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문 중동전문 자유 기고가 ·요르단 암만 거주  
 
“어, 이 사람들 한국사람 좋아하네요?” “뉴스를 보면 사건 사고가 넘치는 곳인데 왜 이렇게 조용하죠?” “사람들이 그냥 우리 이웃처럼 보이는데요!” 최근 중동 지역을 찾은 한국인 방문자들의 말이다. 뉴스 속의 중동과 실제 현장 사이의 적지 않은 간극을 토로하는 장면들이다.

중동 관련 한국언론 보도는 사건과 사고 중심이다. 가끔씩 해외토픽류의 특별한 이야기가 중동 관련 뉴스를 장식하기도 한다. 한국군이 파병된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와 관련한 뉴스도 그런 식이다.

돌아보면 파병 전이나 지금이나 한국인의 한국군 파병 지역과 그 국민들에 대한 이해의 깊이는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아니 오히려 왜곡된 시각을 더 갖지 않았나 조심스럽기만 하다. 여전히 관련 지역 뉴스도 외신 인용 보도가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현지에 파병된 한국인 수천명의 눈과 귀가 보고 들은 것은 무엇이며, 그들이 만난 이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 것일까?

이라크 파병, 아랍민심 얻지못해

국내에서의 레바논 파병 논쟁이 휴화산인지 활화산인지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엿볼 수 있는 것은 최근 아프가니스탄 파병 한국군의 죽음으로 파병과 철군 논쟁이 불붙었다는 정도이다. 그리고 찬성과 반대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사는 이라크 파병을 두고 그랬던 것처럼 이번 레바논 파병을 둘러싸고서도 입장정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사설이나 기자칼럼을 통해 파병에 동조하거나 반대하는 입장을 보다 분명하게 드러내기 시작했다. 과거에 비해 레바논 파병 반대와 아프가니스탄·이라크에서의 조기철군을 주장하는 언론 보도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서울신문은 자신들이 입수한 지난해 11월29일자 대외비 문서 내용을 인용한 보도를 냈다. 한국 정부가 레바논 평화유지군 참여의 이점 가운데 하나로 “이라크 파병 등으로 아랍권에서 친미성향으로 인식되고 있는 우리의 대외관계를 교정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라크 파병이 중동지역에서 한국의 국가 이미지에 부정적 효과를 가져 오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이라크 파병 등으로 한국이 친미성향으로 인식되거나 반한 감정이 커지고 있다고 볼 근거는 불분명하다. 더 큰 문제는 이라크 파병으로 아랍 민심을 얻지 못했다는 점이다. 레바논 파병으로 인해 이 지역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될 것이라는 발상도 묘하기만 하다.

파병의 여파로 ‘한국 바로알기’나 이른바 ‘한류’ 바람이 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설픈 일이다. 사실 350여명의 한국군 파병보다 국가대표 축구팀이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경우가 더 한국을 알리는 길이다. 지난해 도하 아시안게임 축구경기에서 한국팀이 준결승에서 이라크팀에 0-1로 패배했을 때 이라크인들은 오히려 한국과 한국 축구를 칭찬했던 추억이 있다.

지역주민과 거리둔 레바논 파병

레바논 파병 조사단(실사단) 관계자는 지난 1월 말 브리핑에서 “헤즈볼라와는 직접적으로 접촉을 하지 않았으나 현지에 거주하는 교민들을 통해 헤즈볼라측이 ‘한국군의 파병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한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전해 들었다”고 덧붙였던 것이 새삼스럽다. 현지까지 갔으면서도 파병의 큰 변수 가운데 하나인 헤즈볼라의 반응을 교민의 전언을 통해 진단하고 있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한국군의 레바논 파병은 민심을 얻기 위한 파병이라 했다. 민심을 얻는 길은 주민들과 얼마만큼 융합하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군은 파병 이후 민가로부터 떨어진 지역에 독립적으로 존재하게 될 것이다. 조사단 관계자는 “한국군 주둔 예상지역은 주변 민가로부터 상당히 떨어진 티르시 외곽 구릉지역으로 부대방호가 양호한 것으로 판단됐다”고 강조했었다.

누구를 위한 파병인가? 한국군은 레바논 땅으로 가려고 하지만, 레바논 국민들에게 다가서는 것은 관심에서 먼 것 같다. 누구를 위한 파병 찬성이고 파병 반대인가? 모두 국익을 위한 것이라지만 국민들과는 무관한 것처럼 보인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