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BS에서는 한 중견기자가 제작비를 횡령한 혐의로 파면 조처를 당해 파문이 일고 있다. KBS 내부 조사에 따르면 이 기자는 작가의 인건비를 과다계상한 뒤 작가의 통장으로 입금된 돈을 나눠가져 모두 790만원을 횡령했다. 사건이 터지자 KBS 내부에서는 '충격적이다' '부끄럽다' 등 참담한 반응들이 쏟아졌다.

   
  ▲ 서정은 기자(미디어부)  
 
"할 말이 없다"며 고개 숙이던 모습은 불과 몇 달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12월5일 KBS 광주방송총국의 회계담당 직원이 5년간 11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큰 충격을 던졌다. 당시 광주총국은 "본사와 협력해 사건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환골탈태하겠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진행중이라고는 해도 아직까지 ‘본사’에서는 공식 사과나 재발방지 계획 등을 외부에 천명한 일이 없다. 

더 심각한 것은 KBS의 '허점'이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보도본부의 한 해외 지국에서는 영수증 증빙이 안된 2만5000달러 때문에 전임 지국장 두 명이 최근 이 돈을 반반씩 선변제하는 일이 발생했다. 빈 돈에 대해서는 일단 채워넣고 차후에 출장명령서 등을 근거로 돌려받겠다는 것이지만 의문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KBS는 특파원들이 바쁜 출장 일정을 소화하다보니 영수증 처리를 제때 하지 못해 생긴 일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제작비 횡령 건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눈치다.

단순한 회계처리 미숙이라는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우리 돈으로 3000만원에 해당하는 큰 돈이 언제부터 '구멍' 난 지도 모른 채 방치돼 왔다는 점은 간단히 넘길 사안은 아니다. 이 사건 역시 본질을 따져 들어 가다보면 결국은 시스템의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회계 감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이런 '미숙'은 바로 발견되고 시정이 됐어야 했다. 내부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 단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공영방송의 도덕적 해이, 회계처리 및 감시 시스템의 심각한 구조적 허점을 드러낸 사건들이 왜 연달아 발생하는지 KBS는 냉철하게 돌아봐야 한다. 수신료 인상 등 공영방송 재원 구조의 현실화를 주장하려면 스스로 합당한 근거와 정당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KBS의 위기를 더 이상 외부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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