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후보 캠프의 언론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했다. 박근혜 후보 캠프의 홍사덕 선거대책위원장은 17일 오전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언론에 대한 섭섭함을 표출했다.

홍 위원장은 “(17일 아침신문) 사설 읽으면서 대단히 슬펐다. 사리에 어긋나는 일로 왜 이토록 귀중한 지면 쓰는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17일자 동아일보 사설 제목은 <박근혜 캠프의 탈선>이었고, 조선일보는 <박 후보 진영이 지켜야 할 선>, 중앙일보는 <박 전 대표, 네거티브 선거운동 해명해야>, 서울신문은 <박 캠프는 진실 밝혀야> 등이었다. 모두 박 캠프를 향한 질타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홍 위원장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보도에 대한 생각을 묻자 “편파보도에 대해 (캠프에서 대처할) 방법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국민들 사이에 정도가 심하다는 반응이 많고, 이것이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야당을 하면서 특정 언론과 밀월관계를 가졌던 세력이 정권을 잡게되면 반드시 언론탄압을 하게되더라”고 덧붙였다.

이런 반응은 박 후보 캠프가 지금까지 자신들에게 다소 불리한 기사에 대해서도 언론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적은 없었기에 이례적인 것으로 보인다.

캠프 실무자들은 보다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공보 쪽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조선이나 동아가 장상·장대환 총리 지명자들을 검증했을 때의 정신은 다 어디갔냐”며 “더도 덜도 말고 그 때의 기준으로 이번 대선 후보들을 검증한다면 상황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후보가 자신과 측근들의 부도덕함으로 그로기 상태까지 가고 나면 조선·동아가 기다렸다는 듯이 휘슬을 불어대서 살려주는 양상”이라며 “특정 언론이 이렇게 대통령을 만들려 하면 권언유착은 뻔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언론인 출신이면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사덕 전 의원(중앙일보 출신)과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 두 사람은 지금까지 언론의 심기를 가능한 한 건드리지 않는 쪽으로 캠프를 운영해 왔다. 때문에 이렇게 불만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나선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대언론관계의 일정한 변화를 점치기도 한다.

당내 경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이명박 후보의 잇따른 부동산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은 배경에는 동아·조선의 보도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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