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네이버의 검색 아웃링크 도입 이후 일부 언론사의 ‘검색어 기사’를 통한 ‘트래픽 몰이’가 도를 넘어서자 네이버가 이를 경고하고 나섰다. 이를 놓고 언론계 안팎에서는 ‘언론계 자성론’과 ‘네이버 권력경계론’ 등이 엇갈리는 양상이다.

   
   
 
▷네이버, 검색 어뷰징 대책 마련= 네이버는 지난달 28일 △데이터베이스(DB) 검색결과 노출 방식 개선 △특종·단독기사를 부각하는 쪽으로 뉴스편집 개선 △기사 어뷰징(abusing: 조작) 방지 가이드 마련 등의 내용을 담은 ‘검색 어뷰징’ 방지 대책을 마련, 각 언론사에 공지했다.

네이버는 인기 검색어 브리핑, 기사 늘리기 등 어뷰징 유형과 어뷰징을 일삼는 언론사의 숫자를 밝히며 “어뷰징으로 아웃링크 정신이 훼손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네이버는 같은 기사를 기사 시간만 변경해 반복적으로 보내거나 기사의 일부 문구만 변경해 재전송하는 것을 금지하는 ‘어뷰징 방지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어뷰징 방지 가이드를 지키지 않는 사례를 모니터해 결과를 공개하고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네이버의 발표 이후 신문사의 어뷰징 경쟁은 주춤해진 상태다.

▷내부 비판은 감감, 자율 정화 요원= 네이버의 경고 이전에도 일부 언론은 ‘검색 어뷰징’을 비판해왔다.
‘검색 어뷰징’을 해온 조선·중앙·매경·한경 인터넷판 등과 달리, 한겨레·경향·국민일보 등은 트래픽 하락을 감수하면서도 검색 어뷰징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다.

특히 한겨레는 온라인에서 검색 어뷰징을 비판하는 기사를 꾸준히 게재해 왔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의 한 기자는 “온라인뉴스가 포털 검색어뉴스로 바뀌고, 온라인 트렌드 분석 등 독자적인 온라인콘텐츠 생산이 사라진 현 상황은 편집이 경영에 먹힌 상황”이라며 “언론사가 편집철학 없이 스스로 포털 아래로 들어가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쿠키뉴스의 한 편집자는 “그런 식으로 트래픽을 늘리는 것은 광고주를 속이는 사기행위”라며 “저널리즘을 생각해야하는 기자들이 그러한 말초적 대응을 하면 언론의 신뢰도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검색어도 정보’라는 일부 언론사의 주장에 대해 “인기 순위 자체가 조작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 정보라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기사”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이런 비판은 ‘트래픽 제일주의’ 앞에서 힘없이 무너진다.
지난 3월 신문사닷컴들의 모임인 온라인신문협회(회장 한기봉)에서 “검색어 기사를 자제하자”는 제안이 여러 차례 나왔었으나 ‘신사협정’은 구두선에 머물렀다.

▷검색 어뷰징 퇴출, 네이버에 맡겨?= 언론계 내부 비판에도 끄떡 않던 검색 어뷰징이 네이버의 발표 이후 눈에 띄게 줄어드는 웃지못할 일이 일어나자 기자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일부에서는 “네이버의 제안이 불쾌할 수도 있지만 신문사가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신문사의 행태와 별개로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편집자’를 자처하고 신문사가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한 언론사닷컴 기자는 “언론사끼리 논의할 때는 안 되더니 네이버 한 마디에 움직이는 것을 보니 씁쓸하다”며 “포털의 힘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경미디어연구소 최진순 기자는 “애초부터 검색 아웃링크가 ‘제목장사’ ‘선정성’ 경쟁을 가져올 것이라 예견된 상황에서 포털이 인기 검색어 서비스나 뉴스 댓글이 기사 어뷰징을 만드는 매개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모든 책임을 언론사에 넘긴 셈”이라며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은 언론사를 공개하겠다는 것은 극단적으로 포털이 언론사 위에 군림하겠다는 것으로 비쳐질 정도”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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