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타결된 한미FTA 협상 결과 방송분야에서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투자제한이 사실상 철폐됐다. 이에 따라 최근 몇 년 사이 자체 콘텐츠 제작에 걸음마를 시작한 국내 유료방송 콘텐츠 산업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반면 IPTV 등 신규서비스에 대해서는 향후 국내 규제법에 따른다는 미래유보 방침으로 합의를 끌어냈다.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IPTV 도입법안 논의에 대한 무게감이 더욱 크게 실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PP 시장개방…간접투자 100% 허용

   
  케이블TV ‘총궐기’결의
케이블TV 비상대책위원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PP협의회, SO협의회 소속 케이블TV 방송인들이 지난 3월26일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FTA 방송개방을 저지하기 위한 총궐기를 선언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
 
 
FTA협상단 관계자와 유관기관 실무진에 따르면, 이번 한미FTA 협상결과, 보도 및 종합편성과 홈쇼핑채널을 제외한 일반 PP에 대한 외국인의 직접투자는 현행 방송법 상의 49% 제한을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간접투자에 대해서는 100% 개방하기로 했다. 외국인 간접투자 제한 폐지는 외국인이 100% 지분을 가진 법인도 국내법인으로 간주한다는 의미다.

현행 방송법에서는 외국인이 특정 법인의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하고 있는 경우 해당 법인을 외국인으로 규정하고 국내 PP에 대한 지분투자를 49%까지만 허용해왔다. 그러나 이번 간접투자 100% 개방에 따라 외국인이 100% 직접 지분을 가진 법인도 국내법인으로 간주 받아 자유롭게 국내 PP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PP에 대한 간접투자 제한철폐는 협정발효 후 3년 간 유예됐다. 통상 비준을 거쳐 발효될 때까지 2년이 걸린다는 점에서 PP시장 개방까지는 사실상 5년의 시간이 남은 것으로 전망된다. 방송위는 이번 PP 시장개방에 따른 국내 PP 산업위축을 막기 위해 국내 PP에 5년간 1조2000원 규모의 재정적 지원을 포함한 지원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어 더빙방송은 금지·외국 프로그램 편성제한 완화키로

한편 외국 채널의 한국어 더빙방송은 불허하기로 했다. 현행 방송법에서는 외국 재송신 채널을 한국어로 더빙해 방송하는 것을 금지해왔다. 그러나 한미FTA 8차 협상이 진행 중이던 지난달 9일 CNN을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는 타임워너의 리처드 파슨스 회장이 노무현 대통령과의 회담자리에서 CNN의 한국어 방송을 희망한다고 발언한 이후 방송시장 개방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부각된 바 있다.

반면 PP들이 국산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편성해야 하는 비율은, 영화의 경우 현행 25%에서 20%로, 애니메이션은 35%에서 30%로 낮추기로 했다. PP의 국산 프로그램 의무편성 비율은 현행 방송법 시행령상 영화의 경우 20∼40%, 애니메이션의 경우 30∼50%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제한 비율은 방송위와 문화관광부의 합의를 통한 고시로 규정된다. 따라서 이번 협상을 통한 편성제한 완화는 현행 규제에서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서지 않는 수준인 셈이다.

또 영화·애니메이션·대중음악 등의 장르에서 1개 국가 수입쿼터 제한은 현행 60%에서 80%로 20% 완화됐다. 반면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제한을 현행 방송법 상 49%에서 51%로 완화하는 미국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IPTV·양방향방송 등은 미래유보

향후 성장가능성이 높아 미국 측이 가장 강력하게 개방을 요구해왔던 IPTV·온라인VOD(주문형비디오)·양방향방송 등 신규서비스에 대해서는 '미래유보'키로 해 당장의 시장개방은 면했다. 미래유보란 FTA 협정이 발효된 이후에도 정부가 국내 산업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시장개방의 범위와 내용 등에 관한 추가 규제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한미 양국 협상단은 IPTV·온라인VOD·양방향방송 등 신규서비스에 대한 시장개방과 관련해 앞으로 마련될 국내법제에 따른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다. 그러나 국내 IPTV 도입법제 마련과 관련해, 'IPTV는 제3의 융합서비스'라며 기간통신사업자에 준하는 규제를 받도록해야 한다는 정보통신부의 주장과 '방송 위주의 부가통신이 추가된 서비스'라는 인식아래 SO와 같은 수준의 규제를 둬야 한다는 방송위원회의 주장이 맞서 있다. 따라서 이 같은 국내의 이견이 어떻게 조정되느냐에 따라 IPTV에 대한 향후 시장개방의 향방이 좌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이번 한미FTA 통신부문 협상 결과 기간통신사업자(KT·SKT 제외)에 대한 간접투자가 100% 허용됐다는 점도 국내 IPTV 법제 마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결과에 따르면 외국인이 100% 지분을 확보한 기업이 하나로텔레콤 등 기간통신사업자의 주식을 확보해 IPTV 사업자로 진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IPTV를 방송규제 하에 두고, 외국인의 직간접적 투자를 제한받고 있는 SO와 동일한 규제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방송위의 주장에 한층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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