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여론조사 결과, 다음 정부의 이념성향은 진보적이어야 한다는 응답이 보수여야 한다는 응답의 2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의도연구소는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에 의뢰해 지난달 8∼9일 남녀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신뢰수준 95% 신뢰수준에 ±3.1%P)를 벌인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차기 정부의 이념 성향에 대해 '진보적이어야 한다'는 응답은 39.8%에 달했고 '보수여야 한다'는 응답은 17.3%에 머물렀다.

한나라당이 정당 지지율 50%에 육박하고 이명박 박근혜 등 보수성향 대선주자들이 지지율 부동의 1∼2위를 질주하고 있지만 차기 정부의 이념성향에 대해 '진보적이어야 한다'는 응답이 2배 이상인 조사결과는 주목할 부분이다.

   
  ▲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 82.2%가 찬성

다수의 유권자들은 차기 정부의 이념성향을 '진보적이어야 한다'고 응답했지만 본인들의 이념성향은 '중도'가 36.9%로 가장 많았고 '보수'가 30.2%, '진보'가 27.1%로 뒤를 이었다. 정책 이슈별로 볼 때는 과세, 부동산, 재벌 개혁 등 경제분야에서는 응답자 다수가 진보적인 시각을 보였고 사형제 불법시위 등의 사회 분야에서는 보수적 성향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질문에는 82.2%가 찬성 의견을 나타냈지만 '불법시위는 강력 진압해야 한다'는 질문에도 64.6%가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차기 정부의 이념성향으로 '진보'를 원하는 이들이 많은 가운데 한나라당 지지층의 상당수는 상황에 따라 지지정당을 바꿀 수 있다고 응답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나라당 지지층 가운데 '상황에 따라 지지정당을 바꿀 수 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40%에 달했고 2004년 총선 이후 한나라당을 꾸준히 지지한 절대 지지층 중에서도 응답자의 35% 정도가 지지정당을 바꿀 수 있다고 응답했다. 한나라당 절대 지지층은 37.2%로 2004년 말 21.9% 보다 늘어났지만 지지기반이 자체가 탄탄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임태희 "한나라 지지층도 진보 정부 선호가 가장 많아"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한나라당 지지율 고공 행진의 비결로 '중도 마케팅'을 꼽고 있는 상황이다. 중도성향의 국민들이 여당이나 민주당이 아닌 한나라당을 지지정당으로 선택하면서 40∼50%의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구도가 바뀔 경우 한나라당의 고공행진도 조정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가 당내 경선과 한나라당의 대선전략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주목된다.

임태희 여의도 연구소장은 "범여권 통합신당이 창당될 경우 중도층의 31.1%가 한나라당을 지지한다고 했지만 비슷한 비율인 30.2%는 '반 한나라당' 성향을 보일 것으로 조사된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한나라당 지지층 중에서도 진보적 정부를 선호하는 응답이 36.4%로 가장 많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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