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보도국장 등 언론사 보도책임자들은 정부의 이른바‘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기자실 통폐합)’을 반대하는 이유로 ‘알 권리 위축’을 우선으로 꼽았다.

미디어오늘이 22일 편집·보도국장과 보도책임자들을 상대로 기자실 통폐합과 관련한 의견을 물은 결과 “정부가 알리고 싶은 정보만 공개할 경우 취재 자체가 어렵다”며 “알 권리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부정적인 견해가 압도적이었다. 참여정부(정책)에 호의적이었던 언론사조차 “언론의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데서 나온 졸속안”이라고 비판하는 등 기자실 통·폐합 비판에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었다.

경향신문 이대근 정치·국제담당 에디터(부국장)는 “정부를 위해서도, 언론을 위해서도 최악의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기자들이 한 방에 있다고 담합한다는 건 무지의 소치”라며 “대통령이 잘못된 판단을 내렸고, 필요한 정보를 국민이 얻을 수 없는 상황이 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차준영 편집국장은 “정부와 국민의 소통창구가 기자실인데 부처 40여 개를 3곳으로 줄이겠다는 건 결국 정부 일을 폐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이며 국민의 알 권리를 제한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문화일보 이용식 국장도 “정보공개의 투명성과 신속한 정보공개 절차, 모든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공무원 인식 전환 등의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국민의 알 권리가 침해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SBS 김성우 보도국장은 “기자실이 축소되면 권력 비판이나 알 권리 제한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 정부의 부정적인 언론관이 기자실 통·폐합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국일보 이진희 편집국장은 “기자들이 기자실에 앉아서 기사를 담합한다는 현 정부의 부정적인 언론관이 무리한 기자실 통폐합을 추진한 계기”라며 “문제가 있으면 보완해야지 대책 없이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성기준 편집국장은 정부가 보완책으로 제시한 전자브리핑과 정보공개법 제도 등에 대해서도 “인터넷으로 정보를 공개하는 건 한계가 있다. 취재원 접근이 더 제한되고 애로사항이 많을 것”이라며 “얼굴을 직접 보고 질의를 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는데 기자실을 없애고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기자실 통폐합은 정보접근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정부의 생각과는 반대로 경영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신문사들의 취재활동을 위축시켜 ‘여론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신문 강석진 편집국장은 “기자실이 통·폐합되면 신문사들이 더 많은 기자들을 투입하거나 정부부처 근처에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벌일 것”이라며 “자본이 많은 회사가 더 많은 정보를 알아내고, 경영기반이 취약한 회사는 더 고통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정부의도와는 반대로 자본의 논리가 보도에 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KBS의 보도국 간부도 “큰 언론사는 큰 어려움이 없겠지만 작은 언론사와 대안매체의 여론선도 능력은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한 언론사 간부는 “돈 많은 회사는 정부 부처 근처에 오피스텔을 얻는다는 얘기도 있지만 우리 같은 회사는 경비를 감당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국민일보 박인환 편집국장은 “사무실을 얻는 문제 등은 사정이 비슷한 다른 언론사와 논의하는 등 해결방법이 있겠지만 더 걱정스러운 것은 취재제약으로 인한 신문품질의 저하”라고 밝혔다.

오마이뉴스 이한기 뉴스게릴라본부장은 “보도자료에 근거한 취재방식을 개선할 여지가 있고, 외교부나 시경처럼 기자단이라는 카르텔이 축소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브리핑의 질이 부실하거나 홍보관리 파트에서 비판적 취재를 막을 경우 폐단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일간지 편집국장은 “정권말기인데다 대선을 앞두고 기자실 통·폐합을 추진하는 것은 언론보도를 통제하겠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추진하더라도 충분한 논의를 거쳐 다음 정권에서 추진토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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