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는 ‘깃털’, 신문 사설은 ‘몸통’
검찰 수사는 ‘깃털’, 신문 사설은 ‘몸통’
검찰 ‘한보덮기’에 각 신문 외압실체 규명 강력 촉구
김현철씨 문제 제기로 관계당국 조사 방침 도출 한몫






한보 보도를 전반적으로 평가한다면 후한 점수를 줄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칼럼과 의혹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기획 기사 등은 여느 의혹 사건에 비해 돋보였다. 의혹을 뒷받침할만한 발굴기사나 스트레이트 기사는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사설·칼럼이나 기획 기사는 김현철씨 문제를 정면으로 부각하는 등 선전한 흔적이 역력하다.

특히 불씨가 꺼질뻔한 검찰의 한보 수사에 대한 언론의 막바지 뒷심은 주목할만했다. 지난 14일 검찰이 한보수사를 사실상 일단락짓겠다고 발표하자 각 신문은 일제히 사설·칼럼과 상자기사를 통해 이를 공박하고 나섰다.

이한영 피격, 황장엽 망명 등 한보 수사를 압도할 수 있는 뉴스거리들이 넘쳐 난 가운데 나온 보도들이어서 특히 눈길을 끌었다. 다만 정권 초기에는 할말을 다하지 못했다가 임기말에 접어들어서야 약화된 통제력의 틈새를 비집고 나섰다는 점에서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경향신문은 2월 14일 ‘부패척결에 혁명적 결단을’이란 제하의 사설을 통해 “오늘의 상황을 정권 차원의 위기를 넘어 국가위기, 체제 위기”로까지 규정했다. 경향은 그 탈출구를 ‘가신정치 혁파’에서 찾았다.

한국일보도 비슷한 논지를 유지했다. 한국일보는 이날 ‘검찰수사에 블랙 홀 있다’는 사설에서 “외압의 배후로 지목된 홍인길 의원의 외압 행사가 청와대 총무수석 시절을 비껴간 점, 대출액에 대한 미확인 등 숱한 의문점을 갖고 있다”면서 “김현철씨 조사를 주장하고 있는 야당의 주장을 검찰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무 논설위원도 7면 ‘메아리’를 통해 “현철씨가 나라를 위한 자기 희생을 한다는 생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라”는 논지를 전개했다.

13일자에서 이혁주 사회부장의 기명 칼럼을 통해 외압의 실체를 밝히라고 촉구했던 조선일보는 사설과 칼럼을 통해 연일 검찰에 김현철씨 수사를 촉구했다. 이혁주 부장은 ‘외압실체 밝혀라’에서 “이번 한보 수사의 핵심은 김현철씨와의 관련설 등에 대한 의문점들이 명쾌하게 밝혀져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흩어진 민심을 수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짜에서 ‘김대통령의 위기’라는 사설을 통해 김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던 조선은 15일자 사설에서 “김현철씨는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조선은 김현철씨가 한보 배후의 몸체로 지목 받고 있는 것이 시중의 설이라며 김씨가 조사를 받는 것만이 결과적으로 대통령을 위하고 이 정부의 앞길을 터주는 것인만큼 김씨의 결단이 시급하다는 논지를 폈다.

중앙일보가 14일자 1면을 통해 검찰이 김현철씨를 조사할 것이라며 현철씨를 직접 거명한 첫번째 보도기사를 내보냈다면 조선의 사설은 신문 사설 가운데 맨처음 현철씨를 언급했다. 물론 이전에 중앙이 13일자 사설에서 김현철씨의 입장을 주제로 한 사설을 게재했지만 조선에 비해선 강도가 낮았다.

조선은 이후에도 유근일 논설위원, 강천석 부국장, 최청림 논설실장의 기명칼럼 등을 통해 현철씨 문제 등을 포함한 한보 사태에 대한 정부당국의 해결 자세를 질타했다. 강천석 부국장은 20일자에서 ‘김현철씨’라는 과감한 제목아래 김현철씨와 관련한 정부당국의 태도, 현철씨의 처신, 그리고 검찰의 자세 등을 요목조목 비판하기까지 했다.

중앙도 조선일보에 뒤지지 않았다. ‘한보 축소 수사’ 비난 빗발(2월 15일 1면 머릿기사), ‘외압가린채 면죄부만 줬다’(2월 20일자 1면 머릿기사) 등으로 검찰의 수사 축소 움직임을 비판했던 중앙은 ‘유승삼 칼럼’에서 김대통령에게 ‘장고할 때가 아니다’고 촉구한데 이어 20일자 ‘의혹만 구체화한 한보 수사’ 제하의 사설에선 “검찰수사가 궁금증을 풀어주기는 커녕 그것을 증폭시키고 구체화했으니 실망스럽고 답답한 일이다. 이대로 덮어서는 안된다”며 김현철씨 조사 없는 한보수사 마무리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동아일보도 2월 13일 이례적으로 ‘김대통령은 결단 내리라’는 단일 사설을 게재했다. 동아는 이 사설에서 “현철씨의 경우 한보의혹 관련설이 공식 제기된 이상 그냥 넘어가기 어렵다. 자식 사랑하는 마음은 대통령이나 서민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국정 책임자로서 대통령은 부자의 관계를 넘어 국가적 위기를 몰아온 한보사태의 실체적 진실을 밝힌다는 대국적 차원에서 현철씨 문제에 대해 신속하고도 명확한 진상을 규명해야할 책무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신문들도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들 신문들과 대동소이한 보도태도를 유지했다. 결과적으로 각 언론사의 현철씨 문제에 대한 집요한 문제제기는 결국 현철씨의 검찰 조사를 이끌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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