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영찬 '스누나우' 편집장  
 
"오랜만에 스누나우 좀 둘러보려고 www.snunow.com이라 치고 들어갔는데 이상한 페이지가 나오네요."

지난 8일 서울대 교내 월간지 '서울대저널'(www.snujn.com)의 독자게시판에 '새빛'이라는 닉네임으로 올라온 글의 일부다.

그는 "신호철씨가 편집장 하던 2001년부터 꽤 오랜 시간동안 들락거렸던 사이트인데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도메인 판매업자의 화면이 뜨는 것을 보니 대학생활에 대한 오랜 기억을 누군가 와서 칼로 파버려 간 듯한 느낌이네요"라며 아쉬워했다.

신호철씨는 현재 편집권 독립을 요구하며 파업 중인 '시사저널' 기자로, 지난 2001년 서울대 인터넷뉴스 '스누나우'의 초대 편집장을 지냈다.

어떻게 된 걸까. 스누나우는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이력을 부풀려 논란을 빚은 황라열 당시 총학생회장의 '진상규명 청문회'를 주도했던 서울대의 대표적인 교내 자치언론이었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대에서 정영찬(21·인문대 3년) 스누나우 편집장을 만났다.

다음은 정 편집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도메인은 어떻게 된 건가.

"도메인 기간은 1월 말에 만료됐다. 유예기간이 만료되는 2월까진 기간 연장을 했었어야 했는데 아이디와 패스워드의 인수인계가 제때 되지 않는 바람에 시기를 놓쳤다. 의도된 바는 아니었지만 도메인이 넘어가게 됐고 적어도 1년 동안은 'www.snunow.com'이라는 도메인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다시 구입할 수도 있겠지만 1년 후에 (도메인을) 살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다. 5월 말이 만기인 서버는 살려 지난 6년 간의 자료는 어떤 식으로든 보존할 생각이다."

"도메인보다는 사람 없는 게 문제…사실상 지난해 초부터 위기"

- 종간을 의미하나.

"지난 5일 역대 편집장들의 모임에서 종간이 결정됐다. 일단 온라인은 그렇다. 오프라인으로는 (스누나우가) 이름을 바꿔 존속할 가능성도 있다. 3대 편집장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2학기에 스누나우 고별호를 오프라인으로 발간할 것이다. '회고록' 형식이 될 듯하다. 매체 성격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바뀌는 만큼 '(자치)언론'으로서의 성격은 많은 부분 잃게 될 것이다. '학보' 정도의 형태를 띠게 되리라고 본다. '명맥만은 유지시키자'는 취지가 반영됐다."

- 도메인 문제가 종간의 직접적 계기가 됐나.

"아니다. 사람이 없다. 도메인 문제는 종간에 30∼40%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면 된다. 사실상 위기는 2006년 초부터 시작됐다. 2005년에 11∼12명 정도였던 기자가 2006년 1학기가 되자 절반 정도(5명)로 줄었고, 올해에는 단 두 명(편집장, 취재기자 1명)만 남았다. 그런 가운데 도메인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 운영하는 데 경제적인 어려움은 없었나.

"총학생회 회칙의 재정 관련 부분에 '관악 캠퍼스 학생회비의 10%를 자치언론기금으로 한다'는 조항이 있다. 2004년부터 교지기금을 교내 자치언론들에 배분한 것이다. '교지 관악'은 큰 광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자치언론은 재원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 기반인) 스누나우의 경우 배너 형태로 광고를 받을 수밖에 없었는데 수익금은 크지 않았다. 주로 도메인과 서버를 유지하거나 축제나 선거 등의 기간에 노트북을 대여하는 비용 등을 자치언론기금으로 충당했다. 2005년부터 오프라인 제작은 대행업체에 맡겼다. 한 업체가 광고대행과 인쇄를 병행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광고수익으로 인쇄비를 대면 비용은 따로 들지 않았다."

"경쟁보다 연대 통한 '학내 언론 인프라' 구축 고민"

- 편집은 어떤 방향으로 했었나.

"2005년 2학기까지는 다양한 분야를 소화하다가 2006년 1학기에 편집장을 맡게 되면서부터 학내의 계기적 이슈에 집중하는 것으로 편집방향을 틀었다. 여력이 없기도 했지만 여러 학내 언론들과 독자를 공유한다고 봤기 때문에 겹치는 소재를 제가끔 기사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특히 학내 선거시기에 투표율 등을 실시간으로 전할 수 있는 매체는 인터넷뉴스인 스누나우가 유일하다시피 했기 때문에 속보에도 주력했다. 다른 학내 언론들과 경쟁하기보다는 연대를 통해 '학내 언론 인프라'를 구축하고 그것을 학생들에게 잘 알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지난해 '황라열 사태'를 계기로 '자치언론연대'를 구상했지만 청문회와 탄핵 이후 오히려 에너지가 소진되고 추동력도 상실해 결국 무산됐다. 기고도 특정된 사안에 맞춰 받으려고 했다. 다양성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봤다. 양만 늘지 질은 좋아지지 않았을 것이다."

- 편집장으로서 어려운 점도 많았을 텐데.

"'편집장 1인 체제'보다는 '평의회' 스타일로 꾸려가려 했다. 3학년이나 4학년이 맡아오던 편집장을 2학년이 되자마자 맡아야 했기 때문에 스스로 어리고 경험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강요할 권한과 따를 의무를 강조하기보다 함께 논의하고 비판하는 것이 바람직하리라 판단했다. 다른 학내 언론매체의 편집장들에게 자문도 많이 구했다. 스누나우 편집장으로서의 위상보다 스누나우를 제대로 운영해 살리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지난해 6월 '황라열 탄핵'이라는 학내 의제를 주도했다.

"당시 시험기간이라 주간으로 발행되는 '대학신문'이 3주간 휴간 중이었다. 보도매체로서의 위상도 높았을 뿐만 아니라 대학신문의 휴간 탓에 기고도 몰렸다. 공식학보인 대학신문이 황라열 문제의 확대를 원치 않았다는 소문도 있다. 그래서인지 대학신문 기자들이 익명으로 기고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취업 위한 경력만이 중요…'자치'에 대한 관심 줄어"

- 스누나우의 종간이 대학 자치언론의 전반적 위기나 한계상황으로 확대 해석될 수 있을까.

"가능할 것이다. 학생들에게는 인턴, 영어시험, 학점 등 취업을 위한 이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기사를 쓰고 싶어' 학내 자치언론의 기자가 되려 하는 것이 아니라 기자 활동마저 이력사항에 한 줄을 추가하기 위한 도구가 된 상황인 것이다. (민주주의 원리로서의) '자치'의 가치에 대한 인식 변화를 얘기하기도 사치스럽다. 자치에 대한 관심 자체가 크게 줄어들었다. 언론활동도 마찬가지다. 함께 할 사람이 없다. 수업을 듣는 것보다 (자치언론) 활동에 참여하는 편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설득하기가 곤란해졌다."

- 마지막 편집장이다.

"마지막 편집장이 되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현실을 직시해야 했다. 그래도 지난 6년 간의 자료가 축적된 서버는 살릴 것이다. 자체 웹사이트를 통할 것인지 위탁 운영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가령 서울대 선거 투표율과 같은 자료의 가치는 매우 크기 때문에 접촉해오는 곳도 있다. 또 다른 자치언론인 '서울대저널'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인터넷매체인 스누나우가 없어지면 학내 속보를 챙길 만한 매체가 마땅치 않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 한다. 없어져야 할 것이 없어지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일 테고 없어지면 안 되는 것이 없어졌다면 다시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 개인적인 계획이 있다면.

"지난 2년 간 스누나우에 '올인'했다. 전부였다. 이제 학점도 올리고 학과도 선택해야 한다. 취업은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언론학을 전공해 실무에만 치중하느라 소홀하게 여겼던 이론을 갖추고자 하는 바람도 있다. 진로는 언론계나 마케팅·광고 분야를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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