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통령 선거일 180일 전인 6월22일부터 인터넷게시판이나 홈페이지에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후보의 지지·반대 글을 올리는 것이 금지된다'고 발표하자 네티즌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참여연대가 '2007 대선, 네티즌은 입다물라?'  (http://agoraplaza.media.daum.net/petition/petition.do?action=view&no=28543&cateNo=245&boardNo=28543)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서명에 들어간 것을 비롯해 선관위의 UCC 운용기준의 철폐를 요구하는 서명이 잇따르고 있다. 

   
  ▲ 선관위의 UCC운용 기준을 비판한 패러디물. ⓒ디시인사이드  
 
참여연대는 지난 22일 "'글을 여러 번 쓰느냐, 한번 쓰느냐'는 선거에 대한 관심의 차이일 뿐 선거운동 여부를 판단하는 척도로 사용할 수 없다"며 "특히 댓글, 스크랩, 퍼가기, RSS, 트랙백 등 정보공유와 소통을 위한 기술적 환경이 획기적으로 변화한 조건에서 이러한 규제조항은 더더욱 시대착오적인 것"이라며 선관위의 조처를 강하게 비판했다. 

네티즌들은 언론의 불공정한 선거 보도를 언급하며, 개인에 적용되는 선거법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다음 토론방에서 '하얀눈동자'라는 네티즌은 "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중파 방송과 일간지들을 중단시키지 않습니까? 이니셜이나 패러디만 가지고도 선거법 위반이라고 잡아가는데, 비할 수 없이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일간지와 공중파 방송들의 그 무수한 정치관련 상징물과 담론들은 전부 중지시키지 않습니까?"라며 "왜 그건 저항 없이 국민에게 보여줘야 하고 국민이 직접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인터넷은 통제해야 합니까? 역시 시민들은 무지해서?"라고 반문했다.   

'똑바로 살아라'라는 네티즌은 "어디까지가 의사표시고 어디부터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행위'인가? 이 점에 대해 판단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일부 언론 기사에도 나오는 걸로 봐서 나만 헷갈리는 건 아니지 싶다. 도대체 누가 이따위 법을 만들었고 누가 그 법을 만드는 데 동의했나?"라며 "잘못된 법으로 인해 민의는 사라지고 언론의 지껄임만이 남게 됐다. 기자실 폐쇄에 대해 '언론탄압', '독재자'라고 죽는소리하던 주류 언론사들은 이번 법 시행에 대해 왜 이리 조용한가?"라며 항변했다. 

블로고스피어에서도 "표현의 자유가 저해된다"는 직접적인 비판,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려면 투표도 안 해야 되겠네?"라는 비꼼, "나를 고발하라"는 항변, 그리고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고 의견을 개진하는 묘책(?)들이 올라오고 있다. 

블로거 '그만'(http://www.ringblog.net/976)은 "'선거와 관련된 단순한 의견 개진과 의사표시'는 되고 '특정 입후보 예정자를 당선 또는 낙선되도록 하기 위한 내용의 UCC'는 안 된다는 기준은 선관위 작위적인 판단에 의할 수밖에 없다"며 "선거는 정치권들의 리그가 아닌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 둔 페스티벌인 셈인데 '말하는 것'을 비롯해 '표현하는 것' 모두를 단속 대상으로 삼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를 크게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블로거 박형준씨(http://blog.daum.net/ctzxp/6699094)는 "한마디로, 나중에 선거벽보나 멍하니 보고 뉴스나 신문기사나 보면서 입 꾹 다물고 지내다가 도장이나 찍으라는 얘기와 다를 게 없어 보인다"며 "선관위는 그 법을 제대로 실행하려면 검색요원 330명이 누군지, 무슨 기준으로 뽑았는지, 그리고 법의 정확한 내용이 무엇인지, 명백하게 밝히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Korean Jurist'라는 블로거(http://blog.koreanjurist.com/17)는 "anonymizer 류의 프라이버시 보호용 프록시 서비스에 대해서 공부해 두고, usenet, p2p, ftp, 그리고 메신저 등등의 활용법을 잘 숙지해 두라"며 선관위 단속의 허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나는 왜 허경영을 지지하는가?'라는 글을 올려 선관위의 방침에 적극 항변하기도 했다.

한편, 선관위 방침을 다룬 언론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21일 SBS <8뉴스>가 "대선을 꼭 6개월 남겨놓은 내일부터는 정치인들이나 공무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조심해야 할 일들이 많아진다.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로 특정인을 지지하는 행위도 엄격히 금지된다고 하는데, 하지 말라고 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알아서 자제하는 시민의식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라고 클로징 멘트를 내보내자 블로거들은 "무슨 5공도 아니고 쌍수들고 환영하는 저런 멘트를… 자세하게 안내해줘도 모자라는 판에 아주 알아서 기라는 듯한 뉘앙스, 아니 직언이군요"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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