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UCC사이트에 올라 전 세계 네티즌들의 극찬을 받은 광고 동영상의 '키스배달' 장면. ©OnlineBee (동영상 캡춰)  
 
(서울=OnlineBee) 이승은 기자 = ‘키스 배달’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깔끔한 연출, 등장 인물들의 인상적인 연기로 전 세계 네티즌들의 극찬을 받았던 한국의 DHL 광고.
 
많은 '수수께끼'를 낳기도 했던 이 광고에 대한 소식이 처음 보도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네티즌들은 아직까지도 블로그와 커뮤니티 등을 통해 동영상을 퍼 나르며 끊임없는 대화 소재로 삼고 있다.

이미 알려진 대로, 이 광고는 현재 아프리카 프로덕션에서 활동 중인 이재진 감독의 작품.
 
작년 1월 경 만들어진 뒤 한동안 '잠자고' 있던 이 광고는 유튜브(YouTube)를 비롯한 미국의 대형 UCC 사이트들을 통해 해외 네티즌들에게 알려지면서 뒤늦게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 소식이 보도를 통해 한국에도 알려지자, 광고에 관심 있는 일부 네티즌들은 '화제의 동영상은 세계 3대 광고제 중 하나인 뉴욕 페스티발(New York Festival)에서 은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는 사실까지 '추적'해 냈다.

동영상 제작에 얽힌 뒷 얘기가 후속 기사로 보도돼 ‘누가 만들었나’에 관한 궁금증이 해결되자, 네티즌들의 관심은 ‘출연한 배우는 누구인가’로 이내 옮겨갔다. 이 광고에 출연한 배우는 모두 세 명. 세 사람 모두 다소 생소한 얼굴들이지만, 짧은 동영상에서 보여진 이들의 연기력은 결코 쉽게 보아 넘길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 'DHL 광고 동영상'에서 키스를 '배달'시킨 여성고객 역을 맡은 배우 김리나. ©연합뉴스  
 
과연, 이들은 누구이며 어떻게 이 광고에 출연하게 됐을까?

수소문 결과 이들은 모두 신인 배우로, 김리나(키스를 배달시킨 여자) • 김두진(배달원) • 김승대(키스를 배달 받은 남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에 대한 네티즌들의 궁금증을 밝히기 위해, <온라인비>가 이들 중 두 명의 남자 배우와 이재진 감독을 한 자리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훤칠한 키의 김두진 씨(24)와 김승대(27)씨는 광고에서보다 훨씬 앳돼 보였다. 이들은 대학 선후배 사이로, '연기경력 1년차'라고는 믿기 어려운 두 사람의 '내공'은 동국대 연극영화과 시절부터 쌓아 온 것이라고.

두 사람이 자신들이 출연한 동영상의 유명세를 처음 실감한 장소는 바로 '인터넷.'
 
김두진 씨는 싸이월드 메인 화면에 오른 자신의 얼굴을 보고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하고 넘어갔으나, 친구들의 연락을 받고서야 화제의 주인공이 자신임을 확신했다고 한다. 김승대 씨는 “광고를 찍으면서 참 좋은 작품이라고 느끼고는 있었지만, 방송용이 아니라서 이렇게까지 화제가 될 줄은 몰랐다”며, “인터넷의 힘을 새삼 느끼게 됐다”는 소감을 밝혔다.

광고가 세계적으로 화제를 일으킨 후 주위의 '시선' 등 달라진 점에 대해, 두 사람은 “특별히 달라진 점은 없지만, 지인들이나 연예계 관계자들이 우리를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았다. 

동영상 얘기를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는 바로 '키스 장면.'
 
남자끼리 '열정적인' 키스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을 묻는 질문에, “솔직히 처음엔 당황했었지만, 배우란 어떤 연기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임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상대 배우가 차라리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절친한 후배라는 점이 걸림돌이 됐던 건 사실이다”라고 고백한 김승대 씨. 그는 당시 김두진 씨와 '한 방에 끝내자'고 '합의'를 봤다고 한다. 

하지만, 상황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다양한 버전을 위해 여러 장면이 필요했을 뿐 아니라, 본인들이 가진 연기자로서의 욕심과 열정 또한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한 방’에 끝내려 했던 키스신은 무려 70번의 시도로 이어졌다고.
 

   
  ▲ 동영상에서 열정적인 키스를 나눴던 김두진 씨(왼쪽)와 김승대 씨는 동국대 연극영화과 선후배 사이다. ©OnlineBee  
 
광고를 찍으면서 김리나 씨와 김승대 씨 모두와 키스할 행운(?)을 거머쥐었던 김두진 씨는 “촬영 전날, 여배우와의 생애 첫 키스신을 촬영할 생각에 두근거려 밤잠을 설쳤다”면서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김리나 씨와의 키스신 역시 60번 정도를 반복 촬영해야 했다고 한다.

이재진 감독과 두 사람의 인연은 2005년, 두 사람의 대학졸업 연극 ‘세자매’의 공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연히 공연을 관람하러 갔다가 두 사람의 연기를 인상 깊게 본 이 감독이 이들을 미리부터 점찍어 두었던 것.

이 감독은 두 사람에 대해 “연기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고 실력까지 겸비한 배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하는 광고의 특성상, 감독이 원하는 것을 잘 이해하고 그대로 표현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한데, 두 사람의 ‘비상한 머리와 재능’ 덕분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는 것.

이재진 감독의 칭찬에 오히려 두 사람은 모든 ‘공’을 이 감독에게 돌렸다. 연극처럼 호흡이 긴 연기에 더 익숙했던 두 사람이 빠른 흐름의 광고 연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감독의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연출력’ 덕분이라는 것이다.

현재 전문 연기자의 길을 가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는 두 사람. 김승대 씨는 최근 대학로에서 공연을 마친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에 출연한 후 다음 작품을 위해 준비 중에 있고, 김두진 씨는 소속 프로덕션을 통해, MBC 6.25 특집극에 캐스팅된 상태다.

가공할 만한 인터넷의 파급력에 힘입어 보석같은 재능을 세상에 드러낸 세 사람. 이들에게 인터넷은 어떤 의미일까?

두 배우들에게 있어 인터넷은 자신들의 연기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알아볼 수 있는 ‘피드백’ 창구다. 앳된 겉 모습이지만, 속은 '프로 정신'으로 꽉 차있는 두 사람은 평소에 연기관련 카페나 팬클럽에서 자신들이 출연한 크고 작은 작품들에 대한 '네티즌 반응'을 꼭 참고한다고.  
 

   
  ▲ '키스배달 동영상'으로 전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 일으킨 '인터넷 스타' 3인방이 한 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배우 김승대 씨, 이재진 감독, 김두진 씨. ©OnlineBee  
 
이 감독 역시, 이번 일을 계기로 '미디어로서의 인터넷'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는 “15초라는 짧은 시간 제약을 가진 TV에 비해, 인터넷은 여러 면에서 더 효과적인 표현이 가능한 매체”라면서, "앞으로 인터넷을 이용한 메시지 전달을 좀 더 연구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번 맺은 인연은 매우 소중하게 여긴다'는 이재진 감독은 자타가 공인한 '의리파.' 이 감독은 “인터넷을 통해 두 사람의 실력이 입증된 만큼, 이번 기회에 앞으로 이들의 '끼'를 마음껏 발산할 터전이 마련됐으면 한다”며, 두 배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두 배우 역시 “기회가 있으면 꼭 다시 이재진 감독과 일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네티즌들로부터 가장 많은 관심을 모았던 신인 배우 김리나 씨는 개인 사정으로 인터뷰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두 동료 배우들을 통해 “늦게나마, 좋은 반응을 얻은 DHL 광고 동영상의 성공과 이재진 감독의 뉴욕 페스티발에서의 수상을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왔다.

[관련링크]

유튜브 동영상 http://youtube.com/watch?v=lvmXr1GZBAo

2007/03/16 [15:26] 미디어오늘 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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