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순 방송위원과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 신현덕 전 경인TV 공동대표 등의 술자리 대화가 5개월만에 세상에 드러난 데에는 '경인TV 사태'가 관련돼 있다.

술자리 대화 5개월만에 세상에 공개

지난해 10월31일 신현덕 당시 경인TV 공동대표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같은 공동대표이자 1대주주인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이 "미국 정보당국에 국내정세를 보고해왔다"는 내용을 폭로했다. 신 전 대표는 이러한 폭로를 전후해 이후를 대비, 백 회장과의 대화를 비롯해 경인TV 관련 대화가 나오는 자리를 녹음했다. 이후 이러한 녹음자료는 CBS의 '백 회장 의혹' 연속 보도의 바탕이 됐고, 해당 자료의 신빙성과 위·변조 의혹 등을 놓고 경인TV와 날선 공방을 벌여왔다.

   
  ▲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강동순-유승민 녹취록  
 
이러한 공방이 경인TV 허가 추천에 쟁점으로 등장하자 방송위원회는 지난달 20일 허가 추천 여부 의결을 보류하면서 "검찰수사 진행상황을 참고함과 동시에, 자체적으로 경인TV와 CBS 간 쟁점이 되고 있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방송위는 지난달 28일 CBS로부터 녹취록과 녹취테이프 원본을 10부씩 제출받아 다음 날 방송위원들이 이를 청취했다. 녹취록 제작일자가 지난달 22일인 것도 이 때문이다.

한때 경인TV 허가추천 '변수' 작용  

이 때 CBS가 제출한 자료는 CD 4장과 DVD 2장 및 이를 녹취한 문서 자료 등이었다. 이 중 1∼3번 CD는 백 회장, 신 전 대표 등 4명이 지난해 10월23일 경인TV 사무실(경기 부천 소재)에서 대화를 나눈 내용을 녹음한 것이다. 이는 CBS가 백 회장 의혹을 보도하면서 활용한 내용이다.

나머지 4번 CD는 지난해 11월9일 서울 여의도의 일식집 '유메'에서 강동순 방송위원과 유승민 의원, 신현덕 전 대표와 다른 방송계 인사 2명 등 모두 5명이 참석한 술자리를 녹음한 것이다. 이를 녹취한 자료는 A4용지 68쪽에 달한다. CBS는 그 동안 이 녹취록을 활용한 보도는 내보내지 않았었다. 방송위는 "백 회장 의혹과 무관한 내용이어서 청취하지 않고 돌려준다"며 이 4번 CD와 녹취록을 CBS에 돌려줬다.

CBS가 이 자료들을 10부씩 복사해 방송위에 제출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그 일부가 언론계 안팎에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 CBS 쪽은 "우리는 방송위에만 전달했을 뿐, 유출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CBS "방송위에만 전달했을 뿐, 유출한 적 없어"

한편, CBS 관계자는 5일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자료에 대해 "검찰에 가 있는 자료, 방송위에 제출한 자료와 동일본"이라고 확인했다. 강 위원은 녹취록을 보았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봤다"며 발언 내용을 시인했다. 강 위원은 "사적인 술자리에서의 업무와 연관도 없는 발언"이라며 "사적 의견과 공적 행위는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전 대표도 "수사 끝나고 난 뒤에만 말하겠다"면서도 녹취록 내용의 사실 여부를 묻는 질문에 "거기 있는 것 그대로"라고 답했다.

미디어오늘은 해당 녹취록 보도를 놓고 법률적 자문을 받은 결과 "제3자가 아닌 대화 당사자가 녹음한 것은 불법 녹음으로 볼 수 없으며, 이를 보도하는 것 역시 불법이 아니다"라는 판단 아래 이를 보도하기로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