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방송의 출발이 경성방송국이라고?"

   
  ▲ 조선총독부에 의해 설립된 경성방송국 사옥  
 
국내 우리말 방송으로 첫 전파를 탄 방송은 1927년 2월16일 경성방송국이다. 이는 물리적·기술적으로는 분명한 사실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문화적 관점으로 접근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경성방송국이 일제의 식민지 정책 수단이었고, 우리 민족의 의지와 무관하게 만들어진 방송이었다는 점에서 "한국 방송의 뿌리로 볼 수 있느냐"는 정통성 논란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계속돼 왔다. 이런 맥락에서 KBS가 1927년을 기점으로 올해를 '방송 80년'으로 규정하고 TV와 라디오를 통해 각종 대기획과 특집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여전히 이의가 제기되고 있다.

KBS, '방송 80년' 규정했지만…

KBS는 앞서 지난 97년에도 '방송 70년, KBS 50년'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여러 가지 기획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당시에도 '방송 70년'이 올바른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KBS 50년'이라는 계산법 역시 학계는 물론 KBS 내부에서조차 명확하게 정리되지 못하고 흐지부지 됐다.

   
  ▲ KBS는 '방송80년' 특집으로 오는 26일 '국민가수 이미자'를 방영한다. ⓒKBS  
 
'KBS 50년'은 1947년에 한국이 'JO'라는 일본 호출부호를 없애고 'HL'이라는 독자적인 호출부호를 부여받아 국적을 회복한 시점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그렇지만 47년 역시 미군정 시절이었기 때문에 KBS의 출발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다시 말해 일제와 미군정 시절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48년을 한국 방송과 KBS의 진정한 출발로 봐야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이 같은 논란을 반영하듯 올해를 '방송 80년'으로 홍보하고 있는 KBS는 'KBS 60년'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KBS의 한 관계자는 "방송 기점을 1927년으로 본 것은 어찌됐든 객관적인 사실이라는 점에서 그런 것이지 경성방송국의 역사를 KBS의 역사로 넣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논란의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정통성 문제는 차치하고 물리적 사건을 기준으로 했음을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최소한 역사·문화적 한계 충분히 검토해야"

이에 대해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경성방송국은 조선총독부가 통치를 위해 일방적으로 만든 홍보매체 성격이 강해 우리 역사로 봐야하느냐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경성방송국을 기점으로 '방송 80년'을 말하려면 최소한 역사적, 문화적인 한계와 내용을 충분히 검토해 근거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또, "일제 식민지 시대와 미군정의 유산이 동시에 계승된 우리 역사에서 이 부분을 긍정적으로 극복하려면 정확한 이해와 평가가 전제돼야 한다"며 "방송사에서도 자신의 뿌리를 찾는다는 입장에서 더 면밀한 검토와 역사 세우기에 나서고, 학계에서도 관련 논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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