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기자실 통폐합 조치('취재지원 선진화방안')에 대해 언론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며 언론을 통제하고 언론의 자유를 훼손한다는 논리다.

   
  ▲ 정부가 '취재지원시스템선진화 방안'을 발표한 22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브리핑룸에서 취재진들이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  
 
김창호 처장 "'기자실 통폐합' 국민 알권리 침해 비판 타당성 없어"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22일 브리핑을 마치고 나오면서 이번 방안에 대해 언론사들이 '국민의 알권리' '언론통제'를 내세우며 반발하리라는 예상을 했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예상했다. 하지만 그런 논리는 전혀 타당성을 갖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언론 뿐 아니라 시민단체와 언론단체 정치권 모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참여정부 임기 말에 엄청난 반발과 혼란을 예상했으면서도 기자들의 '취재'를 시스템으로 손질하겠다는 발상이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이번 조치의 근저에는 △기자들의 접근권 자체를 차단해 상주할 수 없게 만들겠다 △전자브리핑제와 같은 시스템을 통해 홍보하겠다 △이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예상되는 수많은 문의 사태에 대비해서는 언론사와 기자에게 1주일에 한 번 정도씩만 질문권을 제공하겠다는 발상이 담겨있다.

취재지원을 선진화하겠다면서 기자들의 질문권을 제한하겠다고 당당하게 밝힌다는 것부터 아이러니하다.

기사송고실 통폐합에 대한 반작용으로 언론계에서 그동안 유명무실하던 정보공개법의 문제점을 지적한 데 대해 정부는 개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어떻게'에 대한 부분은 구체적이지 않다. '비공개 대상 정보여도 적극적 공개를 위해 공익 차원에서 비교형량 노력을 하도록 규정하겠다'는 것이다. 그저 전보다 적극적으로 노력을 하겠다는 '선언'으로밖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정보공개요청 시 공개여부에 대한 답변을 10일 이내에, 답변 연장을 10일 이내에 하도록 돼있는 조항이 악용되고 있다는 많은 기자들의 민원에 대해 언급조차 없다. 이는 기자실 통폐합에 대한 언론의 반발을 희석시키기 위한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홍보방식과 마인드부터 바뀌어야

기자들의 사무실 무단출입을 이번 조치의 이유로 들이댄 것도 과도하다. 설령 기자들이 사전 허락을 받지 않고 사무실을 들어갔다 해도 그러한 부분을 개선해나가면 될 일이지 이런 식으로 대대적인 개편을 할 일까지는 아니다.

무엇보다 정권말에 이런 혼란과 반발을 예상했으면서도 떳떳하게 속내를 드러내기보다 '참여정부 초기부터 해온 일이며 기자들이 여전히 사무실 무단출입을 빈번히 해오고 있기 때문에 추진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솔직하지 못하다. 정부의 순수한 의도를 이해한다손 치더라도 왜 임기를 1년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하느냐에 대한 명쾌한 답변은 없다. 기자들과 분리해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분명히 있다고 판단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반발을 불러올 조치를 단행하긴 힘들다. 홍보처 관계자는 "언론계 반발을 이해한다"며 "하지만 어떤 음모가 숨겨져있지는 않다"고 답변했다.

참여정부 초기의 개방형 브리핑제 도입과 언론대응 시스템은 기자단의 폐해를 극복하고 정보 공개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과 무분별한 묻지마 기사를 차단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돼왔다. 하지만 이후 모든 정책과 홍보가 '시스템'에만 의존하는 쪽으로 변질됐고, 언론대응과 관련해 불필요한 갈등을 확대시켰다는 점도 함께 지적됐다. 김창호 처장은 이에 대해 이렇게 답변했다.

"엉터리 같은 언론의 공격이 올 때 최소한 말뚝을 박고 당당하게 얘기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이는 자기방어이며 최소한의 홍보이다. 다만 그것이 과도한 갈등을 유발했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로서는 아쉬운 일이다."

정부정책의 본질을 설명하기 위한 홍보는 '자기방어적'이 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기자와 국민을 이해하고 그들을 납득시켜가는 과정에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시스템을 아무리 뜯어고친다 한들 해소될 수 없다. 홍보방식과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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