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그룹이 경조사비로 언론인들에게 거액의 금품을 뿌린 사실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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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사실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이용남 (주) 한보 전 건설사업본부 사장에 대한 청문회에서 밝혀졌다. 이 전 사장은 이날 “92년부터 96년까지 모두 11억 3천만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독자적으로 관리해 왔다”며 “이 가운데 7억 5천만원을 언론인 정치인 공무원에 대한 경조사비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 전 사장은 특히 이양희 의원(자민련)이 “언론인에게 무슨 도움을 받았길래 경조사비를 냈냐”는 질문에 대해 “개인적인 관계 또는 저명한 언론인에게 문상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사장은 “경조사비는 한번에 1백만원을 낼 때도 있고 1백만원 이상일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전 사장은 지난 3월초 검찰 조사 과정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진술했었다.

이에 앞서 동아일보는 5일자 신문에 ‘한보그룹 업무상 관리대상자 및 지인관계 현황보고서’라는 문건을 공개하고 관리대상자 가운데 40여명의 언론인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가 공개한 이 문건에는 종합지, 경제지, 지방지, 전문지 등의 부장급 이상의 언론인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일요신문에서 입수한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 비서실 소유 전자수첩에도 조선, 한국, 경향, 스포츠조선 등 기자 7명이 기록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검찰의 한 관계자는 “현재 언론인에 대한 내사나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며 “이 전 사장을 통해 일부 비자금이 언론인들에게 경조사비 형태로 흘러 들러간 것은 사실이지만 사법 처벌을 할 수준이 아니고 그 금액도 지극히 미미하기 때문에 명단 확인 작업을 벌이지도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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