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2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해 발표한 '기자실 통폐합' 방침에 대한 신문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23일자 아침신문들은 1면을 비롯해 2∼3개 면에 걸쳐 정부의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의 문제점과 정치권 언론계 학계 시민단체 등의 반응을 전하면서 조목조목 비판했다. 전국단위 종합일간지들은 모두 관련 내용을 사설로 싣고 정부의 이번 방침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향후 5년 간의 인권정책 로드맵을 담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22일 확정했지만 사형제, 국가보안법,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음은 이날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들의 1면 관련기사와 사설 제목이다.

경향신문 <모두가 반대하는 기자실 폐쇄 왜? '5공의 악몽'이 떠오른다>
국민일보 <"기자실 통폐합 헌소 검토">
동아일보 <"국민 눈-귀 막을건가" 공무원들도 "기막혀">
서울신문 <부처 '기자실 통폐합' 거센 논란>
세계일보 <"기자실 통폐합 저지 입법 추진">
조선일보 <"브리핑룸 통폐합 저지 위해 입법">
중앙일보 <기자 밀어내고 장막에 숨는 정부>
한겨레 <대통령뜻 '받아적기'…고장난 '참여시스템'>
한국일보 <"기자실 통폐합 저지 입법">

경향신문 <'브리핑룸 통·폐합' 강행한 정부의 오만과 독선>
국민일보 <기자실 통폐합 최대 피해자는 국민>
동아일보 <언론 봉쇄, 반민주 정권의 폭거다>
서울신문 <언론자유 훼손하지 말라>
세계일보 <언론 통제는 절대 성공 못한다>
조선일보 <대통령 화풀이가 언론정책 되는 나라>
중앙일보 <언론자유 뿌리 뽑겠다는 건가> <국정홍보처는 폐지돼야 마땅하다>
한겨레 <비판과 토론 외면하는 노무현 정부>
한국일보 <언론 통제는 독재다, 철회하라>

진보·보수 성향 가릴 것 없이 신문들은 이번 조치를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침해라고 규정하고 정부가 이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중앙일보 5월23일자 사설  
 
먼저 중앙일보는 사설 두 꼭지를 모두 관련 내용으로 채웠다. 중앙일보는 <언론자유 뿌리 뽑겠다는 건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는 정부의 이번 방안을 80년 언론통폐합과 비교하면서 "악명 높은 1980년의 언론 통폐합이 기사 생산지인 언론기관을 물리적으로 난도질했다면, 이번 조치는 기사 소스와 유통 경로를 교묘히 옥죄어 정보를 통제하려는 꼼수"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이 사설에서 "국무회의가 어제 의결한 조치는 한걸음 더 나아가 헌법 21조가 규정한 언론 자유마저 침해하는 반역사적 행태"라고 규정하면서, "우리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 "우리는 동업 언론사들과 협조하여 위헌 투쟁도 벌여 나갈 것"이라고 밝혀 성명서를 방불케 했다.

중앙일보는 또 국정홍보처 폐지를 주장하는 사설에서 "이 부처는 오랫동안 국정 홍보보다는 정권 홍보에 나랏돈을 쓴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면서 "정권의 홍위병 역할을 하는 이런 후진국형 정부기구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나아가 "대선 주자들은 홍보처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도 사설을 통해 "4개 야당과 대선주자들, 대다수 언론단체와 시민단체, 각 언론사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일제히 반대했는데도 정부는 막무가내였다"면서 "노 정권의 반민주성을 여실히 입증한 행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아일보는 이어 "이번 조치로 정부와 국민 간의 소통이 더 어려워짐에 따라, 진실로 위민 정책을 펴보려 하는 다수의 공복들 또한 힘들게 됐다"며 "정부가 공론의 햇볕을 거부하고,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면 성공 가능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언론자유 훼손하지 말라>는 사설을 통해 "지금처럼 정부가 일방적으로 취재시스템을 바꾸겠다는 것은 정권의 편의만 생각한 독선이요, 오만일 뿐"이라며 "취재지원 방안을 만들면서 그 흔한 공청회 한 번 제대로 열지 않은 것은 무슨 이유인가"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브리핑룸 통·폐합' 강행한 정부의 오만과 독선>에서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거의 모든 언론매체와 언론단체, 언론학계, 정치권이 '독재적 발상' 이라고 규탄하고, 심지어 정부내에서도 상당수가 강력히 반대하는 브리핑룸 통·폐합 조처를 무엇 때문에 군사작전 하듯이 밀어붙이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이번 조처는 취재 활동의 위축과 국민의 알 권리 봉쇄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또 "언론 자유와 직결되는 중대한 결정을 하면서 제대로 여론수렴과 관련 부처·단체간 협의도 거치지 않은 일방통행식 반민주적 정책집행 과정도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잘못을 깨닫고 이번 조처를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도 <비판과 토론 외면하는 노무현 정부>라는 사설에서 정책결정 과정을 문제삼았다. 한겨레는 "이번 방침이 결정되기까지, 언론·시민단체들이 참여한 공청회나 토론회는 한 차례도 없었다"면서 "대통령의 '의지'만 있고, 토론과 비판은 사라진 셈"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어 "이번 결정을 철회하고 시민사회와 언론, 학계 등이 고루 참여하는 제대로 된 논의의 장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발표…"알맹이 빠진 '국가인권 로드맵'"

정부는 22일 국무회의에서 법무부가 보고한 '2007∼2011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확정했다. 국가인권기본계획은 △정치적 권리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 인권 △인권교육 등의 분야에 대한 향후 5년 간의 인권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인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사형제와 국가보안법 폐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놓지 않았다.

한겨레는 10면 <법무부 '인권의식 뜨뜻 미지근'>이라는 기사에 따르면, 법무부는 사형제는 2007년 안으로 사형제도의 존치 여부 및 절대적 종신형 도입의 타당성을 분석해 국회 법안 심사에 반영하도록 했고, 국가보안법은 폐지하는 대신 개별 사안에 따라 기소유예 처분이나 불입건 처리를 활성화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하도록 했다.

법무부는 또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국방부 산하 대체복무제도 연구위원회의 검토 결과가 나오면 후속 조처를 논의하도록 했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문제에 대해서도 준법 집회를 최대한 보장하며 집회·시위 자문위원회를 활성화해 경찰 조처의 공정성을 강화하도록 했다.    

경향신문은 10면 <알맹이 빠진 '국가인권 로드맵'> 기사에서 "이번 발표에는 사형제와 국가보안법 폐지,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복무제 도입 등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놓지 않아 '알맹이 빠진 인권개선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 한겨레 5월23일자 사설  
 
이에 대해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이번 계획에 대한 실망을 드러냈다. 한겨레는 사설 <인권 후진국 못 벗어날 국가인권정책>에서 "정부에서 앞으로 추진할 인권정책에 관한 종합계획을 처음으로 마련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내용을 보면 여전히 인권 후진국이란 비판을 벗기 어려울 듯하다"고 혹평했다.

한겨레는 "사형제와 국가보안법 폐지,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등 핵심이 빠졌다"며 "국가인권위원회와 인권 관련 시민단체를 논의에서 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긴 하나, 결과는 그야말로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서울신문도 <핵심쟁점 비켜간 국가인권계획>이라는 사설을 싣고 "유엔은 국가보안법의 과도한 남용을 여러차례 지적해 왔고,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한 수감자 숫자도 한국이 가장 많다. 사형제 역시 이제는 폐지해야 할 때에 이르렀다고 본다"고 밝히고 "그러나 법무부는 세 가지 사안을 '추후 논의 과제'로 돌려버렸다"고 비판했다.

서울신문은 이어 "이런 핵심 쟁점들을 우회하면서 무슨 인권 증진을 논한다는 말인가"라면서 "빠른 시일안에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론을 유보한 쟁점들을 정리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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