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지원하기 위해 KBS 공정방송노동조합(공정방송노조) 설립이 추진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의혹은 강동순 방송위원회 상임위원 등 방송계 인사들이 지난해 11월9일 서울 여의도 일식집 '유메'에 모여 한나라당 대선 전략을 모의한 자리에서 나온 것으로 특정정당의 집권을 위해 'KBS 제2노조' 설립을 추진했다는 의혹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파문이 예상된다.

당시 모임에는 강 위원을 비롯해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 신현덕 전 경인TV 공동대표와 외주제작업체 장모 대표 등이 참석했는데 공정방송노조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윤명식 KBS 심의위원도 이 자리에 동석했다. 윤명식 KBS 심의위원은 현재 공정방송노조 조합장을 맡고 있다.

윤명식 KBS 심의위원 "공정방송노조, 정권 찾아오는 데 일조할 수 있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윤 위원은 공정방송노조 설립과 관련해 "내년에 이거(공정방송노조) 되면 (한나라당이) 정권을 찾아오는 데 일조할 수 있다. 이거 반드시 해야 된다"고 말한 것으로 나와 있다. 윤 위원은 "관리자 노동조합(공정방송노조)을 만든 이유는 방송이 하도 개판(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한 뒤 "고법에서 이기면 이제 내년 선거 때 아마 큰 일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녹취록  
 
윤 위원은 "정연주(KBS 사장)가 와서 팀제를 하는 바람에 전부 팀원으로 만들어서 노조 자격이 없는 관리자는 회사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면서 "부장급 이상은 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노조조합원 자격을 박탈했다. 팀원은 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제가 노조 설립신고를 했다. 관리자들 노동조합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윤 위원은 또 "관리자라고 해서 몇 명 안된다. 1직급 이상자들이 300명 미만인데 우리는 안에서 머리띠 두르고 조끼입고 머리 빡빡 깎고 '물러가라' 이거는 못하고 언론플레이는 하려는 것"이라면서 "제가 노동조합 이름을 KBS 공정방송 노동조합이라고 지었다. 저희가 하는 소리는 공정방송 하자고 하는 얘기처럼 들릴 거 아니냐. 밖으로 나가면. 지금 저기 고법에서 이기면 이제 내년(2007년) 대선에서 아마 큰 일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녹취록에는 공정방송노조 설립과 관련한 소송에서 재판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정황도 언급돼 있다.

당시 모임에 참석한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은 "고법 어디 가 있습니까"라고 물었고, 윤 위원은 "서울고법에 가 있다"고 답변했다. 윤 위원은 "난 왜 그러냐면 내년 선거에 기여하겠다 이거야. 내가 내일 고법 어딘지? 내가 전화번호 알아서 장 사장한테 연락할 테니까 장 사장이 유승민 의원님한테 해 가지고. 이거 가지고. 1심에서 승소했는데 말야"라고 말하는 걸로 나온다.

윤 위원은 "관리자 노동조합(공정방송 노조)이 가능했던 게 현재 단체협약에는 '1직급 이상의 관리자는 조합원 자격을 제외한다' 이렇게 돼 있는데 정연주가 들어오면 다시 단체협약을 갱신해야 할 시기가 된다"면서 "정연주는 사악하기 때문에 '단체협약에서 요걸 빼자'라고 얘기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런데 그게 빠지면 소송을 제기했던 시점에서는 그게 유효했지만 현재는 그게 빠져 있기 때문에 현재는 노동조합 자격, 기존 노동조합에 가입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관리단 노조는 불허한다. 이렇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 위원은 이어 "이게 재판 일정이 빨리 잡혀 가지고 빨리 판결이 나야 되는데"라고 말했고 "이거 반드시 해야 돼. 안 그러면 내년에, 이거 되면 정권을 찾아오는 데 일조할 수 있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모니터링 시스템과 관련해 윤 위원은 "우리 노조가 밖에서 모니터링 시스템이 있다손 치더라도 모니터링 시스템에서 얘기하는 거하고 관리자, 부장급 이상 노조에서 방송을 보는 시각하고 또 다르지 않느냐"면서 "우리가 보는 시각은 완전히 공학적으로 볼 거 아니겠냐. 보도가 얼마나 교묘하게 균형을 가장한 편향을 하는지. 그거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느냐. 그러니까 우리는 그걸 지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위원의 이 같은 발언은 '방송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공영방송노조를 설립했다는 기존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윤 위원은 지난 3월28일자 기자협회보 인터뷰에서 "기존 노조가 조합원들의 복리 추구를 우선 가치로 삼고 있는 것과는 차별화된 방송의 공정성 확보만을 위한 노조설립이 목표"라며 "대선의 해인 만큼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그 결과를 사측에 요구하거나 외부에 발표하는 형태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윤 위원 "사적인 모임서 했던 얘기, 확인해 줄 수 없다"

이에 대해 윤 위원은 6일 미디어오늘과의 전화통화에서 "공적인 자리에서 했던 발언에 대해 확인취재를 요청하면 응할 수 있지만, 사적인 모임에서 했던 얘기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윤 위원은 "당시 모임에 왔던 사람들과는 자주 만났던 사이였다"면서 "나의 사생활"이라고 강조했다.

'공정방송노조 설립이 2007년 대선에서 정권을 찾아오는 데 일조할 수 있다'고 발언한 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윤 위원은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면서 "사생활에 관련된 문제를 그런 식으로 접근하는 것 자체에 응할 수 없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윤 위원은 "불법적으로 녹취한 것을 보도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KBS 공정방송노조는 지난 2004년 9월 출범한 KBS발전협의회의 후신으로 KBS 1직급 갑 이상 간부들이 가입 대상이다. 공정방송노조는 지난 2005년 12월 남부지방노동사무소를 상대로 노조설립신고서 반려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6월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았으며 지난달 16일 2심에서도 승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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