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일은 전세계 노동자들이 기념일로 지키는 '노동절(May Day)'이다. 1889년 제2인터내셔널 대회에서 미국 노동자들의 8시간 노동 쟁취 투쟁을 전세계 노동자들과 함께 기억하기 위해 매년 5월1일을 세계 노동자들의 기념일로 결정한 지 올해로 벌써 117주년이 됐다.

우리나라의 노동자들 역시 일제 식민지 시대인 1923년부터 세계 노동자들과 함께 노동절 행사를 열어왔다. 경성전차종업원회 등 직업별 노조와 소작단체 등 13개 단체, 2만여 회원을 한데 묶어 1922년에 창설된 조선노동연맹회는 1923년 5월1일 우리나라 최초로 전국 규모의 노동절 행사를 열었고 그 전통은 해방 뒤까지 계속됐다.

현행법상 여전히 '근로자의 날'

   
  ▲ 제115주년 세계노동절 기념대회 ⓒ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미군정이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를 불법단체로 간주하고 1946년 설립된 대한노총(총재 이승만)을 지원하기 시작한 이래 1948년부터 10년 넘는 세월동안 노동절 행사는 정치인과 자본가들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날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승만 정권은 "잔인무도한 공산도당과 같은 날에 기념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 날짜를 3월10일(대한노총 설립일)로 바꾸었고 박정희 군사정권은 그 명칭마저 '노동절'에서 '근로자의 날'로 바꿔버렸다.

대한민국 정부가 그 날짜를 다시 5월1일로 되돌린 것은 1994년이었으니,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전세계의 노동자들과 함께 노동절을 지키게 되기까지 100년 이상의 세월이 걸린 셈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5월1일의 명칭은 아직도 '근로자의 날'이다. 고분고분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만 필요했던 박정희 정부의 개발독재가 우리에게 남긴 상처는 그렇게 깊다. '참여정부'가 그 작은 흔적조차 지우지 못한 데에는 우리 사회에 그릇되게 만연된 '노동'에 대한 몰이해 현상이 한 몫 했을 것이다. 방송 진행자와 아나운서들도 대부분 '노동절'이라고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마당에 '근로자의 날'이라는 이름에 더 이상 미련을 가질 이유는 없다.

노동절 행사에 수만 명의 노동자가 모이는 지금도 우리 사회에는 '무노조 경영'을 '일류 경영'과 동의어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강의가 끝난 뒤 "삼성이 무노조 경영으로 일류 기업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아닙니까?"라고 당당하게 묻는 학생들이 거의 매번 있다. 이번 기회에 밝히자면, 무노조 경영을 통해 일류기업이 된 것이 아니라, 일류기업이라는 자부심 때문에 한시적으로 무노조 경영이 가능한 것뿐이다. 무노조 경영 원칙은 그 회사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동종 업체보다 월등히 나은 경우에만 유지될 수 있다.

'무노조경영=일류경영' 착각 언제까지
 
형식상 그룹에서 분리되었지만 무노조 경영이라는 전근대적 경영방침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한 백화점에 노동조합이 설립됐을 때, 그 백화점 직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게 된 동기를 "경영진은 직원들의 자긍심에 먹칠을 했다. 경쟁업체 백화점에는 체불임금 발생이 없었지만, 우리 백화점에서는 경영 사정을 이유로 상여금이 지급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던 사실이 그것을 잘 말해준다. 노동조합이 없는 기업의 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조금 나은 대우를 받는 것은 결국 다른 노동조합 활동에 무임승차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복수노조가 합법화되면 더 이상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는 것은 불가능해지고 노동조합 활동 경험을 쌓지 못한 기업의 노사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비싼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경영계 일각에서조차 "삼성그룹이 무노조 경영 원칙을 지키기 위해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17번째 노동절을 맞아, 무노조 경영을 아직도 훌륭한 경영 방식인 양 착각하는 부끄러운 일이 우리 사회에서 하루 빨리 사라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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