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문화연대는 '최근 경향은 '경향신문''을 주제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7층 레이챌카슨룸에서 제11회 문화콘텐츠포럼을 개최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이종님 성공회대 연구교수(동아시아연구소)는 '경향신문의 급진적 변신 그 실체적 평가'라는 발제문에서 "현 정권과 보수언론에 의해 '진보' 개념이 퇴색되거나 희석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경향신문은 '창간 60주년 기획:진보개혁의 위기' 등의 기획기사를 통해 시의성과 색깔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특히 청와대와의 대립각 형성 및 한·미 FTA에 대한 꾸준한 비판과 여론형성을 경향신문이 주목받게 된 주된 요인으로 지목했다.

"'독립언론들', 보수언론과 대립하면서 보수언론 닮아갔다"

'경향신문의 한·미 FTA 보도는 무엇이 달랐나?'라는 주제로 발제한 김동준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정책부장은 경향신문이 한·미 FTA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한다는 점에서 한겨레와 유사한 논조를 보이지만 표현방식에서 차이가 있으며 그것이 이 신문을 차별화하는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성적 접근 △자체 분석력 △논리적인 자료정리 등을 경향신문의 강점으로 꼽았다.

경향신문 기자로서 발제를 맡은 이대근 정치·국제에디터는 "경향신문이 주목받는 것은 한국사회의 기형성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국내 독립언론들이 보수언론과 대립하면서 오히려 보수언론을 닮게 됨에 따라 특정한 정파적 주장을 위해 의도적으로 부분적인 사실들만을 동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개혁이라는 가치를 지지하는 것과 개혁을 주창하는 정파를 지지하는 것은 다른 일"이라며 "경향신문은 △모든 기득권과 정면대결을 하고 △시대의 모순과 맞서며 △균형을 지키고 △서민대중의 관점으로 보는 '진보적 정론지'를 지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실장은 "서민대중의 아픔을 잘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기자들의 모습이 경향신문 변화의 핵심"이라며 "진보 담론이 천박한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는 '상식이 진보'인 시대에, 이제라도 진보의 외연이 확대될 수 있도록 진보 진영 내부에서의 경쟁과 차별화에 경향신문이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재일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은 "한겨레에 견줘 경향신문이 진보 세력을 감싸야 한다는 강박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진보 담론을 실천하기에 비교적 자유로운 면이 있다"며 "정치적 정파로부터는 벗어나 있지만 다루는 대상은 정치적 노선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 경향신문의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경향신문의 진보적 관점, 일관되지 못하다" 비판도

한편 김도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장애인에 대한 일반의 시선이 (여성에 대한) 비하와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에 더해 '동정'까지 복합된 것"이라고 지적하며 경향신문이 다른 주류 언론들에 비해 "성의는 있으나 관점은 부재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소수자 전문기자'를 제안하기도 했다. 김완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활동가, 이꽃맘 참세상 기자 등 토론자들은 '내용상의 일관성'이 미흡함을 꼬집었다. 경향신문의 각 지면들이 여전히 일관된 진보적 입장만을 취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경제면에 실린 기사들이 진보의 가치로 응집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문화콘텐츠포럼은 문화연대가 다양한 미디어 프로그램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짚어보고, 미디어 안의 문화다양성 확대 방안과 대안적 모형을 공동으로 모색해보기 위해 2005년 6월부터 정기적으로 개최해오고 있는 포럼으로 이번이 열한 번째다. 주로 방송콘텐츠를 다뤄왔던 이 포럼이 신문콘텐츠를 대상으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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