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일각에서 포털 규제론이 부상해 업계가 반발하는 가운데, 포털에 대한 규제를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포털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현재 정치권이 제출하는 포털 법안은 적절치 않다는 문제제기이다.

▷정치권, 포털 규제 논의 활발= 포털에 대한 규제 목소리는 지난 2004년 말 통과된 신문법시행령의 ‘독자적 기사 30% 생산 조항’에 따라 포털이 인터넷신문에서 제외되면서 비롯됐다. 정치권에서는 포털 관련 논의가 꾸준히 진행돼 2005년에는 포털을 언론중재 대상에 포함시키는 노웅래·박찬숙 의원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2006년에는 포털이 자의적 편집을 할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심재철·윤원호 의원의 신문법 개정안이 제출돼 문화관광위에 계류 중이다.

올해 5월에는 진수희 의원이 일정 규모의 포털에 대해 자동검색 시스템 도입을 의무화하는 검색서비스사업자법을 제출했고, 김영선 의원도 광고 매출액 대비 검색광고 매출액 비율에 따라 검색서비스사업자를 선정해 △이들 사업자는 ‘편집되지 않은 검색’을 광고와 자사 콘텐츠 위에 배치하게 하며 △인터넷신문 등의 겸영 및 겸업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검색서비스사업자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또 김영선 의원과 이승희 의원은 각각 메인페이지의 뉴스 비율에 따라 인터넷신문을 규정하는 신문법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인 등 정치권의 법안 발의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일정 정도의 사회적 합의를 얻은 언론중재법 개정안도 아직 상임위에 머무는 점을 보면, 발의된 법안의 입법화 여부는 속단할 수 없다.

▷법안 적절성 논란= 게다가 법안의 적정성 논란도 있다. 현재 포털 규제를 주장하는 쪽은 포털의 여론시장 장악과 CP(콘텐츠 제공업자)와의 관계를 지적한다.

김영선 의원실 쪽은 “한국은 같은 뉴스콘텐츠 생산업인 신문 통신 방송의 겸영을 철저히 제한하고 있다. 여론조성기능을 하는 검색서비스사업자가 인터넷신문과 인터넷언론을 겸영 및 겸업할 수 있다면 신문이 방송을 겸업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수준의 여론독과점이 벌어진다”며 대형 포털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특정 서비스의 형태를 법으로 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뿐더러 효과적이지도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언론재단 최민재 연구위원은 “신문사는 민간기업이지만 지대수입에 대한 부가세가 없고, 잉크 등에 대해 관세를 면제해주는 것 때문에, 방송과 통신은 기간시설을 이용하는 독점권 때문에 책임을 물 수 있다”며 “여론형성 기능이라는 이유만으로 포털을 규제하는 것은 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기업협회 김지연 정책실장은 “일부 법안은 검색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시장에서 각기 다양한 검색이 발전해야 하는데, 사업자별 검색의 특징이 없게 되면 오히려 새로운 사업자들의 시장진입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한 언론사닷컴 관계자는 “규제는 필요하지만 뉴스검색 등 사실상 포털과 신문사닷컴의 사업 영역이 같은 상황에서 현재 같은 규제 움직임은 역차별 논란만 일으킬 수 있다”며 “IPTV가 모바일로 확산되는 등 미디어환경이 급변하는 속에서 검색의 의미도 지엽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랜 연구 통한 체계적 규제 필요”= 일부에서는 이러한 논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최진순 한경미디어연구소 기자는 “현재까지의 포털 규제 논의는 표현자유 확대와 산업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며 “포털 서비스 역기능에 대한 사회적 책임 부과도 기존 법제로 가능한 측면과 그렇지 않은 측면을 나눠 면밀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미래연구소 김국진 소장은 규제의 필요성을 전제로, “현재 발의된 법안과 같은 규제는 규제의 시그널은 될 수 있어도 우려점을 해소할 수는 없다”며 “정보활용 행태가 변하는 상황에서 학계와 기업, 정부가 결합해 인터넷에 대한 장기간의 연구를 통한 체계적인 접근과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포털 뿐 아니라 인터넷 전반의 저작권 침해나 사생활 정보 침해에 대해서는 실시간으로 고발하고 규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연구위원도 “포털의 댓글이 갖는 부작용과, 사적 내용을 공적 소재로 바꾸는 것 등은 문제지만 이에 대해서는 포털 뿐만 아니라 인터넷 전반의 규제 문제로 보고 표현의 자유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포털사업자의 IPTV 진출 등 방통융합 규제 논의와 관련해, 플랫폼 사업자라는 틀로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정부도 포털 대책 마련= 포털에 대한 정부 차원의 움직임도 있다. 문화부는 지난 9일부터 포털을 포함한 뉴미디어 전반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학계, 언론계 전문가들로 뉴미디어발전전략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고, 포털을 뉴스서비스사업자로 규정해 신문법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안은 신문과 마찬가지로 포털의 뉴스편집 등 여론 형성기능에 대한 상징적인 책임을 묻는 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말 포털 관련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던 정보통신부도 8월 경 포털 규제 법안을 포함한 제도 정비 방안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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