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대운하 사업 공약이 여러 측면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

논란의 축은 크게 두 가지로, 수자원공사 태스크포스팀이 작성한 '경부운하 재검토 결과보고서'가 어떻게 유출됐는지와 이 후보의 서울시장 재직 시절 서울시 산하기관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대운하 보고서'를 어떤 경위로 작성했는지에 관한 것이다.

이명박 대운하 보고서 수사 두 축, 수자원공사 유출경위·시정연 작성경위

관련 의혹의 해소를 위해 각각 경기지방경찰청과 서울지방경찰청이 수사를 진행중이다. 전자의 경우 수자원공사 김상우 기술본부장이 결혼정보업체 P사 대표 김모 씨를 통해 이코노미스트 박모 기자에게 유출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이 사안은 정부가 대선 후보의 공약검증을 하는 게 타당하느냐는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언론이 경쟁적으로 취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성격이 다르다. 이명박 후보의 서울시장 재직시절 서울시가 직위를 이용해 특정인의 선거운동을 위한 공약사업을 연구했는지가 의혹의 본질이다. 즉 사전 선거운동을 했느냐 여부이며, 이는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는 문제다.

그럼에도 25일자 조선일보의 보도는 이 문제의 본질을 '정부 개입'으로 몰고갔다. 조선은 4면 <선관위 의뢰→압수수색 일사천리로>에서 "경찰이 서울시정개발연구원(시정연)에 대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착수한 이유가 뭘까"라는 의문점을 던졌다.

   
  ▲ 조선일보 6월25일자 4면  
 
조선은 경찰이 시정연의 선거법 위반유무를 가릴 혐의내용에 대해 설명하면서도 '문제'를 수사착수 자체에 있다고 했다. 조선의 보도내용은 이렇다.

"문제는 검찰이 선관위의 의뢰로 '이명박 산악회'에 대해 압수수색을 한 뒤 수사에 착수하고, 또 검찰이 시정연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것이 묘하게도 이달 들어 이뤄진 점으로 미뤄볼 때 마치 '역할분담'을 하고 수사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인상을 준다는 점이다. 선관위 의뢰→검찰 수사지휘→경찰의 압수수색 과정이 마치 짜여진 시나리오처럼 신속히 이뤄지고 있는 점도 눈길을 모은다."

조선, 시정연구원 선거법 위반여부 뒷전…"수사 일사천리, 물타기" 의심에 급급

조선은 이 후보측 진수희 대변인의 말을 빌어 "전형적인 물타기 수사"라고 전하면서 "수자원공사 등이 주축이 된 TF가 이 후보의 대운하 공약 타당성을 문제 삼는 보고서를 작성해 언론에 유출한 것이 문제가 되자, 시정연 대운하 보고서에 대한 수사를 뒤늦게 착수해 관심을 분산시키려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시정연의 선거법 위반 소지에 수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앙선관위 조사총괄과 김판석 서기관은 "시정연의 '대운하 보고서'가 이 후보의 서울시장 재임시절 작성됐고, 공무원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특정 후보의 공약을 연구 작성토록 한 것"이라며 "우리가 수사의뢰를 한 것은 보고서 작성행위가 시정연의 업무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조선일보의 시정연 수사에 대한 '의심'은 25일자 5면 <'이명박·박근혜 공약 흠집내기'에 정부기관 총동원>이라는 기사에서 보다 뚜렷해진다. 조선은 "한나라당의 경선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민감한 상황에서 △정부 기관들이 검증에 총력 동원되고 있고 △사법 기관까지 야당후보 관련 사조직 수사에 착수하는 것은 뭔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한나라당은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은 그 근거로 △총리실 산하 한국교통연구원의 '경부운하 건설'(이 후보 공약) '한·중 열차 페리사업'(박 후보 공약) 검토 TF를 구성한 내용과 △대운하 보고서 관련 수자원공사 주축으로 TF를 가동한 점 △철도시설공단의 열차 페리사업 검토 자료수집 △진실화해위의 정수장학회 진상규명 등을 들었다.

   
  ▲ 조선일보 6월25일자 5면  
 
"정부, 한나라 공약 흠집내기 총동원" 목청…시정연 보고서 작성행위는 '쏙 빼'

그러나 이 기사엔 야당 후보 공약 검증에 나선 사례만 열거했을 뿐, 이명박 후보 재직시절 시정개발연구원이 '대운하 보고서'를 작성한 것에 대한 언급이나 문제의식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공약검증 주체를 문제삼으려면 우선 그 공약이 적법하고 적절한 절차를 통해 제작됐는지에 대해 따져야 한다. 그것이 오히려 순리에도 맞고, 유권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오로지 정부가 한나라당 양대후보의 공약검증을 흠집내지나 않는지,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조차 '물타기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데만 급급하다. 선거정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중적인 언론보도의 전형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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