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블로거, 대선여론전 ‘도전장’
블로거, 대선여론전 ‘도전장’
[사이버 대선⑤] 주목받는 ‘1인 미디어’

대선후보도 블로거… 조작 차단 ‘과제’

지난 2002년 대통령선거를 ‘인터넷 대선’이라 말하지만 당시 이용자 참여는 댓글 남기기, 논객의 글에 지지 혹은 반대 표명하기 등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웹2.0 열풍을 타고 등장한 이용자제작콘텐츠(UCC)는 ‘유저 크리에이트 체어맨(User Create Chairman)’이라는 말까지 만들어낼 정도로 이번 2007년 대선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언론과 정치권의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동영상 UCC나 아직은 그 진가가 드러나지 않은 1인미디어 블로그는 이용자들이 주체가 된다는 점에서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블로그를 주목하라= 인터넷 업계에서는 이번 대선에서 블로그의 역할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지난 대선에서 댓글과 휴대폰 문자가 소통의 매개체가 된 것처럼, 올 대선에서는 블로그가 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게시판, 카페, 미니홈피 등이 외부 검색이 안 되는 폐쇄형 구조인 것과 달리, 블로그는 제목·내용에 대한 정보가 분리돼 실시간 검색 등이 가능하기에 이슈가 빠르게 확산되고 재배포되기 쉬운 구조를 갖고 있다.

최내현 미디어몹 편집장은 “블로그는 검색이 잘 되고, 네트워크의 강점이 있어 확장 속도가 엄청 빠르다. 게다가 적극적 인터넷 사용자들이 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대선에서의 구실을 기대하게 한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의식적으로 블로그에 방문하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업자가 블로그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점은 대선 국면에서 블로그의 영향력 증가를 시사한다.

다음이 ‘블로거뉴스’를 통해 이슈 생산을 독려하는 것이나, 통신사인 연합뉴스가 국내 1위의 메타블로그 사이트 ‘올블로그’와 제휴해 블로그를 주요하게 배치하는 것도 단적인 예다. 이외에 올블로그, 이올린, 미디어몹 같은 메타블로그 사이트에서 자동 생성되는 ‘이슈’모음코너와 ‘태그’ 또한 여론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IT 중심이었던 블로그계(블로그스피어)에서 정치 경제 사회 등 시사 이슈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올블로그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시사, 라이프, 연예·스포츠, IT·과학, 리뷰, 재미 등으로 구성된 ‘이슈’ 코너에 등록된 2만758개의 글 중 시사 이슈는 4739개로 전체 22.8%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유정원 올블로그 부사장은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노무현 조선일보 등의 시사 관련 태그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올초 노무현 대통령 연두 기자회견 당시 몇몇 언론이 <노 대통령 “양극화 책임없다”>는 제목으로 포털에 기사를 송고했다가 블로거들의 지적을 받은 뒤 두 시간만에 기사를 수정한 일은 블로그의 정치적 가능성을 짐작케 한다.  

▷빈약한 정보·조작 가능성= “블로거들은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없는 라디오 대담 프로그램이고, 편집자가 없는 의견 칼럼니스트”라는 미국의 한 언론인의 말처럼 게이트키핑이 없는 점은 블로그의 매력이지만 반대로 명예훼손 내용이나 잘못된 정보가 등록될 경우 그 위험성은 걷잡을 수 없다.

또 ‘댓글 알바’가 ‘블로그 알바’로 변신할 가능성도 있다. 특정 대선 캠프나 지지자들이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거나 메타블로그 사이트의 ‘추천’ 기능을 이용해 여론을 조작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한경미디어연구소 최진순 기자는 “아르바이트형 블로거와 순수 블로거, 정치발언을 하는 시민단체의 블로거 등의 대혼잡 양상이 빚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블로거를 속였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홍보대행사인 에델만코리아 이중대 부장은 “블로거들은 속거나 이용당했다는 느낌을 제일 싫어한다”며 “정치인이 속였다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신뢰에 금이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파워블로거가 대선 여론을 주도하는 미국과 달리 양질의 정치 콘텐츠를 생산할 블로거가 부족하고, 블로거의 취재환경이 척박한 점은 블로그 영향력에 대해 회의적인 전망을 드리운다.

“정보와 토론을 결합하는 것이 정치 블로거들의 장점”인데 아직까지 한국의 정치 블로그는 정보보다는 토론이 중심이기 때문이다. 최진순 기자는 “한국의 블로그 환경은 지식인이나 전문직이 블로그에 대거 참여하는 미국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 “나는 블로깅한다, 고로 소통한다”= 주요 대선 후보가 동영상 UCC 제작과 유포에 ‘올인’하는 것과 달리 블로그를 통해 소통하는 정치인들도 늘고 있다.

정동영 손학규 원희룡 노회찬 심상정 예비후보들은 블로그 세상에서 한 명의 블로거로 통한다. 심상정 의원(민주노동당)은 청와대와의 한미FTA 논쟁, 이른바 ‘심청전’으로 블로그계에서 화제가 됐고,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경우도 블로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정 전 의장은 처음에 블로거에게 반말을 사용했다 비판을 받았지만 계속 블로깅을 해 블로거들의 호감을 샀다.

심상정 의원실의 조세훈 보좌관은 “메이저 언론이 주목하지도 않았는데, 5편의 글 조회수가 10만을 넘기면서 블로그의 영향력을 실감했다”며 “블로그가 동영상 UCC와 접목될 경우 파괴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한나라당 쪽 후보가 아닌 대선 후보들이 블로그를 주로 사용하고 있고, 블로거들의 정서 또한 비한나라당, 반한나라당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인터넷 업계에 밝은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 캠프에서는 좁은 의미의 UCC에 매달려 재밌는 동영상 생산에 집중하는데, 이는 언론에 회자되는 데 좋지만 실제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며 “블로그 세상에서 ‘빅마우스’가 출연해 여론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무방비로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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