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와 국외의 수많은 인터넷 기업들 중 소위 가장 잘 나가는 대표 기업을 하나씩 꼽는다면 그것은 바로 네이버와 구글이다. 일단 두 업체는 성장 과정에서 서로 비슷한 측면이 있다.

먼저 구글을 살펴보면, 구글은 검색에서 명백한 후발 주자였다. 이미 미국 인터넷 시장에는 여러 선배 검색 업체들과 야후라는 강력한 포털이 버티고 있었지만 구글은 참신하고 뛰어난 검색 엔진을 바탕으로 기존의 모든 인터넷 기업을 단숨에 능가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구글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무려 10억 달러를 넘었다.

   
  ▲ 네이버 검색화면.  
 
네이버의 성장 과정도 구글과 비슷하다. 다음이라는 강력한 1위 포털이 있었음에도 네이버는 검색을 무기로 모든 인터넷 기업을 누르고 현재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네이버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486억 원이었다. 글로벌 기업인 구글과 큰 차이가 있지만 국내 기업으로는 대단한 수준이다. 네이버와 구글은 핵심 사업이 검색 매출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동일하다. 하지만 기능적인 측면에서의 검색 결과와 그 운영 방식에 있어서 두 업체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차이를 살펴보자.

구글의 검색은 인터넷 상의 허가된 모든 사이트를 대상으로 하며, 링크가 많이 걸린 웹페이지가 중요하다는 컨셉트 아래, 컴퓨터의 자동화된 로직을 통해 검색 결과를 제시한다. 구글은 검색 결과에서 사람들에게 인기있는 웹페이지를 상위에 게재하고 해당 콘텐츠와 관련된 광고 키워드를 오른쪽 상단에 게시함으로써, 검색 결과의 품질과 품위를 유지하면서 관련 광고에 대한 사용자의 클릭을 유발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

   
  ▲ 구글 홈페이지.  
 
반면에 네이버의 검색은 1차적으로 네이버가 자체 보유한 지식iN, 블로그, 카페 등의 콘텐츠에 우선순위를 두고 검색 결과의 상단에 눈에 띄게 제시한다. 만일 광고주가 특정 키워드를 구매했다면 사용자가 그것을 검색하는 경우 스폰서링크, 파워링크, 플러스프로 등 온갖 광고로 한 페이지가 가득 찬다. 그리고 검색 결과의 하단을 보면, 네이버가 아닌 웹사이트의 검색 결과를 제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검색 품질도 안 좋을 뿐만 아니라 눈에도 잘 띄지 않기 때문에 마지못해 제공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그리고 네이버의 가장 중요한 검색 특징은 수작업 정리에 있다. 네이버가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것은, 컴퓨터 로직에 의한 기계 검색이 아니라 사람들의 수작업에 의해 분류된 검색 결과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연예인, 정치인, 유명 인사 등의 인물 정보이다. 예를 들어 네이버와 구글에서, '배용준'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면 그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다. 구글의 경우 컴퓨터 로직에 따라 기계적인 검색 결과를 제공할 뿐이지만, 네이버는 사람이 분류하고 정리해놓은 콘텐츠를 화면에 깔끔하게 표시한다.

바로 이 점이 네이버와 구글의 명백한 차이이며, 네이버가 국내에서 성공하고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네이버의 검색은 학술적이고 체계적인 정보 검색을 하는 데 있어서는 거의 쓸모가 없다. 주로 네이버 자체의 콘텐츠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또한 신뢰성이 떨어지는 정보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구글은 허가된 모든 웹사이트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상당한 검색 결과를 얻을 수 있고 만일 사용자가 검색만 잘 한다면 신뢰 가능하고 유용한 정보들을 많이 얻을 수 있다.

네이버는 대중의 이해도가 뛰어나다. 적어도 국내 시장에서 네이버의 방식은 승리할 수밖에 없다. 국내의 경우 상위 포털 몇 개가 인터넷 콘텐츠의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고 일반 대중들이 주로 엔터테인먼트, 취미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고 유행에도 민감하다. 네티즌의 대다수가 순간적으로 특정 정보에 몰리는 경향이 크다. 그것에만 잘 대응하면 트래픽을 장악할 수 있다.

네이버의 검색 시스템은 바로 그것에 잘 부응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국내의 일반 대중이 주로 원하는 정보(연예인, 뉴스, 실시간 인기검색어 등)를 잘 정리해 신속하게 제공하고 그러한 어텐션을 통해 광고 매출을 올린다. 그런 상황에서 검색 엔진의 기능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즉 구글의 검색 엔진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네이버의 검색 방식에는 당할 수가 없는 것이다. 적어도 국내에서는 그렇다.

기술적으로는 아쉽지만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기획 및 비즈니스 측면에서 볼 때 네이버의 방식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은 기술 리더십하고는 거리가 멀며 네이버의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업계 1위 기업으로서 IT 업계에서 존경을 받기는 힘들 것이다. 대중의 눈높이에는 부합하나 기술 리더십이 없다는 것. 그것이 바로 1위 기업 네이버가 짊어지고 감수해야 하는 비판이다.

류한석/스마트플레이스(smartplace.co.kr) 대표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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