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빠진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손 전 지사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5% 안팎에 불과했지만 한나라당에서 차지하는 정치적 위상은 그 이상이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손 전 지사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한나라 대선 구도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태호 경남지사를 경선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흥행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원희룡 의원을 주목하는 이들도 있지만 손 전 지사의 빠진 자리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당내 중도 개혁 세력 대표주자로 평가받던 손 전 지사가 빠진 이후 영남정당, 보수정당 이미지가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민 거리이다.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에 의뢰해 지난해 12월8∼9일 남녀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신뢰수준 95% 신뢰수준에 ±3.1%P)를 벌인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차기 정부의 성향에 대해 ‘진보적이어야 한다’는 응답은 39.8%에 달했고 ‘보수여야 한다’는 응답은 17.3%에 머물렀다. 한나라당이 50% 내외의 정당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지만 중도 개혁 성향 유권자가 등을 돌릴 경우 대선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시 임태희 여의도 연구소장은 “범여권 통합신당이 창당될 경우 중도층의 30.2%는 ‘반 한나라당’ 성향을 보일 것으로 조사된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대북 정책 변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대선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도 개혁 성향 유권자들의 표심을 흔드는 ‘중도마케팅’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19일 탈당한 손 전 지사가 당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햇볕정책을 옹호했던 인물이라는 점이 한나라당의 고민이다.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은 “손 전 지사의 탈당이 품고 있는 위기의 본질은 ‘한나라당 내부의 병이 계속 깊어져간다’는 데 있다”면서 “탈당에 대한 냉정한 원인 분석과 전략적 대책마련보다는 책임 떠넘기기와 감정적 화풀이 뿐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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