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언론사의 자금난이 가져온 파장은 깊고도 넓다. 노사 임금 협상에 한랭전선이 감돌고 언론사 종사자들의 고용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임금 동결 움직임이 거세다.

아직 본격적인 임금교섭철이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이미 임금교섭에 들어간 일부 언론사들은 임금동결 및 삭감, 5%미만의 낮은 인상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임금교섭에 들어가지 않은 언론사에서도 비공식적인 채널등을 통해 임금을 동결할 뜻임을 내비치는 등 올해 임금협상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임금협상에 들어간 언론사는 한겨레와 KBS, CBS, 전남일보와 무등일보, 광남일보 등.
지난해 32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극심한 경영난을 격고 있는 한겨레의 경우 노조가 15%의 임금인상안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사측은 오히려 상여금 4백%를 삭감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심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CBS도 노조가 9.9%의 임금인상안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간부 임금동결, 3%인상안을 제시하고 있으며 KBS는 노조가 9.7% 인상안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아직 협상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저임금에 시달려온 지방 언론사의 경우 올 임금협상은 더 암담한 실정이다. 전남일보와 무등일보, 광남일보 등 광주지역신문노동조합협의회 소속 3개 노조가 공동으로 21.3%의 인상안을 회사측에 요구하며 협상에 들어갔지만 전남일보와 무등일보는 내년도 임금을 동결할 수 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광남일보의 경우는 아직 구체적인 사측안이제시되지 않고 있다.

아직 협상에 들어가지 않은 언론사도 사측이 경영난을 이유로 임금동결 뜻을 내비침에 따라 사측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동아일보의 경우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기에 앞서 지난달 25일 협상실무진들이 만난 자리에서 사측은 ‘임금동결’ 의사를 내비쳤다. 동아일보 사측 협상실무진은 이날 비공식 견해임을 전제로 사측의 기본안이 △임금동결 △향후 입사자에 대한 퇴직금누진율 축소 등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동아일보의 임금동결 움직임은 타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특히 우려를 낳고 있다.

인원감축으로 노사간 진통을 겪은 서울신문의 경우는 임금부분과 관련해서는 기본급을 동결하지 않는 선에서 인상안을 사측에 일임해 놓은 상태이다. 이에따라 앞으로 있을 임금인상에서는 수당에 대한 협상만이 진행될 예정이어서 큰폭의 임금인상은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도 간부들에 대한 임금부분은 지난 주주총회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었다. 이외에 조선일보가 퇴직금 누진율 축소 등을 담은 단체협상안을 제시하고 있는 등 언론사의 경영난이 직접적으로 사원들의 체감지수로 다가오고 있다.

‘임금동결’ 등을 주장하는 언론사들이 하나같이 내세우는 것은 심각한 경영난이다. 그리고 지난해 경영실적 등을 지표로 제시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흑자를 기록한 신문사는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 극히 일부 신문사에 지나지 않는다.

이 중에서도 조선일보만이 1백77억의 흑자를 기록했을 뿐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각각 8억과 3억으로 95년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이외에 매일경제, 한국경제, 서울경제 등 일부 경제지와 부산일보가 약간의 흑자를 기록했으며 대부분의 신문사들은 지난해 큰 폭의 적자를 나타냈다.

동아일보 송수항전무는 이와관련 “지난해 겨우 8억7천만원의 수익을 올렸을 뿐인데 올해는 오히려 작년실적도 못 쫓아가고 있는 형편이다. 올해 경영도 전망이 흐리다. 지난해 10개 중앙언론사 가운데 흑자난 언론사가 불과 3개사이고 그나마 조선일보를 제외하면 미비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사들이 임금을 얼마나 인상할 수 있겠는가. 동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언론사의 경영난은 은행 등을 통해서도 감지된다. 그동안 언론사의 은행대출은 별 어려움없이 이루어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은행이 언론사에 대출을 거부했을 경우 후유증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 한 이유이기도 했지만 그 이면에는 언론사는 결코 문닫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었던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은행들은 언론사 대출에 있어서도 심사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와관련 일부 언론사는 은행에 대출을 신청했다가 거부당하기도 했다.

임금협상을 앞두고 각 언론사 노조에서는 조합원들에 대한 설문조사에 들어가고 경쟁사의 임금 및 복지수준 실태 파악에 들어가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그러나 사원들도 회사의 경영실적을 뻔히 아는 마당에 무리한 요구를 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경향신문노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다수의 조합원이 6∼9% 안팎의 한자릿수 인상이 적합하다고 답변했다. 지난해만해도 이 정도의 인상안은 사측안으로나 제시됐을 법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경영난의 모든 책임이 결과적으로 사원들에게만 귀결되고 있다는 점이 다. 물가상승분마저도 감안하지 않은 무리한 임금동결 제안 등이 그것이다. 현재의 언론사 경영난은 전반적인 경제악화로 인한 광고수익 감소 등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과도한 증면과 시설투자, 무가지 살포 및 경품제공 등 언론사간 무리한 경쟁에 더 큰 원인이 있다. 사원들의 최소한의 요구마저 묵살하려는 데 앞서 언론사간의 불필요한 경쟁을 줄이고 감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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