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독재 아래에서 정치권력을 비판하는 것만큼이나 종교는 언론이 드러내놓고 비판하기 어려운 성역 중 하나다. 소수종교도 그렇지만 대형화되고 권력화된 한국 기독교를 정면으로 비판한다는 것은 거의 무모한 짓에 다름 아니다.

   
   
 
교계 내부의 보수적 성향과 신앙에 기초한 강력한 결속은 비판을 무력화시켰고, 결과적으로 한국 기독교를 객관적으로 돌아볼 기회를 박탈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최근 평양대부흥운동 100주년에 맞춰 나온 ‘무례한 자들의 크리스마스’는 새롭지는 않아도 한국 기독교에 논쟁거리를 던진다는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게다가 저자인 최형묵 백찬홍 김진호는 한국 사회와 기독교의 상관관계에 관심이 높은 사람들이다. 동시에 이들 모두가 신학자다.

이들은 오늘날 한국 교회가 △기독교 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사회보수세력이 주장하는 정권교체 담론에 동조하면서 정치사회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두 가지 위기에 직면해있다고 주장한다. 한국 교회가 신앙 이상의 세속적 권력을 갈구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들은 또, 미국 교회의 성장과 관계된 형식이나 전략을 그대로 복사하는 등 미국교회를 향한 식민의식이 내재화돼 있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한국 기독교의 보수화는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 과정에서 벌어진 ‘대규모 좌파척결 집회’로 연결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한국 교회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득권 수호와 친미사대주의, 물신주의 등을 청산하고 회개를 해야 한다고 결론짓고 있다.

주류 대형보수교회의 일부 지도자들이 독재권력 아래에서 이권을 챙겼고, 친미적 특성을 보였으며, 반공주의·군사주의를 지지해왔다는 지적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저자들이 지적했듯, 우리가 당면한 문제는 한국 교회의 보수화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것과 대다수의 기독교인들이 이러한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