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한화 회장 폭행사건 침묵하는 이유
한겨레, 한화 회장 폭행사건 침묵하는 이유
[기자칼럼] 사흘째 관련보도 전혀 없어

한화 김승연 회장의 아들 폭행사건에 대해 언론들은 사흘째 보도를 이어가고 있으나 여전히 '익명' 보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 중 유독 눈에 띄는 언론사가 있다. 한겨레신문이다. 한겨레는 그동안 재벌의 세습경영과 부도덕한 축재에 많은 비판을 가한 신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겨레는 사건 발생 한달 반이 넘은 상황에서 상당수의 언론사가 취재경쟁을 벌이면서 사흘째 관련보도를 하고 있음에도 아직 한 꼭지의 기사도 쓰지 않고 있다.

한겨레 "사실확인 아직 안돼"

한겨레는 "사실확인이 안 된 상황에서 소재가 솔깃하다는 이유만으로 보도하긴 어렵다"는 입장인데, 사건 담담 팀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24일 연합뉴스에 보도된 뒤 취재해보니 양 쪽 당사자 모두가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경찰도 실체에 대해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솔깃한 소재이긴 하나 최대한 사실확인을 한 뒤 보도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뚜렷한 사실확인이 없는 부분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언론사는 확인없이 보도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사건 담당 팀장은 "의혹제기 수준이거나 첩보를 근거로 쓰는 면도 있다고 본다"며 "시점상 한발 늦더라도 정확한 사건 전모를 보여주자는 생각"이라고 답변했다.

'그동안 재벌의 세습체제를 비판해온 한겨레로서 재벌회장이 아들 폭행사건에 직접 나섰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도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관심은 많이 가지고 있지만 문제는 어떻게 보도하느냐"라고  밝혔다.

"다른 신문 첩보 의혹 수준의 보도…관심 없는 게 아니라 어떻게 보도하느냐의 문제"

그러나 이번 사건은 이미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장희곤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은 26일 "지난 17일부터 사건 당사자 2명을 소환한 바 있고, 오늘도 3명을 불러 조사중"이라며 "김승연 회장의 소환 여부는 다른 이들을 조사해본 뒤에 판단할 일로, 내사 결과를 바탕으로 입건할지 말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 서장은 이미 25일에도 기자들을 상대로 사건수사에 대한 브리핑을 한 바 있다.

사건의 쟁점 역시 김 회장과 경호원들이 현장에서 피해자들을 폭행했느냐, 제3의 장소로 데려가 집단 구타했느냐 정도만 남은 상태로 △김 회장의 아들이 피해자가 일하고 있는 서울 북창동 유흥업소에 경호원을 대동해 사과를 요구받으러 간 사실 △당시 양쪽이 다시 대치해 김 회장이 현장에 등장했다는 사실은 한화 쪽도 인정하고 있다.

이 정도라면 언론사로서 쟁점을 '확인해가는 과정'(양쪽의 주장과 경찰 수사내용)에 대해서도 충분히 보도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게 다른 기자들의 설명이다. 한 언론사 사건데스크는 "사건팀 기자의 경험으로 이 정도 사안을 보도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건 쟁점 '김 회장 폭행했느냐' 여부…한화도 당시 사건 일부 시인

   
  ▲ 중앙일보 4월26일자 10면 기사의 '김 회장' 표기부분  
 
26일자 신문 중 한겨레 외에도 주목할 만한(?) 기사는 중앙일보에도 있다. 중앙은 한화그룹과 김 회장에 대해 전날 '대기업 A회장'으로 표기했으나 26일자엔(10면 하단 상자기사 <대기업 회장 '보복폭행' 의혹 무성>) 'H그룹 K회장'으로 썼다. 반면, 피해자로 알려진 종업원에 대해서는 조모씨(28)로 표기해 형평에 맞지 않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 사건담당 기자는 "사실 확인이 가장 중요한데 24일까지는 아직 (확인이) 안 된 상황이었고, 어제(25일)는 남대문서에서도 수사진행 상황을 밝혔다"면서도 "다만 '창고에 데려가 때렸다'든지, 회장이 폭행했다는 주장은 엇갈리고 있어 익명성을 보장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가해자는 왜 'S클럽 종업원 조씨'로 표기했느냐'는 질문에 "회사명을 밝히면 수만 명 이상이 알 수 있지만, S클럽 조씨라고 밝히는 것은 그쪽 주변의 100여 명 정도만 알 수 있다"며 "명예훼손의 범위와 규모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의 기사를 잘 읽어내려가다 보니 기자가 실수를 했거나, 표기의 원칙이 없는 것 아닌가 하는 부분이 발견되기도 했다. K회장이라는 표기를 해놓고 기사 뒷부분엔 갑자기 '김 회장'이 등장한다("세 아들이 하버드대 등 미국 명문 대학에 입학하자 김 회장은 이를 매우 자랑스러워했다고 한다").

중앙일보 '대기업 A씨'에서 'H그룹 K회장' '김 회장'으로 표기 

중앙일보 기자는 익명을 쓴 이유에 대해 "맞았다는 사람이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MBC는 25일 <뉴스데스크> '재벌회장 보복폭행 속보, "치료비도 줬다"'에서 "뺨 몇 대 맞은 거다. 지금은 다 나았다"는 피해자(북창동 술집 종업원)의 발언을 전했다.

   
  ▲ 중앙일보 4월26일자 10면  
 
물론 중앙일보는 다른 신문에 비해서는 가해자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려는 고민을 했다. 26일자에도 여전히 익명을 쓴 신문이나 한겨레와 한국일보처럼 아예 보도하지 않은 신문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실명을 직접 거론한 언론사가 조금씩 늘고 있다. 25일부터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을 명기한 머니투데이에 이어 뉴시스도 같은날 저녁부터 <경찰, 한화 김승연 회장 자녀 '보복폭행' 관련자 소환>이라는 제목으로 실명보도를 하기 시작했다.

   
  ▲ 뉴시스 4월25일 밤 송고된 기사  
 
한편,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여러가지 수사의 허점을 드러냈다. 사건 당일 112 신고를 받고 출동했음에도 수사를 진전시키지 않았고, 김 회장과 아들의 국내 소재 사실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다.

경찰청장 출신 한화간부, 내사 전 남대문서에 문의 전화

장희곤 남대문서장은 "당시 (지구대의) 기록을 보니 사건정황에 대해 판단을 한 뒤 훈계도 한 것으로 돼 있었다. 하지만 가해자가 현장에 없었기 때문에 더 이상 수사를 진척시키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장 서장은 김 회장과 아들의 국내 소재 사실에 대해서도 "24일까지는 비서실에 확인해본 결과 외국에 나가 5월에 돌아온다는 설명을 들어 그렇게 밝힌 것인데, 일부 언론 보도를 보고 다시 출입국 관리 기록을 확인하니 국내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이 됐다"며 "당시엔 출입국 관리 기록까지 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경찰청장 출신 한화간부의 수사 문의전화를 받아 외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질문에 장 서장은 "남대문서가 내사에 들어가기 보름 전쯤에 간부로부터 문의전화가 와 확인해보니 수사진행 중인 게 없었다. 그 뒤에 내사 지시를 받고 수사에 들어간 것으로 외압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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