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의 양봉진 부국장이 외국 주간지의 한국판 발행사업을 위해 한보그룹의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사실은 양 부국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의문점이 남는다.

양 부국장은 이 사업을 처음 추진하게 된 동기에 대해 “지난해 봄 대학 동창인 월간 ‘GIO(지오)’ 서모 사장으로부터 이 사업에 대한 제의를 받고 회사 차원에서 해볼 만한 사업이라고 판단, 사장에게 보고를 해 구두 결제를 받아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양 부국장은 이후 이 사업에 공동으로 참여할 업체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평소 친분 관계에 있던 한보그룹 정보근 부회장으로부터 한보계열사인 한맥유니온의 사업 참여를 구두로 약속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까지 외지와 어떤 계약이 이뤄지거나 한보로부터 참여 사실을 공식적으로 약속받은 사실은 없다는 것.

그렇다면 이 사업은 한보와 공식계약이 성립되기 전까진 한국경제가 주체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작 사업 추진 주체인 한국경제측은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구두로 참여의사를 밝혔을 뿐인 한보그룹측이 부담했다는 점을 당연시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다음은 양 부국장이 법인카드를 받게 된 경위의 문제다. 양 부국장은 지난 해 11월 자신이 이 사업을 위해 외국을 방문하는 등 업무 추진 사실을 전해 들은 정 부회장이 “해외출장 등에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느냐. 호텔비라도 대고 싶다”며 법인카드를 줬다고 밝혔다. 양 부국장은 “평소 친분 관계를 가졌던 정 부회장이 사업 추진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이를 줬다”며 “일종의 창업비 차원”이라고 해석했다.

정 부회장이 양 부국장에게 법인카드를 준 것은 공동사업을 벌이기 위한 전제를 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개인적 차원에서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양 부국장이 한보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은 사실은 편집국장에게만 보고됐을 뿐 결제권자인 사장에겐 보고가 되지 않았다. 특히 회사의 중요한 사업추진과 관련, 공식적인 출장비용 등을 지원받는 데 사장에게 보고가 되지 않았다는 점은 일반 기업의 논리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 사업을 한국경제와 한보그룹이 함께 할 계획이라면 이는 개인 대 개인의 차원이 아닌 회사 대 회사의 차원에서 이뤄졌어야 한다. 한보그룹이 양 부국장의 사업추진비를 부담하고 싶다면 개인적으로 법인카드를 줄 것이 아니라 당연히 한국경제의 공식 경로를 통해 제의를 했어야 한다.

더구나 한보그룹은 지난 91년 수서사건 당시 언론계에 거액의 촌지를 돌려 문제가 됐던 사실이 말해주듯 언론계 로비 때문에 말썽을 일으킨 전력을 가진 회사다. 한보그룹은 부도 사건이 터진 현재에도 ‘한보 언론인 리스트’가 나돌 정도로 언론계 로비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에 양 부국장의 해명에는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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