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진순 한경미디어연구소 기자  
 
지난달 29일부터 사흘간 SBS가 개최한 ‘서울디지털포럼(SDF) 2007’에는 내로라 하는 세계적 미디어 기업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연사로 나선 구글 에릭 슈미트 회장을 비롯 앤 스위니 디즈니-ABC 그룹 사장, AP 톰 컬리 사장 등은 “소비자에 맞춘 콘텐츠 생산과 배급”이라는 ‘미디어 빅뱅시대’의 생존전략을 재확인하는 자리로 삼았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소비자-개인화’에 초점을 맞췄다. 지금까지의 미디어간 융합은 기존 산업구조를 해체하는 변화로 그쳤지만 이제는 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맞춤 접근에서 그 성패가 결정될 것임이 명백해졌기 때문이다.

콘텐츠 소비자가 곧 생산자가 되는 UCC는 대표적이다. 소비자들이 제작한 콘텐츠가 네트워크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다가 장비의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 콘텐츠 생산과 유통에 있어 미디어 기업의 새로운 역할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미디어 기업은 M&A를 통한 외연 확장은 물론이고 콘텐츠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스토리’나 ‘배급’은 가장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부분이다.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찾는 소비자들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생산 시스템이 바뀌고 있다.

AP는 2008년을 목표로 검색과 링크가 가능하도록 메타데이터를 마련한다. 로이터는 기자들간 철저한 분업으로 입체적인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콘텐츠는 원소스멀티유즈의 인프라를 거쳐 다양한 디바이스로 공급되고 있다. 영국의 경우 320만 명이 ABC의 인기 드라마 <로스트>를 TV가 아닌 휴대전화로 시청했다.

디즈니-ABC 그룹은 2005년부터 아이튠즈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한편 웹사이트로 ‘다시보기 서비스’를 확대했다. 지난해 UCC의 메카 유튜브를 인수한 구글은 소비자들이 광고도 정보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개인 성향을 고려한 맞춤 검색을 기반으로 하는 광고나 지도와 사진의 결합 정보 서비스인 ‘스트리트 뷰’ 런칭을 마무리했다.

이 모든 것은 콘텐츠 생산과 유통의 주역인 소비자들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다. 포럼에서도 이제 미디어 빅뱅은 소비자들에게 언제, 어디서,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더 많은 콘텐츠 결정권이 있음을 확인했다. 또 공유, 참여, 분산, 집단지성 등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는 미디어 기업간 파트너십의 확대로 나타나고 있다.

뉴미디어와 올드미디어가 서로 손을 잡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미국 야후와 14개 신문사의 결합은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돼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로 인용됐다. 구글은 지난해 AP에 이어 최근 AFP와 전재계약을 맺었다. 로이터도 야후, 플리커와 함께 UCC 채널을 강화하는 한편 최근 캐나다 금융정보 업체인 톰슨 간의 인수합병을 추진했다.

로이터미디어 크리스 에이헌 사장은 “더 많은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 상당한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면서 “올드미디어는 현재 디지털 뉴스의 생산과 배포방식의 정착과 함께 저널리즘 가치의 수호라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크리스 앤더슨 와이어드 편집국장이 “블로거들과 경쟁하는 만큼 미디어는 소비자들과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대목이다.

뉴스룸 내부의 통제(문화)를 풀어야 하고 언론인들이 커뮤니티에 폭넓게 참여할 수 있도록 권장해야 하는 것은 그것이 브랜드의 로열티를 높여 새로운 시장을 열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기술이 오히려 TV시청을 확대시킨다”고 발표한 닐슨 애널리틱스 래리 게브란트 수석부사장의 견해는 새겨둘 필요가 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퇴물이 될 것으로 예측하는 TV가 광대역(BcN)에 연결될 때 정교한 검색기능을 갖춘다면 광고와 시청자가 조화되면서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 어느 때보다 올드미디어의 가능성과 역할이 부상하면서 ‘혁신’의 중요성이 재확인됐다. 혁신이 더욱 일어나야 하고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미디어 빅뱅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소비자가 누구인가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확인하고, 그 소비자를 위한 접점을 늘려야 하는 과제는 아직도, 그리고 앞으로도 유효하다.

한미FTA 등 시장 개방과 컨버전스의 파고를 겪고 있는 국내시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40조원의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구글의 오너까지 참석한 서울디지털포럼의 전체 스토리가 ‘원론적’이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있지만, 소비자와 콘텐츠라는 화두를 한국의 미디어 기업에게 다시 전파하는 계기가 된다면 그만한 성찬도 없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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