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입' '박근혜의 복심'으로 불렸던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 지지를 선언한 가운데 국민일보 서울신문 중앙일보 한겨레 등 언론들이 일제히 '한 컷의 촌철살인'으로 불리는 만평을 통해 전 의원의 '변절'을 풍자하고 나섰다.

지난 2004년 박근혜 전 대표가 당 전면에 나선 이후 2005년 11월까지 20개월을 '박 전 대표의 대변인' 노릇을 자임했던 전 의원이 "시대가 이 후보를 원한다"며 이 전 시장 캠프로 자리를 옮기자 이를 비판한 것이다.

국민일보는 13일 "표절…"이라는 제목을 "의절…"로 바꾸고 지난 11일 표절판결을 받은 전 의원의 책 <일본은 없다>의 제목을 <의리도 없다>로 고친 만평을 게재했다. 지금의 전 의원을 만든 베스트셀러가 표절이라는 판결이 난지 하루만에 이 전 시장 지지를 선언하고 나선 것을 비판한 것이다. 국민일보는 이 만평 아래에 "표절판결 하루만에…'머리'는 있다?"는 짧은 글을 달았다.

   
  ▲ 국민일보(왼쪽),한겨레 7월13일자 만평  
 
한겨레도 <일본은 없다>와 <근혜는 없다…이명박이 희망!>이란 두 권의 책을 양손에 들고 뛰어가는 전 의원을 묘사하고, 그 뒤에서 박 전 대표가 "표절도 하고 변절도 하냐?"고 화를 내고 있는 장면을 만평으로 실었다.

서울신문은 박 전 대표가 자신 앞에 엎드려 충성을 맹세했던 전 의원이 이 전 시장에게 '쪼르르' 달려가는 것을 보며 한탄하는 모습을 그렸으며, 중앙일보는 박 전 대표가 사이 좋았던 시절 전 의원과 찍은 사진액자를 바라보며 "배신녀!"라고 쏘아붙이는 만평을 게재했다.

만평 뿐만 아니라 기사에서도 전 의원의 변심을 바라보는 언론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경향신문은 이날 4면 기사에서 <전여옥 "이명박 지지" 커밍아웃 / "이 후보 시대정신" 입맛 변한 '박의 입'>으로 제목을 달아 전 의원의 이 전 시장 지지를 곱지 않게 바라봤다.

   
  ▲ 중앙일보(왼쪽),서울신문 13일자 만평  
 
서울신문은 5면 <'박근혜의 여자' 전여옥 '이명박 후보지지' 선언> 기사에서, 중앙일보는 <'박의 입' 전여옥 "5년 후 생각해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어제와 오늘의 입장이 달라지는 정치인의 세태를 전달했다.

한겨레는 5면 <'박근혜 입' 전여옥, 이명박 편으로>에서 전 의원의 정치 입문과정을 보다 자세히 다뤘다. 한겨레는 이 기사에서 "한나라당 안팎에선 전 의원이 2002년 대선 때 정몽준 후보의 '국민승리21' 당무위원으로 이회창 불가론을 폈다가 이듬해 3월 돌연 한나라당에 입당했던 전력과, 입당 전 박 후보를 '영남공주', '(박정희의) 정치적 유산 상속자'라고 비판했던 전력 등이 입길에 오르내렸다"며 "언론인이었던 그가 정몽준→박근혜→이명박으로 이어지는 '세 번째 변신'을 할 것이란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돌았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전 의원의 이 전 시장 지지가 자신의 저서 표절에 대한 비난여론을 '물타기' 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선일보는 5면 <'박근혜 입'이었던 전여옥, 이명박 지지선언>에서 일부 캠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전 의원이 11일 재판에서 '일본은 없다' 저서 표절이 드러나자 이명박 캠프 우산 속으로 숨는 모양 아니냐라며 배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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