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사회부 이창원기자는 지난 2월 21일자 조선 노보에 미디어오늘의 보도태도를 강도높게 비판하는 기고문을 게재했다. 이 기자는 미디어오늘이 86호(2월 24일자)에서 조선일보의 잇따른 한보특종과 관련한 ‘음모설’을 특집으로 다루면서 조선 보도를 ‘깍아내리’고 ‘흠집내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논지를 전개했다. 이창원 기자는 조선일보 법조팀장이다.

그는 미디어 오늘이 취재기자가 어떤 노력과 고통을 들여 해당기사들을 작성했는지에 대해선 애정어린 시각 없이 시중에 나도는 쓰레기 같은 설만 나열하고 있다며 분노를 주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디어오늘에 실린 일련의 ‘음모설’ 기사들이 “조선 특종은 음모세력과 결탁해 만들어진 것이지, 기자가 발로 뛰어 취재한 것이 아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시종 ‘극언까지 서슴치 않은 보도’에 ‘대꾸할 가치도 느끼지 않고’ ‘기가막히지만’ 조선 특종들이 기자들의 땀과 눈물의 결실임을 밝히기 위해 미디어오늘 보도에 반론을 전개한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었다.

미디어오늘은 우선 조선일보 특종을 둘러싼 각종 설과 소문에 대해 그 진위를 정확히 밝혀내지 못한 점은 부끄럽게 생각한다. 음모설이 있다면 그것의 실체는 무엇이고 경위는 어떤것인지 파헤치고 설명해야 하는 것은 언론기관의 일차적 과제일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미디어오늘은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그것의 전모를 밝혀내지 못했다.

다만 취재와 보도 과정에서 음모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나도는 언론계 풍토와 취재환경에 초점을 맞추고 보다 본질적인 문제에 천착하고자 했다. 그것의 결과물은 미디어오늘 86호 3면 ‘조선 잇단 특종 불구 왜 음모설에 휘말리나’ 제하의 기사에 잘 나타나 있다.

특히 미디어오늘은 보도 과정에서 언론이 추측성 소문을 아무런 근거 없이 곧바로 인용했을 경우 갖게될 위험성에 대해 적지 않게 고심했다. 자칫 정확한 경위도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자들이 발로 뛰어 찾아낸 소중한 성과물일지도 모를 특종기사들을 결과적으로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감을 가졌던 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고심의 흔적은 관련 기사들속에 최대한 배어있다고 자신한다. 그럼에도 조선 기자는 미디어오늘이 예단과 단정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단정’했다. 조선 보도에 거명된 관련 정치인들에게 일일히 확인작업을 거쳤으며 그들의 발언도 되도록이면 객관적으로 인용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조선 기자는 이들이 제기하는 의혹 내용을 인용한 것 까지 미디어오늘의 시각인 것으로 몰아붙였다. 게다가 미디어오늘은 음모설 보도를 내보내기 전 조선일보측에 취재기를 요청했고 조선일보측은 이를 수락했다가 “마치 음모설이나 해명하는 것으로 비춰질수 있다”며 신문제작 직전 거절의사를 전달해 왔다.

보도 이후에도 노조측이 반론문 게재를 요청해와 마찬가지로 이에 응했으나 사회부 취재기자는 이것마저 거부했다. 일관된 반응은 음모설을 제기하는 사람들 모두가 조선일보 특종을 질시하는 정신 나간 사람들이고 그것에 일일히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보도경위나 결과를 둘러싼 논란에 머물지 않는다. 바로 조선일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 기자의 솔직한 판단이다. 음모설에 대해 분명하고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곳은 조선일보 뿐이다.

그러나 조선일보 사회부 법조팀은 소위 대통령의 자제 조차 공공연하게 거론하고 있는 음모설 자체를 성립할 수 없는 궤변으로 비난하고 있을 뿐 이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은 없다. 이미 벌어져 있는 상황을 애써 무시할 것이 아니라 그러한 설과 소문을 잠재울수 있는 경위 설명을 가능한 선까지 해주는 것이 독자나 언론 동업자들에 대한 올바른 예의가 아닌가.

그러한 노력은 도외시한채 미디어오늘 기사를 정독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논리로 미디어오늘 보도를 폄하하고 격하하는 것은 앞뒤가 바뀌었다.

조선일보 사회부 이창원 기자에게 묻고 싶다. 진실은 무엇인가. 도저히 밝힐 수 없는 속사정이 있는가. 그리고 미디어오늘이 한 기자의 ‘화풀이 대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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