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지난 17일 특종보도한 <북 고위급 5∼7명 망명준비> 기사와 관련 이들에 대한 신변위협 등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기사가 아니었느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동아일보는 북한 노동당 황장엽비서가 망명 직후인 12일 미국 중앙정보국(CIA) 관계자와 한국정보관계자들과 대화한 면담록을 입수, 지난 17일 머리기사로 이같이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보도에서는 조선(북한) 고위급 5∼7명이 망명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만을 보도했을 뿐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서열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동아일보가 수도권판인 41판부터 기사를 내보내는 등 기사보안에 신경을 써 단독보도하려고 했던 이 내용이 17일자 조선일보 45판에 1면 중간머리로 같이 보도되자 18일자 1면 머리로 <서열 20위내 거물> <10위권 최고핵심도 포함> 등의 제목으로 망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구체적인 서열까지 공개하고 나섰다.

북한내부에서 이들에 대한 보복조치가 내려질 수도 있는 사안에 대해 특종보도만을 의식한 경쟁위주의 보도를 했다는 비난을 받을만한 대목이다.

중앙일간지 국제부의 한 기자는 “이 기사가 사실이라고 전제하더라도 북한 사람들의 인권을 존중, 보도를 자제했어야 했다”며 “문서를 입수했다고 해서 즉각적으로 무조건 기사화하는 것은 언론의 정도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동아일보의 보도에 대해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실을 부인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 문서가 ‘CIA측이 북한 내부의 혼란을 노리고 역정보를 흘린 것’이라는 설도 제기되고 있어 사실확인에도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동아일보는 이 기사가 나간후 실향민 등으로부터 항의전화를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 동아일보 연국희국제부장은 “면담록을 입수한 후 국익과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기사화 여부를 놓고 내부 논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국장, 부장단회의를 통해 북한 노동당 황장엽비서의 망명으로 북한 내부에서 강경파와 개혁파가 대립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미 공개됐으며, 지금과 같이 남북이 적대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망명도 하지 않은 사람에 대한 보호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에 따라 기사화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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