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씨 망명을 둘러싼 언론의 과도한 보도경쟁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이한영씨
피격 사건에서는 사건 발생 초기 경찰 추정을 기정 사실화한 예단성 보도가 잇따라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이씨 피격 사건과 관련, 속보 경쟁에 치우친 나머지 사실 확인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오보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기사 3·4·5·7면

조선일보가 지난 13일 황장엽비서의 친필 서신을 단독 보도한 이후 언론사의 특종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7일 동아일보가 황씨와 미 중앙정보국 관계자의 면담록을
공개한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북경의 한 특파원은 실제 북에서 망명을 준비하고 있는
고위급 인사들이 여럿 있다면 그들의 신변이 온전할 수 있겠느냐면서 국익과 직결된 문제일
경우 기사 게재여부를 보다 신중하게 결정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의 모부장은 황씨 망명을 계기로 북한 내부에 온건파와 강경파의 대립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공개된 사실이라며 망명하지도 않은 사람들을 보호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자 문화일보의 1면 머릿기사인 남한내 간첩 5만명 보도에 대해 문화
노조는 이 기사가 남한내 보수강경세력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이용되지 않길 바란다며
냄비언론, 한건주의 등의 비판을 듣지 않기 위해서는 간첩 5만명의 실체를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 15일 이한영씨 피격 사건 직후 경찰이 피격에 사용된 총기의 제원과 목격자
증언을 근거로 사건을 간첩 소행으로 추정하자 각 신문 방송들은 이를 기정 사실화해 1면
머릿기사로 보도했다.

그러나 지난 1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현장의 탄피가 브로우닝 탄알이 아니라고 발표한
데 이어 중앙일보가 피격 직후 이씨가 간첩, 간첩이라고 말했다는 목격자 진술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밝혀내 경찰의 간첩 추정에 의문이 제기돼, 이를 일방적으로 대서특필한
언론 역시 무책임한 예단 보도였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이밖에 언론은 취재 경쟁에 몰두한 나머지 사실 확인도 제대로 되지않은 보도를 연발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16일자에 이씨 피격의 최초 목격자를 이씨의 부인이라고 보도했다가 수정
했으며, 조선일보도 같은 날 <병원서 간첩이야>라는 제목의 사회면 머릿기사에서 병원에
실려간 이씨가 간첩, 간첩이라고 말했다고 잘못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지난 18일자 초판 1면 머릿기사에 (경찰이)자칭 여기자등 3명 추적이란 기사를
출고했다가 기사에서 용의자로 지목한 여기자가 모자동차 회사의 새모델을 시승한 것으로
밝혀지자 이 기사를 다음판부터 삭제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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