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정신은 나라와 겨레를 지켜주는 항체입니다.”
국악과 양악을 접목시켜 국악의 대중화 바람을 일으켰던 프로그램 ‘ 미깊은 물’의 연출자로 잘 알려진 방성근 PD가 MBC ‘일요음악회’를 5·18 및 6·10항쟁 기념 음악회로 꾸민다.

방 PD가 이들 기념 음악회를 기획하게 된 것은 폭압적 권력이나 외세에 대한 저항의 역사는 우리 나라와 사회를 지켜낼 수 있는 유일한 힘이라는 평소 그의 지론에 따른 것.
‘ 미깊은 물’을 통해 보여 주었던 국악에 대한 그의 애정도 바로 이 연장선 위에 있다.

그는 국악을 문화적 항체라고 표현했다.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서구적 문화로부터 우리의 정신을 지키는 것. ‘ 미깊은 물’이 일요음악회로 통폐합된 이후에도 계속되는 국악에 대한 그의 관심은 문화적 항체로서의 국악의 복권을 꾀하는 그 나름의 노력인 것이다.

그러나 국악은 문화적 항체로서의 자리 매김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국악을 아직도 양악에 비해 낯설고 이질적인 음악으로 보는 시각이 이 사회에 지배적이라는 사실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그는 “국악의 처지를 보면 우리사회의 가치관이 얼마나 전도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그에게 국악의 복권은 가치관 정립의 문제이다.

그는 조급해 하지 않겠다고 한다. ‘ 미깊은 물’이나 일요음악회를 국악만으로 구성하지 않고 양악을 함께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보전진을 위한 현실적인 타협안이라는 것이다. 국악의 음색, 악기 이름, 장단에서부터 맛보기 시작하다 보면 우리음악계가 국악의 발전적 계승을 포기한 1930년 이후 잃어버렸던 우리 음악에 대한 ‘귀맛’도 차츰 살아날 것이란 판단이다.

5·18 기념 일요음악회 역시 양악과 국악을 같이 구성한다. 음악회의 시작은 동학혁명의 정신을 담고 있는 민요 ‘새야새야 파랑새야’를 관객들과의 대합창으로 유도하고 세부 프로그램은 안숙선씨 등 국악인과 안치환, 윤도현, 이선희 씨 등 건강한 대중가수들의 노래로, 그리고 마지막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관객들과의 대합창으로 진행시킨다는 계획이다.

방 PD의 이같은 구상이 실현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난관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돈’ 문제다. 5·18 기념 음악회는 5월 13일 전남도청 앞에서 열기로 확정이 된 상태이나 6·10 항쟁 기념음악회는 공동 주최하기로 한 6·10항쟁운동 본부측이 협찬비용을 구하지 못하는 등 공연비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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