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업계의 96년도 경영 성적은 한마디로 낙제점에 가깝다.
매출신장률은 그래도 8%선을 유지했으나 실질적인 경영 성과라 할 수 있는 당기 순이익 면에서는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했다.

경향, 국민등 10개 중앙종합일간지와 한경, 매경등 4개 경제지, 그리고 연합통신 등 15개 언론사의 ‘96년도 재무제표에 관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96년도 매출신장률은 표면적으로만 보면 그리 나쁜 수치는 아니다. 국내 산업 전반이 극심한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사정을 감안할 때 8.1%의 신장률이라면 최소한 ‘의무방어전’은 성공적으로 치른 셈이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속빈 강정’ 꼴이다. 8.1%의 성장을 주도한 언론사는 크게 두 부류로 집약된다. 우선 경제지가 매출신장을 주도해 왔다. 각각 22.8%와 22.5%의 신장률을 기록한 한국경제와 매일경제의 매출증가액은 모두 3백22억 7천만원. 15개 언론사 전체의 매출증가액 1천6백73억원의 19.2%를 차지하고 있다. 경제지의 특성상 광고별면을 자주, 대량으로 발행해온 결과로 분석된다.

또 동아, 중앙의 조간전환 이후 공백상태에 빠진 석간 시장을 메꿔온 국민일보와 문화일보의 매출증가액은 모두 3백6억원으로 15개 언론사 전체 매출증가액의 18.2%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국민일보는 44.7%로 매출신장률 1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외간 수주로 벌어들인 사업수입 덕분. 스포츠조선, 벼룩시장 등 외간수주로 벌어들인 국민일보의 사업수입은 97억 2천만원으로 전년(27억 4천만원)보다 69억 8천만원이 늘어나 신문수입 증가분 67억 7천만원을 제치고 가장 큰 수입 증가분을 기록했다.

여기에 16.2%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하며 선전한 경향신문의 매출증가액 1백40억 5천만원을 합할 경우 5개 언론사의 매출증가액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5.9%에 이른다. 결국 5개 언론사가 15개 언론사 전체의 매출 신장을 주도한 것이다.

이에 반해 동아, 조선, 중앙 등 유력 일간지들의 경우 매출 신장률이 각각 4.5%, 1.1%, 3.9%에 그치고 있다. 이들 3사의 매출증가 총액도 모두 3백50억 8천만원으로 전체 매출증가액의 22.3%에 불과하다. 특히 조선의 매출증가액은 44억 8천만원으로 매출 신장률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신문업계의 고전은 당기 순이익 면에서 집약적으로 나타난다. 15개 언론사 가운데 흑자를 기록한 언론사는 경제지 3개사와 중앙일간지 3개사를 합쳐 모두 6개사.

흑자를 기록한 3개 중앙일간지 가운데 동아일보의 경우 95년도 86억원의 흑자에서 96년도 8억7천만원의 흑자로 급감, 그 감소폭이 무려 10배에 이르고 있다. 1백77억 8천만원의 흑자로 15개 언론사 가운데 최대 규모의 흑자를 기록한 조선일보도 전년도 3백31억 4천만원의 절반을 겨우 상회하는 흑자에 만족해야 했다. 나머지 흑자경영사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흑자폭이 전년도에 비해 줄거나 현상유지하는 데 그쳤다.

흑자를 낸 3개 경제지의 내역을 보면 서울경제가 9억1천만원으로 가장 많은 흑자를 냈다. 서울경제의 전년도 흑자는 1억4천만원, 매일경제는 7억9천만원의 흑자를 냈고, 한국경제는 6억3천만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두 경제지의 이같은 흑자는 전년도 각각 7억1천만원, 5억6천만원에 비해 근소하게 늘어난 것이다.

한편 KH-내외경제는 경제지 가운데 유일하게 15억7천만원의 적자를 냈다.
15개 언론사 가운데 가장 큰 적자를 기록한 언론사는 경향신문으로 7백96억 2천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문화일보와 국민일보도 각각 3백19억4천만원, 3백16억 7천만원의 적자를 기록해 적자 규모가 회사 경영을 압박할 만큼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사가 이처럼 불황에 허덕이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언론사의 생명선이라 할 수 있는 광고 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대 수입과 광고수입으로 구성되는 언론사의 신문수입 내역은 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매출 신장률에서 하위를 면치 못했던 동아, 조선, 중앙이 신문수입 증가율에서도 각각 0.4%, 1.7%, 1.4%로 저조했다. 결국 신문수입의 부진이 매출 신장률의 부진과 직결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한편 매출신장률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국민, 문화, 세계 등이 적자폭에서도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창업비용과 설비투자에 따른 금리 부담 때문으로 지급이자를 중심으로 한 영업외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세계일보의 경우 지급이자와 할인료가 1백13억 5천만원에 이르며, 문화일보의 경우도 지급이자가 1백53억원에 이르고 있다.

경향신문도 마찬가지이다. 영업외 비용 가운데 ‘지급이자와 할인료’가 3백23억 5천만원을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수치는 전년도의 2백59억 4천만원에 비해 64억 1천만원이 늘어난 것으로 1년 장사의 상당부분을 이자로 ‘까먹은’ 셈이다.

이같은 적자 경영은 곧 회사의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졌다. 각 언론사의 부채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10개 중앙일간지의 총부채규모는 96년도 2조 3천5백58억원으로 전년도의 2조 3백 70억 4천만원에 비해 15.6% 높아졌다.

이 가운데 자본에 대한 부채비율을 보면 대부분의 언론사가 2백~4백% 수준으로 크게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국일보의 경우 부채비율이 1천5백64%로 우려할만한 수준에까지 다달은 것으로 보인다. 또 한겨레신문은 전년도 1백36%에서 96년도 2백68.9%로 부채비율이 두배 가까이 상승, 최근 재무구조가 급속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구조에서 또 한가지 특기할 사항은 유동자산의 규모가 크게 줄어 자금난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10개 중앙일간지 대부분이 곧장 현금 전환이 가능한 당좌자산 규모가 격감하고 있다.

한국일보의 경우 유가증권, 외상매출금, 받을어음, 미수금 등에서는 전년도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데 비해 현금과 예금은 3분의 1 수준으로 격감했다. 95년도 현금과 예금이 33억 8천만원이었던 것이 96년도 10억 2천만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조선일보도 사정은 마찬가지. 현금과 예금의 경우 3백78억 2천만원에서 2백73억 9천만원으로 줄어들었으며 받을어음도 7백49억 8천만원에서 6백31억 6천만원으로 크게 줄었다. 이밖에 서울신문도 현금과 예금이 30억원 가량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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