닉원장)의 녹음 테이프 및 비디오 녹화테이프 은폐 의혹에 휩싸여 곤혹을 치르고 있다.
파문의 발단은 박경식씨가 지난 10일 “경실련 양대석사무국장이 지난달 20일 녹화테이프를 훔쳐간 뒤 음성부분을 별도로 녹취해 갖고 있다”고 폭로하면서 촉발됐다. 박씨는 그뒤 경실련의 양대석사무국장을 테이프 절도 혐의로 서울 송파경찰서에 신고했다.

양대석국장은 이에 대해 “박씨가 지난해 12월 먼저 문제의 녹음테이프를 제보해 왔다”며 박씨의 주장을 부인하다가 파문이 확산되자 “녹화테이프를 허락없이 들고 온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특히 양국장은 당초 허락없이 가져온 비디오 테이프를 “파기했다”는 주장을 번복, 지난 13일 있은 기자회견에서는 “녹화 테이프를 매립했다”며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양국장 주장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선 녹음테이프를 입수한 지 2개월이 넘도록 왜 이를 공개하지 않았는가라는 점이다. 경실련측은 이에 대해 양국장이 입수 사실을 보고하지 않아 2개월 가까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국장 역시 출처가 불분명할 뿐 아니라 사실 확인이 어렵고, 특히 윤리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또 2월 20일 양국장이 테이프 입수 사실을 보고한 이후에도 이를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데 대해선 “박씨의 양심선언을 유도하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양국장이 당초 박씨를 만난 시점을 지난달 20일이라고 밝혔다가 다시 19일로 번복한 점도 석연치 않은 대목으로 꼽힌다. 게다가 지난 4, 5일께 파기한 채 땅에 묻었다는 비디오 테이프는 지난 13일 현장에서 발굴해 검증한 결과 별 흠집이 없었으며 재상 결과 선명한 화질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녹화 테이프의 파기 경위도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실제 양국장이 테이프를 파기하려 했다면 땅에 묻기 전 테이프를 유기용재에 담그거나 물리력으로 파손시키는 등 확실한 방법을 사용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에따라 일각에서는 양씨가 김현철씨 비리를 은폐하려고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설사 양국장의 처사가, 테이프를 공개할 경우 초래될 제보자의 신원 공개와 윤리문제를 고려한 것이었다해도 결과적으로 진실을 ‘은폐’한 점은 ‘도덕성’과 ‘순수성’을 생명으로 하고 있는 시민단체인 경실련의 위상을 뒤흔드는 것으로서 그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