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방송법 제정 움직임을 계기로 그동안 광고업계에서 문제되었던 방송광고물의 사전심의제도가 폐지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위기인 것 같다. 정부안에 의하면 이제부터는 ‘사전심의’를 폐지하고 대신 ‘사후심의제’를 도입하여 문제가 되는 경우에만 그 정도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검열’과 다를 바 없는 사전심의로 많은 제약을 받아왔던 광고업계 일선의 분위기는 당연히 환영할 수 밖에 없다.

사후심의는 표현의 자유도 어느 정도 보장하면서 높은 윤리의식과 책임감을 갖도록 유도도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것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사전이냐 사후냐가 아니라 누가 어떤 기준으로 심의를 하느냐 하는 것이다.

우선 사후의 경우에도 심의의 주체가 여전히 정부기구인 방송위원회에 귀속되면 광고는 여전히 타율규제의 멍에를 벗어나지 못한다. 심의의 주체가 광고자율심의기구나 매체사, 혹은 관련 업계단체 등 민간부문으로 옮겨져야 진정한 민주화, 자율화의 길이 열리지 않겠나 생각된다.

여기서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매체의 역할이다. 매체가 광고주, 대행사와 함께 광고산업의 핵심 주체임을 생각하면 매체도 그냥 광고의 ‘배달부’로 머물지 말고 자기 매체에 실리는 광고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다음은 심의방법의 문제이다.

사회의 현실을 무시한 교과서적인 윤리기준, 심의하는 사람의 직업이나 나이 등에 따라 자의적으로 광고가 해석되는 경우, 광고 현장의 목소리가 홀대를 받고 크리에이티브를 비크리에이티브적인 잣대로 바라보는 완고함.... 이런 것이 그동안 마찰의 원인이었던 것이다.

광고하는 제품이나 내용에 따라 심의기준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면 의약품이나 어린이 용품같이 경우에 따라 그 위해의 정도가 큰 제품은 엄격한 심의가 필요하겠으나 성인용 정장의 이미지 광고가 왜 심의가 필요한지 이해하기 어렵다. 심의의 대상도 표현방법보다는 내용의 진실성 여부로 옮겨져야 하며 광고 일선의 목소리도 더 많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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