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언론들이 후보자들의 선거자금은 물론 각종 이슈에 대한 후보자의 발언이 어떻게 변하는지 검증하고 추적해 보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 언론인권센터 제공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난 8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언론인권센터(이사장 이장희) 주최로 열린 '수용자 입장에서 본 2007 대선보도 제안'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권 교수는 "지금은 대선 레이스의 초반임에도 주자들의 경쟁과 언론의 취재열기가 매우 뜨거운데, 이런 대선 열기의 조기과열은 언론에 그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 뒤 대선 보도의 문제점을 짚었다.

권 교수는 우선 "언론은 선거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들 간의 대결 구도를 강화하고 국민들로 하여금 게임을 즐기도록 만든다"며 언론들이 이러한 방식의 보도에 초점을 두는 이유가 '상업주의'라고 꼬집었다.

선거철만 되면 겉으로는 공정보도를 외치면서 보도를 통해 특정 후보와 정당을 노골적으로 편드는 관행도 지적됐다.

권 교수는 "현행 선거법상 언론의 특정 후보 공개 지지는 사실상 금지돼 있다"며 "그럼에도 일부 신문들의 특정 후보 편들기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일부 토론자들은 "현행 선거법상에서도 언론의 후보 지지는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종천 변호사는 선거법 96조의 '방송·신문·통신·잡지·기타의 간행물을 경영·관리하는 자 또는 편집·취재·집필·보도하는 자는 특정 후보자를 당선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선거에 관하여 허위사실을 보도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보도 또는 논평을 할 수 없다'는 조항에 대해 "법 규정을 검토한 결과 정당한 사유에 의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불법 선거운동 범위에 들지 않고, 따라서 언론사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까지 금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조준상 전국언론노조 정책실장은 "현행법은 허위보도와 왜곡보도를 통한 후보 비방과 지지를 금지하는 것일 뿐 사실에 입각한 의견 제시를 통해 후보를 지지하거나 하지 않는다고 공개선언하는 것에 대한 법적 제약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언론이 지지후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큰 방향에 대해서는 참석자들이 모두 동의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지지후보를 공개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우려가 더 컸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후보자의 정강 정책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최대한 검증해 이를 보도하는 순간 언론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게 되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편집권의 독립이 과연 이뤄지고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조 실장도 "편집권 독립이 제대로 안 돼 있는 상황에서 후보지지 표명은 만용이 아닌가 싶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선거 보도를 위해 언론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권 교수는 △후보들의 선거자금 출처와 사용처를 검증, 보도하고 △전문가들로 정책검증위원단을 구성하거나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매니페스토 운동을 강화하는 한편 △후보들이 제기하는 정책보다는 유권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보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모든 후보들에 대해 기계적 형평성을 갖추기보다는 뉴스 가치에 따라 경쟁력 있는 후보에 대해 더 많은 보도를 하되 군소 후보들에게도 최소한의 기회를 보장해 주고 △정치인들이 지역감정 조장 발언을 인용보도해 이에 편승해서는 안되며 △TV토론 이후 후보의 발언 내용의 변화나 사실 여부를 검증해 후속 보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권 교수는 각 언론사가 정기적으로 조사해 발표하는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머리기사로 보도하지 말고, 지지도 수치가 절대적이라는 인상을 주는 표현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UCC열풍 등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 따라 대선보도 규제도 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창은 대자보 편집국장은 "선관위를 보면, 전통적인 언론 매체의 보도에 대한 규제가 기준"이라며 "달라진 뉴미디어 환경과 새롭게 등장한 미디어 입장에서의 접근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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